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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nsaengwriting Jun 07. 2021

호주에서 호텔 격리 4일째


회복을 되찾다.

격리 4일째, 격리 중에도 나는 여전히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새나라의 아침형 어른이다. 오늘도 아침 일찍 일어나니 몸이 거의 회복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겨울인 호주는 눈을 뜬 새벽 5시 전 아침은, 여전히 어둠이 감싸고 있었고 나는 침대에서 일어나지 않고 누워서 할 수 있는 운동과 스트레칭을 하며 한 시간을  넘게 보내고서 발코니에 나가 섰다. 


그제야 바닷가 쪽에서 일출이 시작되었고 꽤 차가워진 겨울 아침은 쌀쌀했다. 해돋이의 멋진 모습에 잠시 멍 때리며 발코니에 앉아 아침 명상을 시작했다. 그러고는 방 안으로 들어와서 운동하며 땀을 좀 더 흘리고 씻고 나와 책을 들고 발코니에 다시 나가 앉았다. 격리 생활 동안 움직일 수 있는 최대의 거리이기에 열심히 방과 발코니를 들락이며 하루를 보내고 있다.




아침 식사

노크 소리에 더 이상 놀라기 싫어 시간을 틈틈이 확인하고부터는 더 이상 놀라지 않고 노크 소리를 듣고 음식 배달을 받았다. 오늘 아침은 따뜻한 핫케이크가 나왔다. 핫케이크에는 메이플 시럽이 좋았고 너텔라 초콜릿은 텁텁함이 더해져 나의 취향은 아니었다. 하지만 핫케이크로 아침을 먹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기에 한 조각 겨우 먹고 어제 아들이 가져다준 컵라면에 뜨거운 물을 부었다.


'와! 이맛이구나' 

컵라면을 한입 먹고 국물 한 모금 마시니 모든 것이 깔끔이 정리되는 느낌이 들었다. 이렇게 맛있는 컵라면은 처음인 것 같았고 국물 한 방울까지도 소중히 음미하며 싹 마셨다. 라면은 원래 잘 먹지도, 먹더라도 항상 남겼던 국물까지 이렇게 싹 먹어치운 후 컵라면 바닥을 보고는 혼자 웃음이 나왔다. 고작 며칠이나 됐다고 이런 맛이 나를 사로잡을 줄은 몰랐었다. 크게 불만 없이 그저 잘 먹고 자고 견디고 있어서 잊고 있었던 칼칼하고 매운 조미료의 맛에 순식간에 빠진 느낌이었다. 


'역시 한국 사람이라 이런 강한 맛을 가끔씩은 뱃속에 넣어줘야 하는 모양이다.'라고 생각하며 혼자 싱긋이 웃을 수 있었다.




슬기로운 격리 생활 시작

아침을 먹은 후 가져간 가방에서 하루 종일 할 수 있는 소일거리를 더 찾아냈다. 며칠 몸 컨디션 회복을 위해 침대와 친구를 했지만 이제부터는 책상에서 오랜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책, 노트, 스케치북, 색연필 등 들고 온 것을 모조리 꺼냈다. 이제 슬슬 뭔가를 그리고 쓸 수 있을 것 같았다. 한동안 닫혀 버리 마음에 한국에서부터 중단해버린 나의 취미 생활들이, 몸도 마음도 회복되니 다시 시작하고 싶은 마음이 저절로 생겨났다. 그래서 짐들을 꺼내어 정리하며 조금씩 해보기도 하며 오전 시간을 보내다 보니 점심이 배달되었다. 


오늘 점심은 밥과 닭고기 야채 조림이었다. 식사 양은 항상 넉넉했기에 먹을 수 있는 만큼만 먹었고 밥을 먹으면서 여전히 나무로 만들어진 포크와 나이프의 성능과 씨름하면서 먹었다. 특히 포크가 포크답지 않아 스푼처럼 써야 했기에 맘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밥과 함께 나온 음료, 스파클링 미네랄워터가 대박 나의 맘에 꼭 들었다. 이 제품 스파클링 워터는 처음 마셔 보았지만 격리 끝나고 나가서도 이 제품을 사서 마실 것 같다는 생각에, 새로운 제품을 하나 알게 되어 기뻤다.




저녁에 맥주 일병

점심 식사를 마치고는 잠시 취미 생활하다 요가 유튜브를 틀어놓고 따라한 다음 반신욕을 하며 넥플렉스를 즐겼다. 이만하면 격리 생활을 잘 적응하는 것 같아 속으로 흐뭇했다.


저녁 식사는 5시 반에서 6시 사이에 나오며 그 시간에는 이미 어둠이 내리고 있어 방에는 불을 켜야 했다. 오늘 저녁으로 펜네 볼로네즈와 샐러드와 과일이 나왔다. 파스타가 나왔으니 레드 와인 한잔이 어울리겠지만 없는 와인 찾지 말고 아들이 가져다준 맥주 일병을 꺼내서 테이블을 세팅했다. 


나는 파스타 같은 짙은 밀가루 소화력이 떨어지기에 펜네 면은 몇 개 먹지 못하고 맥주 한 병을 메인 식사로 파스타에 올려진 소스와 야채샐러드와 과일을 안주 삼아 모조리 먹어 치웠다. 오랜만에 마신 맥주 한 병에 살짝 취한 기분이 들었다. 격리 4일째 오늘 하루도 잘 보냈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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