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birthday = Horse’s Birthday
호주에서의 8월 1일은 남반구에 사는 Horses(말들)의 생일이라고 축하한다. 생일날 아침 뉴스를 켜면 늘 들을 수 있고 호주 친구들도 나의 생일을 들으면 첫 반응이 말과 생일이 같아서 외우기 쉽다고들 했다. 북반구 한국에 살면서는 8월 1일이 말의 생일이라고는 듣지도,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었지만 호주에 살면서는 종종 듣게 되었다.
호주에서 30년을 넘게 살면서 말들과 생일을 두고 실랑이 아닌 실랑이를 했는데 이번에는 말들에게 8월 1일 생일을 완전히 내어주기로 했다.
한국에서 코로나로 옴짝달싹 못하고 묶여 있었던 관계로 처음으로 오랫동안 호주를 비웠고 그런 후 호주에 돌아와 생일을 맞으니 아들은 정성을 다해서 나의 생일을 축하해 주었다. 아들은 항상 나의 생일에 진심을 다했다.
이탈리아 레스토랑에 부킹을 해서 근사하게 할 생각이었지만 코로나로 우리가 사는 도시 전체가 두 번째 락다운에 들어가는 바람에 예약이 취소되었고 그래서 초대한 사람들 중 아들 파트너 가족들만 불러 집에서 아들이 직접 파티를 열어주었다. 파티 시작을 위한 치즈 보드부터 매인 음식인 코리언 갈비 바베큐까지 직접 준비하고 차리고 갈비 굽기까지 완벽하게 해 주어 아들에게 감동받았던 생일이었다.
올해 8월 1일은 말들에게 온전히 생일을 내주기로 했다. 왜냐하면 아들이 호주 위퍼라는 지역 병원에서 5주간 출장 중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차로 30시간 운전해서 갈 수는 있지만 차로는 절대 갈 수 없는 왜냐하면 광산이 있는 작은 도시지 관광지가 아니기 때문에 비포장도로이고 숙박 시설은 물론 가는 도중 주유조차도 힘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절대로 운전해서 가보겠다고 시도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물론 비행기를 타고는 갈 수 있지만 비행기도 두 번 갈아타야 하고 비행시간만 6시간이 걸린다. 편도 비용만 천불 이상이 드니 만만치 않다.
그래서 아들에게 서로 방문하지 말고 5주를 마치고 오면 생일이 한번 더 있으니 나의 서류상 생일로 파티하자고 약속했다.
그랬음에도 아들은 출장 날짜가 잡히고 나의 생일에 맞춰 잠시 오려는 계획도 세웠지만 내가 적극적으로 만류했다. 하루를 위해서 오가는 비행기 비용은 물론이고 시간도, 에너지 낭비도 너무 크기에 하지 말자고 했다.
한국 사람들은 음력과 양력 두 번의 생일을 가질 수 있지만 나는 여권 생일이 전혀 달라서 3번의 생일을 가질 수도 있다. 내가 중3 때 처음 여권을 만들면서 동사무소와 구청에서 나의 출생일이 서로 달라 문제가 생겨 시간이 많이 지체되었었다. 그때부터 예전에 내가 알고 있던 주민등록번호는 사라지고 구청에서 가지고 있던 생년월일로 나의 주민등록번호 앞자리가 달라졌었다.
그래서 올해는 처음으로 서류상 생일로 아들이 출장에서 돌아오면 함께 나의 생일을 즐기기로 했다.
그러기로 해 놓고 아들은 8월 1일 그냥 보내기 아쉬웠는지 일찍부터 위퍼에서 비디오 콜을 걸어와서 해 뜨는 모습을 보여주며 생일 축하인사를 해왔다. 조금 더 잠을 자길 바라는 엄마인 나는 너무 자상한 아들이 고맙기도 하지만 안쓰럽기도 했다. 그 후 아들은 일하러 가기 전까지 비디오 콜을 몇 차례 더 걸어왔고 친구들에게서도 축하 문자와 전화를 받으며 아침을 꽤 바쁘게 보냈다.
그렇게 한바탕 바쁜 아침을 보내고 잠잠해졌을 무렵 낯선 번호로 핸드폰이 울렸다. 저장되지 않은 번호라 받지 않자 끊어지더니 곧바로 같은 번호로 걸려와서 받아보니 꽃배달이었다.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는 열쇠가 없으면 아파트에 들어서는 것부터 힘들고 특히 엘리베이터는 같은 층에 살지 않는 이상 아파트 입주자 그 누구에게도 허락되지 않는다. 그래서 방문자는 두 번의 인터콤을 사용해야 하며 그럴 때마다 문과 엘리베이터를 열어 주어야 한다. 한국처럼 배달 문화가 발달되지 않아 천만다행이라 싶어 혼자 웃기도 하지만 안전해서 좋다.
배달되어온 꽃은 받으니 오리엔탈 릴리 꽃색이 너무 고와서 아들에게 사진을 찍어 문자를 보내니 플로리스트가 스펠링을 잘못 썼다는 답을 해왔다.
아들의 파트너도 함께 했다는 사실을 알고 나는 아들과 미래 며느리와 함께 공유하는 삼인방에 꽃 사진과 함께 고맙다는 글을 올렸다.
나는 이번 8월 1일 아들도 없으니 조용히 보내려 했지만 아들의 반대로 아들의 파트너, 미래 며느리와 함께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그래서인지 아들의 파트너는 아들이 없는 동안 무척 신경을 쓰고 있고 특히 지난주에 만났을 때는 내 생일 이야기를 꺼내며 나의 의중을 물어왔다.
우리 집에서 간단히 음식을 할 테니 일 마치면 집에 와서 같이 먹자고 했더니 미래 며느리가 절대 내가 요리하는 것을 말렸고 모두 준비해서 오겠다며 편히 쉬며 먹고 싶은 음식만 생각해서 알려달라고 했다.
그래서 8월 1일에는 미래 며느리는 일을 마치고 오면서 타이 말레시아 요리 3가지와 맥주와 아이스크림까지 준비해 왔고 아들은 위퍼에서 잠시 비디오 콜을 걸어와 잠시 동안 셋이 함께 했다.
가끔은 그냥 넘어갈 수도 있는 생일을 아들도, 미래 며느리까지도 이렇게 잘 챙겨주니 난 정말 사랑받는 엄마임에는 분명한 것 같다.
행복함에 감사함에 이렇게 글을 써서 남겨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