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의 룸메이트가 아침을 먹습니다.
왜 밥을 안 먹고 다니냐?
드라마를 보는 할아버지한테 왜 약을 먹었는지 물어보았다.
할머니 생각만 하면 가슴이 답답해서 견딜 수가 없다고 한다.
처음에는 약국에 가서 청심환을 받아왔는데 아무 효과가 없었다고,
<10알에 6000원이나 하고..(손 모양으로 사이즈를 알려주시곤) 이렇게 조그만 건데 더럽게 비싸서 효과는 하나도 없었어>
다니는 동네 병원에 가서 증상을 말하니 의사 선생님이 약을 처방해주셨다고 한다. 약을 먹고는 답답함이 덜어지신다고 하니 다행인지 지켜봐야 하는 건지 걱정이 앞선다.
아마 룸메이트를 자처하지 않았으면 할아버지 행동 하나하나 보지 못했을 것이다.
할아버지도 할머니를 보러 가고 기다리는 시간이 크나큰 스트레스로 다가왔었던 것 같다.
평생의 반려자였으니 몇 달에 얼굴을 비추는 내가 느끼는 감정과는 사뭇 사이즈가 다를 것 같다.
할아버지가 한번 기침을 하면, 출퇴근 인파 속에서 코로나를 가져온 게 아닌지 주의했는데
반대로
할아버지는 왜 손녀가 밥을 안 먹고 옷만 후다닥 입고 튀어나가는지가 의문인 듯했다.
할아버지가 나를 보고 묻는다.
<너는 왜 밥을 안 먹고 나가냐?>
할아버지 요즘 사람은 아침 안 먹고 다녀...
나도 안 먹고 다닌 지 몇 년인데..
회사에 도착하자마자 아메리카노 원샷해
라고 대답하면 할아버지가 이해해줄까
안 먹는다고 하면 안 될 것 같은 느낌이었다.
<할아버지. 내일부터 먹을게~>
오늘 아침메뉴는 설렁탕에 밥 말아먹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