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insaengwriting Jun 04. 2021

호주 호텔 격리 두번째날


호텔에서 아침을 

비행기에서, 호텔로 며칠째 잠자리가 익숙지 않아 잠을 설치다 새벽에 깜빡 잠이 들어 일어나서 호텔인걸 깨닫고 벌떡 일어나 발코니 문을 활짝 열고 발코니로 나가니 익숙한 경치에 안도감이 들었다. 한국에서부터 좋지 않았던 건강이 여행으로 찾아오는 피로감과 합쳐져 팔도 아프며 온몸이 무거워 밤새 고생했지만 상쾌한 공기가 좋아 발코니에 서서 바닷가에서 떠오르는 해돋이를 지켜보았다.


그러다 문득 쌀쌀한 아침 기온을 느끼며 호주는 겨울이 오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방으로 들어와 두꺼운 후드티와 양말을 챙겨 신고 잉글리시 블랙퍼스트 티를 한잔 타서 들고 다시 발코니에 나와 앉아 한참을 그렇게 지난 15개월 동안 한국에서는 잘 볼 수 없었던 넓은 시야를 주는 경치를 바라보며 멍 때리기를 했다.  




익숙해지지 않는 노크 소리

무심코 날아드는 노크 소리에 다시 한번 놀랬지만 이번엔 금방 아침이 도착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시간은 7시 반이 다 되어갔고 천천히 준비해서 마스크를 쓰고 문을 열고 문 앞에 놓인 아침을 안으로 들였다. 오늘 아침은 시리얼 세트와 계란 위에 시금치와 버섯을 올려 만든 계란찜 요리였다. 따뜻한 계란 요리와 토마토를 먹고 티를 한잔 더 마셨다. 


하지만 오늘 아침 요리는 나의 몸에서 받아들이지 않는 모양으로 알레르기를 일으키며 온몸이 가렵고 두드러기가 올라오는 증상이 생겼다. 음식에 가끔 알레르기가 있어서 약은 꼭 가지고 다녔기에 약을 먹고 물을 마시며 한참 동안 안정시킨 다음 리셉션에 연락해서 다시 한번 나의 알레르기 상황을 이야기해주었다.




잠 오게 하는 알레르기 약 덕분에


아침을 먹고 나니 호텔에 나와있는 의료진이 연락이 와서 나의 상태를 체크했다. 그런 후 나는 알레르기 약에 취해 다시 한숨 더 자고 일어났다. 알레르기는 가라앉았고 며칠 놓친 잠도 잔 것 같았지만 몸은 더 무거웠다. 욕조에 뜨거운 물을 받아 몸을 담그는 것도 방법일 것 같아 욕조에 무겁고 아픈 몸을 담그고 나오니 한결 좋았다. 그러고 있으니 12시 반 정도 다시 노크 소리와 함께 점심이 도착했다.



점심은 토마토 야채수프와 파이

오늘 점심은 야채수프와 치킨 파이였다. 따듯한 야채수프를 먼저 먹고 닭고기 파이는 기름져서 한 입만 맛만 보고 남겼다. 아침에 알레르기도 있었고 한국에서부터 잃어버린 식욕으로 아직까지 배고픔도 먹고 싶음도 없는 상태라 약을 먹기 위해 억지로 조금씩 먹었다. 




몸살이 오는지

항상 비행기를 타고 내리면 아팠던 기억, 역시나 이번에도 온몸이 아프니 타이레놀을 시간에 맞춰 챙겨 먹었다. 다행히 호텔에서 해주는 밥을 꼬박꼬박 먹을 수 있으면서 쉴 수 있으니 호강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식사는 군대처럼 거의 정해진 시간에 규칙적으로 방으로 배달되었다. 저녁은 소고기 로스트였다. 주황색 야채가 고구마일 거라 포크로 찍었다가 실망스러웠다. 고구마가 아니라 당근이었다. 그래서 혼자 음식 앞에서 실실거리며 웃었다. 소고기라, 붉은색 고기라 일단 챙겨 먹었고 약을 먹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격리생활은 완벽하게 하루를 보내면서 먹고 자고 이렇게 보내자니 아쉬웠지만 몸이 아프니 어쩔 수 없었다. 우선 아무 생각하지 말고 몸 컨디션이 돌아올 때까지는 순한 아기, 순둥이처럼 쉬어야겠다.


작가의 이전글 호주입국, 14일호텔 격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