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계 없는 무덤 없다'라고 아주 이기적인 핑계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들판으로 아침 산책을 다니며 한국 가을의 아름다움에 매혹되어서, 꽃들이 너무 예뻐서 그만 고의적으로 딱 한 송이씩만 꺾어 책에 넣어 말렸습니다. 저는 가을을 좋아합니다. 어릴 적 소녀 시절부터였던 것 같습니다. 그때 가을에는 단풍잎과 은행잎을 주워 책장에 끼워 말려서 책갈피로 이용했었던 기억이 났습니다. 29년 만에 보는 한국 가을은 너무 아름다웠고, 소녀시절 추억을 떠올리며 다시 한번 해 보고 싶다는 단순한 충동이 일었습니다. 그렇게 고의적인 상해를 꽃들에게, 들꽃에게 가했습니다. 이 죄를 고합니다.
솔직히 고해성사를 어떻게 하는지도 모르고, 해 본 적도 없다. 종교를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고해성사라고 제목 부친 것은 죄책감 때문이었다. 이렇게 많은 꽃을 꺾어본 적도 처음이었다. 20여 년 전 어린 아들을 혼내 준 적이 있었다. '식물도 살아 있다. 함부로 꺽지 마라'라고 교육했던 나였는데 이번엔 내가 이렇게 함부로 꽃을 꺾었다.
'나는 괜찮고 남은 안되다'는 그런 식의 비양심적인 사람인가도 반성해 보았다. 할 말이 없었다. 그래 일단 나쁜 짓을 하는 거니까 헛되이 하지 말자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한국 가을을 담았다. 사진으로 담고 또 담았고 그래서 전화기 속 앨범에는 8천 개가 넘는 사진들이 들어있다. 한국을 이렇게 느긋하게 바라보며 느끼며 즐겼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모든 나무와 들꽃들이 눈에 들어왔다. 특히 가을에는 호주 가을에서는 볼 수 없었던 코스모스가 좋았고 모든 들꽃들이 정겹게 똑같이 좋았다. 그래서 잘못을 저지르면서 만든 내가 느낀 한국의 가을 들판 풍경이다. 콜라주 방식으로 내가 꺾은 아이들을 소중이 담아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