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행복하자!
자주 만나서 어울리는 친구는 아니지만 항상 그 자리에 있어주는 의리 있는 친구이기에 여행을 다녀온 후 그녀가 운영하는 가게로 찾아갔다. 경험도 없는 가게를 인수해서 혼자 운영하는 것이 힘들어 보였지만 남편이 합세하자 그녀는 전보다 편해져 행복해 보였다. 얼마 전 인사차 들러 그들을 만나보니 여전히 부부는 열심히 살고 있었지만 그녀의 얼굴에는 전에 보지 못한 그늘이 생겨 보였다.
나의 친구, 그녀는 자그마한 체격에 조용하고 차분한 성격에 발랄함도 있었다. 그랬던 그녀에게서 발랄함은 사라지고 어둠이 그 자리를 차지한 것 같았다. 부부가 함께 운영하는 가게는 천만다행인지 코로나에도 큰 타격 없이 장사는 잘 된다는 것을 듣고 보아서 경제적인 문제가 그녀의 변화 이유가 아니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녀를 만나면서 처음으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마음이 무거웠다.
그 자리에서 묻고 싶었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
인생은 다양한 선택으로 살아간다. 자의든 타의든 평생 싱글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싱글이지만 싱글 아니게 항상 상대가 있어 보이는 사람도 있고, 정식으로 결혼해서 부부로 가정을 꾸리고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고, 부부의 연을 맺었지만 끝까지 이어가지 못하고 나처럼 혼자 삶을 살며 혼자 쭉 살아가는 사람도 있고, 결혼에 실패해도 다시 좋은 인연을 찾는 사람, 새로운 인연을 만나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다. 이것보다 더 복잡 미묘한 남녀의 관계는 너무 많아 일일이 설명할 수도 없을 것이다.
어쨌든 다양한 선택으로 사람들은 살아가지만 나의 경험상 혼자라서 더 외롭고 힘든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부부로 함께 살면 외롭지 않고 덜 힘들고 좋은 일만 생기는 것이 아닌 걸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강산이 두 번 변해가는 시간 동안 나는 다시 홀로 된 삶을 살면서 혼자라서 더 외롭고 힘들고 어렵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 물론 처음에는 남편의 단독 결정을 듣고 겁이 났었겠지만 그 기억조차 희미해졌고 잘 살아낸 기운으로 멋지게 포장되어 묻혀버렸기에 나는 지금 혼자라서, 혼자가 되게 해 줘서 감사한 마음으로 살고 있다.
그런데 나의 친구는 나와는 다른 선택으로 살아가는 중이었다. 항상 남편 그늘 아래서 살아왔고 남편과 잠시 떨어져 지내면서도 남편의 그늘을 그리워하는 그녀가, 나와 다름이 예뻐 보였다.
그래서 이번 만남에서 남편과 함께하는 그녀라서 활짝 핀 밝은 얼굴을 기대했었지만 그녀는 혼자 가게를 운영하며 힘들었던 그때보다 더 가라앉고 어두운 표정을 가지고 있었다.
며칠 뒤 그녀가 나의 집을 찾아왔다. 힘없이 나타난 그녀는 다시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중에 눈물을 닦았다. 남편의 강한 성격으로 상처를 받지만 성격 강한 남편과는 싸울 것 같아 겁이 나서 대화를 피하고 혼자 많이 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직장생활을 그만두고 사업을 하는 남편의 사정도 전과 같지 않고 그녀가 오직 가정주부였던 때와는 달리 낯선 땅에서 부부가 함께 사업하면서 남편의 강한 성격을 하루 종일 받아내야 하니 벅찬 듯 보였다.
나는 그녀에서 혼자서 깊게 생각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두 사람 관계의 문제인데 혼자서 생각이 너무 깊어지면 위험하니 그녀의 마음을 남편과 가볍게 대화하며 풀어가라고 말했다.
그녀가 남편에게 한번 말을 했고 남편은 더 잘하겠다고 대답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녀의 당부도, 남편의 대답도 실천되지 않고 있다며 내가 방문했을 때 대화를 예로 들었다. 그날 그녀의 남편이 와이프를 비하하는 말을 꺼낸 적이 있었고 물론 남편 입장에서는 웃자고 꺼낸 말일 수도 있었겠지만 그건 상대인 그녀를 전혀 배려하지 않는 말이었다. 그때 그 말을 듣자마자 바로 그 자리에서 나는 그녀의 남편에게 전혀 쓸모 짝에도 없는 말을, 1도 도움이 안 되는 말을 왜 하시냐고 지적했던걸 기억했다.
그것 외에도 모든 것을 수치로 이해하고 측정하려는 남편과 감정도 성격도 성향도 맞지 않는 등 자세하게 설명은 하지 않았지만 여러 가지로 그녀는 힘든 입장에 있는 듯했다.
저녁 시간이 다 되어 집으로 가야 하는 그녀에게 대화를, 싸우자고 덤비는 대화가 아니라 조금이라도 마음에 상처가 되는 말을 들을 때마다 지금 그런 말에 상처 받는다는 것을 자주 남편에게 알려 주라고 권했다. 본인은 농담이라 생각, 착각할 수도 있으니 가르치라고 했다. 그리고 혼자일 때는 뭐든지 혼자 생각하고 고민해서 결론을 내려야 하지만 부부로 둘이 함께 살아간다면 반드시 서로의 마음을 상대에게 알려야 하고, 알아야 한다고 했다.
그래도 그녀의 남편은 앞으로 더 잘하겠다고 대답했으니 다행이지만 쉽게 고쳐지지 않으니 당신의 남편인 경우는 그때그때 상처 받을 때마다 알려주며 부드러운 경고를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물론 나도 싸울까 무서워 둘이었을 때는 그러지 못하고 혼자 울며 베개만 적셨던 기억이 났다. 하지만 그때는 나이가 어렸지만 이들의 나이가 오십도 넘었기에 그녀에게는 더 이상 혼자 울고 생각하면 안 된다고 했다.
이혼은, 생각지도 않았던 이혼을 하게 되면서 쉽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경제적으로도 힘들었지만 심적으로 다가오는 충격도 매우 힘들었다. 그래도 혼자서 잘 이겨냈고 살아냈고 잘 살고 있지만 그 어느 누구에게도 권해주고 싶은 말은 절대 아니라고 생각한다. 배우자가 좋고 나쁨을 떠나서 이혼에 대한 나의 생각이 그렇다.
그래서 그녀에게도 이혼 말을 쉽게 꺼내고 부추기고 싶은 마음이 전혀 생기지 않는다. 나의 가족들에게도 말하는 솔직한 나의 심정이다. 이혼은 해도 힘들고 하지 않아도 힘들다고 그렇다면 하지 않고 고쳐가며 살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라고 어느 누구에게도 나는 그렇게 조언한다.
부부로 살면서 상대의 강한 성격에 겁이 나서 말도 못 하고 속으로 삭히며 혼자 울기를 반복한다면 이것은 가정 폭력을 당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부부 관계에서 뿐만 아니라 가족으로 함께 살며 한 공간에서 지낸다면 그 어느 누구도 강한 성격을 상대에게 드러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강한 성격은 오직 본인 자신에게로만 향해야 한다. 자신의 강한 성격과 언어가 상대에게, 가족 그 누구에게도 영향을 주고 겁을 먹게 만든다면 그것은 폭행, 폭언과 마찬가지로 감정에 대한 폭력이라 생각하고 가정폭력이 분명하다고 말하고 싶다.
내가 생각하는 그녀에게 있어 가장 좋은 방법은 가벼운 대화일 것 같다. 그녀는 남편에게 당신의 강한 성격이 폭력처럼 아프다는 것을 자주 표현하며 남편을 깨우쳐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 사람이 지금 폭력을, 범죄를 가장 아껴주어야 할 짝인 와이프에게 휘두르고 있다는 것을 알게 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처음 그녀가 말을 꺼냈을 때 더 잘하겠다고 말한 그녀의 남편일 경우라면 그렇다는 말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고 자신의 강한 성격만 고집하고 같이 사는 사람에게 배려심이 전혀 없다면 그런 사람은 공동생활을, 한집에서 살아야 할 자격이 없는 사람으로 혼자 살아야 된다고 생각한다.
행복은 아주 쉽게 다가오고 느껴진다고 생각한다. 편안한 마음, 따뜻한 인사, 안부, 짧은 문자, 작은 관심 하나를 주고받으면서 쉽게 느낄 수 있는 것이 행복이라 나는 생각한다.
지금 내 옆에 나 혼자가 아닌 파트너가, 자식이, 부모가 함께 살고 있다면 더 많이 행복을 주고받을 수 있는 기회를 가진 것으로 축복받은 사람들이라 생각한다. 함께하는 숫자만큼 더 많이 행복을 주고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를, 무엇을 대할 때는 나 자신을 대하듯 모든 것을 배려하자. 혼자 살아가는 세상이 아니라 어울릴수록 아름다운 세상이 만들어진다고 나는 생각한다. 지금처럼 힘든 세상 모든 것에 배려하고 아끼며 살아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