나는 결재만 하는 김부장에게 배신감을 느꼈어
오늘도 세대차이를 극복하고 이렇게 김 부장을 모시는 저의 모습을 통해
우리의 간격이 긍정적으로 가까워질 수 있는 방법을 공유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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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팀에서 내 업무의 특성은 변동이 많았다.
이사를 준비하며 이거 할까 저거 할까하는 의사결정이 번복되는 일이 많았고
그 때문에 김부장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으리라 생각한다.
나는 김부장이 스트레스를 분출 할 때, 반년간은 어찌 할지 몰랐었다.
김부장은 회의실에서 나와 업무 얘기를 하다가도
의견이 맞지 않는 합이 나오면 나를 두고 회의실을 나가버리곤했다.
회의실에서 혼자 남아 분을 식혀야만 하던 나는 나를 팀원으로서 내동댕이 쳤다라는 극한 감정을 가졌었다.
그 와중에 이사를 오고 나서 한달동안 전화기를 설치하지 못해 설치 업체를 찾아야만 했었다.
기존에 설치를 진행하기로 한 A업체에선
계약을 진행하지 못한다고 하니 난리를 치며 위약금을 물어내라고 했다.
일주일 내내 담당자와 전화기로 하루 반나절을 입씨름을 하며 이 문제가 풀리지가 않을 것 같았다.
사실 나도 이런 경우가 처음이고 이 긴 기싸움을 해결할 수 있는 매뉴얼을 가진게 아니었으니까.
헤맬 수 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일을 매끄럽게 풀지 못해 속상한 상태였다.
그 와중에 김부장은 어떤 가이드를 알려주는게 아니라 나의 화를 돋구기만 했다.
"박대리는 참 착한거 같아요. 그걸 하나하나 다 들어주고 있고,"
김부장이 긴 전화를 끝내고 한숨을 내쉬고 있는 나에게 한마디 던질때면 뭐라고 할말이 나오지가 않았다.
보통 무슨일인지 이렇게 하면 어떻겠냐 라고 말해주는게 팀장의 역할이 아닌지.
나는 너무나도 이상한 감정에 누구에게도 이 찝찝한 기분을 설명하지 못했다.
그 다음날에도 위약에 대한 전화 계약 건은 종결되지 않았다.
위약금을 100만원 정도 맞춰줄테니 여기서 끝내자는게 담당자의 말이 었고,
나는 100만원을 왜줘야하는지 모르겠다라는걸로 다시 입씨름이 시작되었다.
그렇게 또 진을 빼고 있는데
옆팀에서 무슨일이냐고 한마디를 하니 김부장이 이젠 옆팀에 가서 한마디를 건낸다.
"박대리가 어떤 양아치한테 걸려서 100만원을 주려고 하고 있어요."
이상한 감정이 그 순간 또 든다.
당시의 나는 어린건지 맹추인건지 이 이상한 기분을 따지지 못하고 집에와서 곰곰히 생각해보았다.
내가 일의 방향을 잘못 잡고있는건지 ?
아 내가 잘못 일을 하고 있구나 !
라는 이상한 망상에 빠져서 내일 전화는 이렇게 대응해야겠다는 시나리오를 짜내느라 숨과 마음이 헐떡였다.
어찌저찌 위약금은 상대의 논리가 부족하여 계약파기로 잘 정리가 되었고
문제는 그 다음 새로운 전화 업체를 찾아야 하는 일이 지연이 된 것 때문에 대표실의 호출을 받은 것이다.
나는 전화기 설치 지연에 대한 꾸중을 김부장과 나란히 서서 듣고 나와
다시 일의 처음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화기를 찾는 것도 나의 일이었다.
내가 전화기를 열심히 찾으면 김부장은 결재를 받으러 가겠지.
하지만 나의 마음속에서는 새싹이 하나 자라기 시작했다.
결재만 하는 김부장을 향한 배신감의 새싹이 자라기 시작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