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insaengwriting Jun 05. 2021

호주에서 14일 호텔 격리 시작

Welcome Home

크라운 플라자 호텔 1003호를 배정받아 들어와서 손을 씻고 제일 먼저 물을 마셨다. 한국을 떠나 호주로 오면서 단식을 해보니 하루 정도는 쉽게 굶을 수 있었지만 단지 몸속에서 물이 필요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육백 미리 물을 천천히 마시면서 발코니 가까이로 다가가 경치를 살폈다. 


익숙히 잘 아는 나의 홈그라운드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편안했다. 이 호텔은 젤 위층에 회전식 뷔페 레스토랑이 있어 골드코스트 경치를 잘 살필 수 있고 이벤트로 가끔 이용한 장소이기에 잘 알고 오래전에 몇 번 머문 적 있어 익숙했다. 그리고 이 동네는 홈그라운드, 산책으로 거의 매일 다니던 길들이라 비록 호텔이 내 집은 아니지만 'Home Home Sweet Home'이라는 생각이 들만큼 정겹고 마음이 편안해졌다. 그래서 잠시 발코니에 앞에 서서 멍 때리며 경치를 살펴보며 서 있었다. 




호텔 격리에 대해

다시 정신을 호텔 안으로, 격리 생활로 돌아와 호텔에서 주는 환영 키트를 열어 보았다. 호텔 격리를 하면서 필요한 설명서가 한 뭉치 있었고 물과 간단한 스낵이 들어있었다. 우선 설명서를 펼쳐 읽었다. 격리하는 동안 호텔방 안으로 들어오는 사람은 없다는 것과 모든 서비스를 제공하고 받는 방법으로는 방 문 앞에 가져다 두고 수거해 가는 방식이라 한다. 호텔 서비스에 포함되는 것으로 삼시세끼 식사는 물론이고 빨래까지 해 준다고 하니 이주 동안은 완벽하게 가사노동에서 해방될 거라는 사실에 반가웠다.


호텔 룸과 서비스의 가격은 한 사람일 경우에는 2800불이지만 추가 요구에 대한 비용이 첨가될 수 있다고 하며 호텔 격리를 마친 후 영수증을 보내오면 30일 내에 납부하면 된다고 한다. 처음 코로나가 발생하고는 호주 정부에서 모든 호텔 격리 비용을 감당했지만 언제부턴가 개인부담으로 돌렸고 외국에서 들어오면 호텔 14일 격리가 강제적이기에 피할 예외적인 방법은 없고 하지만 비용이 부담된다면 정부에 분할로 내는 방법을 신청할 수 있다는 설명도 쓰여있다.


호텔 격리 기간 동안 가족을 직접 만날 수는 없지만 호텔에 있는 동안 그들의 지원은 무제한 적으로 받을 수 있고, 직접 배달 음식이나 물건을 구매해서 호텔 주소로 배달시키면 방으로 가져다준다고 하니 호텔에서 2주 지내면서 불편함은 거의 없을 거라는 짐작이 들었다. 이런 호텔 생활은 아직 해보지도 않았고 앞으로도 삼시세끼와 빨래까지 해주는 호텔 여행을 할 것 같지 않으니 주어진 기회와 편안함을 최대한 즐기기로 했다.


호텔 격리 14일 하는 동안 사용할 옷과 필요한 것들만으로 만든 작은 가방을 펼쳐 쓰지 않은 침대 위에 올려 정리를 하고 있는 동안 퀸스랜드 정부 Covid 19 관리 의료진이 연락을 취해왔다. 방은 마음에 드는지, 호텔 격리 생활은 어떤지, 격리 동안 무엇을 하고 지낼 예정인지, 불편하거나 요구 상황은 언제든지 호텔 서비스를 이용하라는 말과 나의 건강 상태와 기분까지 자세히 살폈고 Covid 19 검사를 위해 두 번 방으로 의료진이 직접 방문할 거라는 것을 미리 알려주었다.


호텔에서 준 환영 키트



격리 첫날 적응하기

대충 정리를 한 다음 소독액으로 내가 손으로 집거나 닿아야 하는 모든 것들을 간단히 닦아 소독했다. 그런 다음 찐하게 샤워를 하며 이동 기간 동안 쌓였던 먼지와 피로를 씻어냈다. 그러고는 발코니에 나가 앉아 어둠이 내리기 전 경치를 감상했다.


15개월간 떨어져 있었지만 너무 익숙한 나의 동네, 아침마다 산책 다녔던 길과 바다가 내려다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해졌다. 잠시 멍 때리고 있는데 느닷없이 들려오는 노크 소리에 흠칫 놀랬다. 여행의 피로감으로 멍해진 머리로 노크소리가 첫 번째 저녁 식사가 배달되었다는 신호라는 것을 깨닫는데 조금 시간이 걸렸다.


놀란 마음 진정시키며 잠시 기다렸다가 마스크를 쓰고 문을 열고 방안으로 음식을 들여왔다. 노크 소리에 놀라 즉각 대응하지 못했고, 노트 소리 듣고 천천히 문을 열어 음식을 들이라는 그래서 최대한 사람 접촉을 막겠다는 지침서대로 움직여져 웃음이 나왔다.




첫 번째 호텔 식사

첫 번째 호텔 격리 식사는 비닐봉지에 싸져서 왔고 열어보니 생선찜 요리였다. 레몬 버터 소스가 올려졌고 생선은 두툼하고 부드럽고 좋았다. 야채도 같이 쪄져 브로콜리와 감자가 곁들여져 있었다. 음식에 간은 전혀 없었기에 소금과 후추를 조금 뿌려서 먹었고 그 외 디저트로 나온 것들은 모두 남겼다. 내가 요리하지 않고 남이 해주는 식사라 그저 감사했다. 다만 나무로 만든 포크와 나이프의 성능이 만족스럽지 않았지만 포크를 스푼처럼 쓰니 먹는 데는 지장 없었다.


저녁 식사를 마친 후 먹은 용기와 쓰레기는 다시 음식이 배달된 봉투에 싸서 마스크를 쓰고 호텔 방문을 열고 문 앞에 내놓았다.




첫날밤이 왔다

한국을 출발하고 이틀째라 피곤해서 힘들고 길게만 느껴졌지만 호텔방에 들어와서 얼마 되지 않아 밤을 맞으니 길게 느껴졌던 기분도 사라졌다. 밤이 주변을 가득 채우고 몸에 긴장이 풀리니 몸 여기저기서 아픔이 슬금슬금 나타났다. 비타민 씨와 타이레놀을 챙겨 먹고 일찍 침대에 누웠다.


티브이를 틀어 채널을 돌려가며 호주 방송을 보니 한국과 비교되어 촌스러움이 느껴졌다. 혼자 속으로 웃으며 즐겨 듣던 채널에 고정시켜 놓고 오늘은 깊게 잠들기 전까지 사람 소리를 티브이로 들으려 작정하고 티브이에 신경을 집중시켰다. 


아들에게서 몇 번째 전화를 받았고 마지막 체크 전화를 받아 한참 이야기를 하고 발코니 쪽으로 바라보니 경치가 좋아 잠시 일어나 야경을 찍고 다시 침대로 돌아와 누웠다. 내가 떠나기 전에 지어지고 있던 쥬얼 빌딩이 완공되어 야경을 더욱 빛나게 만들고 있었고 나는 호주에 왔음을 다시 실감하며 하루를 마감했다.


        

작가의 이전글 호주 호텔 격리 두번째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