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부장은 나와 대표님 사이를 몰라
대학교 졸업 이후, 취준생에서
지금은 30대의 재직자로
김 부장과 나의 이야기를 쓰고 싶어 브런치를 다시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소리 소문 없이 제 글을 읽고 지나가 주신 2,000명의 뷰어님들 감사합니다.
저는 오늘도 세대차이를 극복하고 이렇게 김 부장을 모시는 저의 모습을 통해
우리의 간격이 긍정적으로 가까워질 수 있는 방법을 공유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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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는 직원은 돌이켜 생각해보면 대표님의 트러블 메이커였다.
첫 사수가 대표님이었고, 팀이 먼저 신설되어 팀장도 늦게 만났고, 어쩌다 보니 내가 맡게 된 일은
모든 것이 처음이라 문제가 발생할 때 해결할 수 있는 매뉴얼이 없었다.
문제가 발생하면 이게 뭐냐 라는 말부터 들었고
논리 정연한 보고 방식과 거리가 멀었던 나는, 보고하는 게 쥐약이었다.
보고를 하면 리젝 당하는 일이 1년을 넘다 보니 나 스스로도 대표님에게 보고하는 걸 무서워했고
청심환이 없으면 대표실에 들어가지 못했다.
대표실 문 앞에서 미리 말하는 연습까지 하고 있으면 옆에서 직원들이
"야! 쫄지 마! 업무 보고하는 애가 왜 쪼냐! 쫄필요없다!"라고 용기 아닌 용기를 북돋아줬지만
나에게 아직도 대표실은 너무나 심장부터 쫄리는 장소 중 하나이다.
어언 반년을 대표실 들어가기를 피해 다녔는데
보고서를 작성하면 김 부장은 꼭 나보고 대표실에 보고하러 갔다 오라고 했다.
덜덜 떠는 나를 훈련시키기 위한 연습인 것인가, 이 보고서는 백퍼 3분 만에 리젝 당하고 돌아올 텐데,
왜 자꾸 대표실에 들어갔다 나오라 하는 것인지, 팀장이 다녀오라고 하니 다녀올 수 밖에.
그렇게 3~4번을 대표실을 오고 가고 하니 김 부장이 땀을 뻘뻘 흘리기 시작한다.
"다시 한번 해봅시다. 방향을 이렇게 잡아 봅시다."
김 부장.. 나 대표님이랑 이런 사이라는 거 모든 직원들이 다 알고 있는데 왜 당신만 몰라!
인사팀장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직원이랑 먼저 대화하는 법이 없던 김 부장은
나와 대표님의 사이를 파악하지 못하고 리젝 당한 보고서를 재정비하는 일을 지시했다.
그렇게 몇 번을 왔다 갔다 하는 보고 속에서 김 부장이 자기감정을 딱 드러내는 단어를 쓰자
연극인 말투가 아니었다.
"정말 미쳐버리겠네요..."
나한테 화를 낼 법도 한데, 김 부장은 보고서를 재정비해 업무를 종결시켰고
그렇게 업무마다 한고비 고비를 넘겨 가며 김 부장과의 첫 회식이 찾아왔다.
(김 부장과의 회식은 회식이라고 하고 소주 먹는 시간이다.)
"혹시 대표님과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아니 무슨 일이라니... 그냥 대표님은 내가 보고하는 걸 싫어하는걸 어떻게 설명하겠는가.
" 전 월래 대표실에 들어가면 5분 만에 쫓겨나는데요..."
김 부장이 소주를 마시며 깊은 한숨을 내 앞에서 내쉰다.
" 앞으로 팀원으로서 다른 누구보다 저를 신뢰하고 무슨 일이 있다면 솔직하게 말해주었으면 합니다."
드라마에 나올법한 대사를 김 부장이 이글아이가 되어 나한테 말하는데...
나는 대표님과 나 사이도 파악 못하는 김 부장을 신뢰할 수 없었다.
자기 감정을 말하는 모습에서 김 부장의 본모습을 보았다고 생각한 나는 이 말은 연극이라고 판단했다.
다른 직원들처럼 술 한잔 들어가면 너는 왜 대표한테 보고도 못하는 쫄보냐며 차라리 핀잔을 주지.
왜 본인을 신뢰해달라고 한 건지 나는 김 부장의 마음을 이해할 수 없었다.
"내일은 이사업체 잘 찾아야하는거 알지요? 견적 받아다주면 보고는 내가 하겠습니다."
예...부장님 감사합니다. 이제 더이상 저를 대표실로 보내지 않으실 생각이신가보군요..
난 속으로 이제야 보고라인을 정리하려 하는구나 라는 쾌좨를 불렀다.
"당분간 대표실 보고는 제가 하겠습니다."
나는 김부장을 보며 부장급들은 직장 생활에 통달한 직급이라고 착각했다.
이게 김부장의 성격을 예측할 수 있는 포인트의 시초라는 걸 그때는 정말 몰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