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에서 강제 격리하면서 가장 좋은 점은 삼시세끼 식사가 제공된다는 것이었다. 공항에서 호텔이 정해지면서 호텔에 줄 몇 가지 서류를 작성했다. 그때 음식에 대한 알레르기 여부와 특별 부탁 사항을 적는 곳이 있어 작성해서 넣었고 호텔 방 배정받으면서 서류를 건넸다.
그리고 호텔에서 제공하는 음식 외에도 본인 부담으로 호텔 카페나 식당에서 음식을 배달시켜 먹을 수 있어 선택폭이 넓어졌다. 그리고 가족들이 보내오는 음식도 모두 배달해 준다니 맘에 들었다. 몸은 호텔 방 하나에 갇혀 있어 사람을 만날 수는 없지만 그것 외에는 모든 행동을 할 수 있게 해 주었다. 인터넷 쇼핑으로 주문하면 호텔 방으로 배달까지 해 준다고 호텔 주소까지 명시되어 있었다.
첫날
첫날 반나절이 훌쩍 지나 호텔에 도착하고 방으로 올라가면서 받은 환영 키트와 저녁 식사 사진이다. 오른쪽 핑크빛 짜고 식초 맛의 감자 칩스는 한국에서 지내는 동안 가끔 생각나서 먹고 싶었던 과자였다. 호텔에 들어와서는 물부터 두병을 천천히 마셨고 저녁으로 나온 생선 요리를 맛나게 먹었다.
두 번째 날
오늘부터는 온종일 호텔 방에서만 지내야 하는 날이 시작되었다. 아침으로 야채를 머금은 계란찜, 토마토 반쪽과 해시 브라운 감자가 나왔다. 계란찜과 토마토를 먹고 나니 몸에 두드러기가 일어나 알레르기 약을 먹었다. 이날부터 아침마다 시리얼이 담긴 박스가 항상 같이 나왔다. 그 박스에는 주스, 우유, 시리얼, 디저트가 담겨 있었고 요플레도 매일 아침 나왔다.
점심은 파이가 나왔다. 역시 호주라는 생각이 드는 파이였다. 호주는 전통이 오래되지 않아 전통 음식이라고는 없다. 그래서 그냥 파이 정도를 호주 음식이라 생각한다. 파이 속에는 닭고기가 들어있었고 옆에는 야채 토마토 수프가 따뜻하게 들어있어 나는 야채수프를 먹고 파이는 한입 정도만 먹었다. 아침 알레르기로 기름진 음식을 조심하고 싶었다. 그리고 나온 저녁은 소고기 스테이크라고 부르기엔 넘 촉촉하고 로스트에 가까웠다. 주황색이 고구마일 거라는 나의 예상과는 달리 당근이어서 실망한 것 빼고는 좋았다.
세 번째 날
아침을 열어보고는 아보카도가 들어있음에 반가웠다. 이날에도 시리얼 박스는 손 데지 않고 음식 중에서 해시 브라운 감자를 빼고는 다 먹고 요플레까지 먹었다. 점심은 닭고기 랩과 감자 수프가 나왔다. 감자 수프를 따뜻하게 먹고 닭고기 랩은 한두 입 베어 먹고 멈추고 과일을 먹었다. 과일이 수박 빼고는 레몬과 파인애플이 무맛이라 놀라웠다. 며칠 만에 저녁으로 쌀밥을, 한국에서 먹는 쌀은 아니었지만 반가웠다. 간 고기로 만든 소시지 위에 사워크림 소스가 올려져 있어서 아마 이것은 그리스식 요리 거나, 아랍 쪽 요리 같았다.
네 번째 날
아침은 핫케이크가 나왔다. 메이플 시럽과 너텔라 초콜릿을 발라 먹어 보니 핫케이크에는 메이플 시럽이 정답인 듯 어울렸다. 하지만 나는 핫케이크를 좋아하지 않아 아들이 가져다준 컵라면으로 아침을 대신했다. 점심에는 아시아 식으로 야채를 넣은 닭볶음과 밥이 나왔다. 이때 같이 나온 스파클링 미네랄워터가 좋았다. 저녁으로는 파스타, 펜네 볼로네이즈 이탈리아식이 나왔다. 보기에는 너무 맛나게 보였지만 나는 파스타 면을 잘 흡수 못하는 편이라 이날 저녁에는 아들이 가져다준 맥주 한 병과 파스타 소스와 샐러드 그리고 과일을 안주 삼아 저녁으로 먹었다.
다섯 번째 날
아침 메뉴로는 잉글리시 블랙퍼스트, 소시지와 스크램블 에그, 토마토와 해시 브라운 감자가 나왔다. 토스트 한쪽과 베이컨이 빠져 살짝 아쉬웠던 잉글리시 블랙퍼스트였다. 점심으로는 햄버거가 나왔지만 나는 속에든 패티와 야채를 꺼내어 샐러드가 담긴 볼에 넣어 과일과 함께 먹었다. 저녁은 돼지고기 로스트와 야채들이 나왔다. 감자가 무지 많아 두쪽 먹고 두쪽 남겼다. 그리고 나머지 야채들은 다 먹었다.
여섯 번째 날
맥도널드식 브렉퍼스트 베이컨과 계란이든 머핀이었다. 점심으로는 라자냐와 샐러드가 그리고 저녁은 쇠고기 스튜가 나와서 포크로 조각내어 모두 섞어서 아들이 사 온 맥주 한 병을 얌전히 소환했다.
일곱 번째 날
이날 아침이 나에게는 제일 부실한 것 같다. 계란구이와 토마토 그래서 컵라면을 하나 먹으며 계란 부침을 반찬으로 먹었다. 점심에는 생선찜 요리가 나왔다. 저녁은 닭고기 로스트와 메쉬 포테이토 그리고 주먹만 한 브로콜리가 함께 나왔다. 브로콜리를 자르느라 일회용 나무 포크와 나이프로 열심히 씨름했다. 닭고기는 시도하다 포기하고 그냥 건강한 앞니를 사용하며 베어 먹었다. 격리 중에는 우아함을 갖출 수 없다는 것이 단점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웃으며 우걱우걱 닭고기를 베어 먹었다.
여덟 번째 날
아침은 스크램블 에크, 토마토, 요플레 그리고 잉글리시 블랙퍼스트 티를 마시며 경치를 즐겼다. 점심으로는 호박 소스로 만든 큼직한 사이즈 라비올리와 샐러드였다. 라비올리 두쪽 먹고 샐러드를 먹었다. 저녁으로는 인도식 카레와 강황 밥이었다. 모처럼 먹는 카레에 밥을 비벼 먹으니 좋았다.
아홉 번째 날
야채 올릴 계란찜을 먹고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켰는데 또 나왔다. 하지만 이날은 조금 먹어서 인지 알레르기가 일어나지 않았다. 점심으로는 햄이 든 랩이었고 페타 치즈가 들어간 샐러드였다. 랩에 든 햄 자체도 짰고 소스가 너무 많이 뿌려져 있어 걷어내고 콜라를 연신 마셔대며 랩을 반 정도 먹었다. 그렇게 아침과 점심은 시원찮게 먹고 나니 저녁은 허기진 상태에서 맞았다. 저녁 메뉴는 소고기 스테이크였다. 오랜만에 보는 스테이크라 사진 찍는 것도 잊고 먼저 한점 잘라먹고 사진을 찍었다. 스테이크는 부드러웠고 미디엄으로 잘 구워져 그레비가 뿌려져 있었다. 메쉬 포테이토가 바닥에 깔려 있었고 옥수수로 한 조각과 주먹만 한 브로콜리와 버섯 등 몇 가지 야채들이 있어 즐기면서 저녁을 많이 먹었다. 역시 허기가 맛집을 만드는 것 같다.
열 번째 날
9홉 밤 자고 10일째 아침 식사 '아~이제부터 음식이 반복되겠구나'라는 직감이 왔다. 어제도 오늘도 먹어본 아침 식사였다. 점심에도 소고기 햄버거가 나왔지만 저번 같지 않고 빵도 부드럽고 속에 든 패티도 부드러워 햄버거를 맛나게 먹은 점심 식사였다. 저녁은 양고기 로스트였다. 삶은 고구마 으깬 것과 완두콩이 있었고 완두콩이 얼마나 많이 깔려 있는지 다 먹으려고 애를 쓰다가도 남겼다.
격리 중 음식을 먹어보니
모든 음식이 대체로 다 먹을만했다. 내가 살짝 까탈스러운 체질이라 몸에서 받아들이지 못하는 음식이 있지만 먹성은 너무 좋아서 그랬는지 그런대로 모든 음식이 다 먹을만해 특별히 흠잡을 데가 없었다. 단지 나에게는 야채가 전적으로 부족했다. 특히 한국 엄마 집에서 살다와서 그런지 더욱더 그랬다. 고기도 좋아하지만 야채도 좋아해서 야채를 즐겨먹는데 여기 격리 생활에서는 야채 양이 전적으로 부족했다. 거기에 반해 고기양은 아주 풍족했다. 고기가 나오는 날에는 양은 아주 넉넉하게 먹었고 부족하다는 느낌은 절대 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