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insaengwriting Sep 09. 2021

호주에서 집 구매

두 번째집 찾기, 오퍼 그리고 계약하기


19년 전과 후


19년 전 마지막 집을 구할 때만 해도 부동산을 직접 찾아가서 나온 집들을 소개받고 조건에 맞는 집을 몇 군데 부동산 직원과 함께 구경하러 다녔었다. 그렇게 일일이 집을 보러 다니면서 지냈던 그 시간들이 너무 힘들었던 기억이 나지만, 19년 후인 현제는 인터넷으로 쉽게 많은 집을 여러 장의 사진으로 다 들여다볼 수 있고 우리가 보고 싶은 집들만 추려서 원하는 날짜와 시간으로 집 내부를 인스펙션 할 수 있었다. 그래서 바쁜 아들의 일정에도 충분히 인스펙션과 오픈하우스를 함께 보러 다닐 수 있어 집 구하러 다니는 일이 예전처럼 크게 스트레스로 다가오지 않고 즐길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는 것을 체험하게 되었다.


우리는 이미 중개인과 변호사를 통해 중요한 서류는 모두 준비했고 집을 결정하면 바로 살 수 있는 상태였다. 그래서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집 쇼핑을 시작했고 몇 집 보러 다니면서 집 구경은 쉬웠지만 마음에 드는 집을 만나는 것은 쉽지 않다는 것을 알아갔다.



나의 집 같은 느낌


집의 스타일이나 무엇을 원하는지 아직까지 뚜렷한 기준 없이 나는 집을 둘러보면서 그냥 'HOME, HOME, SWEET HOME'이라는 내 집 같은 느낌이 드는 집을 원했다. 화려함에 아무리 좋아 보이는 집이라도 내 집 같은 느낌이 들지 않으면 오퍼를 넣을 수가 없었다.


19년 동안 아파트 생활을 했기에 괜히 뒷마당과 정원이 있는 하우스를 가지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었지만 이번에 집을 보러 다니면서 서서히 욕심을 내려놓게 되었다. 아직은 편하고 안전한 곳에서 나에게 좀 더 집중하는 시간을 가지기로 마음이 돌아섰다.



처음으로 든 feeling, 감


그러면서도 모든 옵션을 열어두고 여러 형태의 집을 보러 다녔다. 그러던 중 어떤 아파트 1호 집 오픈 하우스를 보러 가니 마침 그 건물, 같은 층에 아파트 매니저가 직접 소개하는 아파트 7호 집의 오픈 하우스를 운 좋게 볼 수 있었다. 


운 좋게 보게 된 7호 집을 보면서 그때 '내 집 같은 feeling, 감'이 들었다.


열려 있는 현관문을 들어서니 건너편 넓은 창으로 푸르른 초록과 파란 하늘이 환하게 펼쳐져 보였다. 집의 시작과 끝으로 떨어져 있는 방 2개와 욕실에는 넓은 드레스 룸과 욕조가 있어 좋았고 심플하고 모던하게 꾸며진 부엌에는 많은 수납장이 있었고 대리석 부엌 상판과 가스레인지 그리고 부엌 대리석 아일랜드로 더 넓은 요리 공간과 거실을 구분해 두고 있었다. 부엌, 거실과 다이닝 룸(식사 공간)이 분리되어 있었고 거실과 다이닝 룸을 연결하고 두 곳 어디서나 나갈 수 있게 널찍하게 만들어 놓은 발코니 문도 좋았다.


이 집에서는 파란 하늘과 초록의 나무들과 새들을 어디서든지 맘껏 볼 수 있는 것이 제일 마음에 들었다. 그동안 보러 다닌 집들에서 느껴졌던 답답함이 사라졌고 집을 보러 다니면서 처음으로 우리들 마음에 들어온 집이었다.



첫 오퍼를 넣다.


그날 오후 우리가 찾아갔던 1호 집 쪽에서 오퍼를 넣을 건지에 대한 우리의 의향을 물어오며 오퍼를 넣으면 무조건 성사시켜 주겠다는 약속을 미리 해 왔다. 1호 집도 나쁘진 않았다. 하지만 7호실과 비교해보면 거실과 식사 공간이 일직선으로 하나의 연장선이었고 2개의 방과 욕실이 옹기종기 붙어 있어 답답했다. 그리고 우리는 연락을 준 1호보다는 우연히 보게 7호 집으로, 1호 집에 비해 더 넓어 집값도 더 비쌌지만 우리는 처음으로 오퍼를 넣어 보기로 했다.


요즘같이 경쟁이 심한 시기에는 오퍼를 넣어도 한 번에 성사되는 확률이 매우 낮기에 우리는 마음에 드는 집을 찾아 처음으로 오퍼를 넣어 봤다는 사실만으로 첫 오퍼의 의미를 두고자 했다.


그런데 이틀 만에 빌딩 매니저에게서 우리가 제안한 오퍼가 받아들여졌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때부터 우리 쪽 중개인과 변호사가 일을 진행시켰고 나는 호주에 도착해서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마음에 드는 집을 찾고 첫 번째 넣은 오퍼가 받아져 일을 진행시키게 되었다.


오퍼가 받아지고 난 후 오고 가는 서류들은 엄청났다. 우리의 중개인과 변호사가 빠르게 서류를 검토하고 우리에게 넘겨왔고 검토하고 사인해서 모두 보내고 나니  마지막 단계에서 우리 쪽에서 계약을 파기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주었다.  우리는 중개인의 제안으로 백 프로 확실하게 하기 위해 빌딩 전체와 집안의 해충 검사와 건물 구조 검사를 실시했다. 들어가는 길부터 동네 전체가 보안과 관리가 철저하게 잘되어 있었고 3살 된 건물이라 깨끗하고 탄탄하게 잘 지어지고 가꾸고 있는 좋은 상태였다. 그래서 모든 것들이 통과되어 우연히 보았던 그 아파트가 내 집으로, 계약이 성사되었다. 


호주에서 여행을 떠나자마자 코로나가 터졌고, 그래서 15개월간 한국에서만 지내다 다시 호주에 돌아와서 2주 호텔 격리를 마치고 40일 만에 나는 아파트를 하나 샀다.








작가의 이전글 NEW HOME, 다시집을 구하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