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of my little thoughts
여행을 꿈꾸며 비우다.
아들의 독립 시기에 맞춰 여행을 계획했다. 그때가 되어 아들에게 속하는 것과 보관해야 중요한 것들을 함께 보내고 나는 19년 동안 살았던 집을 처분하기 위해 정리했다.
싹 다 없애는 것이 이사보다 어렵다.
30년 외국 생활을 하면서 10번도 넘게 이사를 다녔었다. 그런데 더 이상 살지 않을 것처럼 전부 없애기는 처음이었고 해 보니 이사보다 그 과정이 더 힘들었다. 이 집에서만 19년을 살아서 그런지 집 정리를 하면서 많은 추억도 함께 정리되는 느낌이 들어 수차례 웃고 울기를 반복했다.
처리하려고 물건들을 꺼내다 보니 그 양에 놀랐다. 잠시 중고시장에 올려 여행경비에 보태볼까 생각도 해보았지만 왠지 내키지 않았다. 그래서 고민 끝에 친구들에게 나눠주고, 유기견 보호센터에 대부분을 기부하고 나머지는 쓰레기 처리해서 정리를 끝냈다.
그리고 아들 커플에게 애완견을 부탁하고 나는 가방 하나 들고 가볍게 여행을 떠났다.
계획대로 되지 않았다.
첫 번째 여행지 한국에 도착해서 열흘 뒤에 코로나가 발표되고 순식간에 세계적 팬데믹 상황이 되었다.
국경을 닫기 전에 속히 귀국하라는 경고를 받았지만 생전 처음 듣고 보는 상황에 노모가 걱정되어 한국에서 함께 지켜보기로 했다. 그렇게 곧 하늘길이 막히고 나는 15개월 동안 한국에서 노모와 함께 지내게 되었다.
나 자신에게 활력을 주기 위해 떠난 여행이었지만 장기간 효도 여행이 되었다. 나의 계획이 뜻한 데로 진행되지는 않았지만 여행 대신 15개월 동안 83세 노모와 함께 지낼 수 있었던 시간도 뜻깊고 좋은 추억이 되었다.
출발한 곳으로 다시 돌아왔다.
코로나가 번지고 15개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세계적 팬데믹 상황은 여전했고 직항이 없어 더 많은 시간과 경비를 들여 다시 돌아왔고 주정부 법에 따라 2주 호텔 격리를 하면서 새로운 시작을 계획했다.
지난번 정리를 통해 내가 쓰던 많은 것들이 결국에는 쓰레기가 된다는 사실을 깨달으며 지구환경에 대해 조금 더 생각하며 미니멀 라이프에 관심을 가졌다.
호텔 격리를 끝내고 한 달 만에 운 좋게 맘에 드는 집을 샀다. 여행가방 하나 들고 들어가니 신중하게 집을 꾸민다면 너무 없어, 너무 쉽게 미니멀 라이프를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 집을 결정한 이유
새로 산 집은 3년 된 건물로 전체적으로 튼튼하고 편리하게 잘 지어졌고 철저히 관리되는 깨끗한 건물이었다. 특히 높은 천장과 넓은 창문에서 보이는 파란 하늘, 산과 숲, 초록 잔디를 집안 어디에서나 볼 수 있어 텅 비어 있음에도 푸근함이 들어서였다.
내가 생각하는 미니멀 라이프에 적합한 따뜻함이 가득해 보이는 집이었다.
내 방식의 미니멀 라이프 시작
냉온풍 에어컨, 식기 세척기, 오븐, 빨래 건조기가 내장되어 있어 그 외 꼭 필요한 가전제품과 가구를 사서 큰 윤곽만 잡으면 장식은 따로 할 필요 없을 것 같았고 그 외 작은 것들은 3인용 기준으로 준비했다. 그리고 방들은 침실과 작업실로 꾸몄다.
한국에 있을 때 노모가 즐겨 보시던 티브이 프로그램 자연인처럼 불편함을 참아가며, 이겨내며 사는 삶과는 전혀 멀지만 할 수 있는 만큼 내 멋대로 미니멀 라이프를 추구해 보기로 했다.
우선 내가 만들고, 버리는 쓰레기를 줄이자.
예전에 나는 쓰레기 분리수거를 하고 비닐, 플라스틱, 종이컵 사용을 줄이고 멈추는 정도만으로도 지구환경오염 방지에 조금은 참여하는 것이라 생각했었지만 집을 싹 다 정리하면서는 지구환경에 대한 생각이 아주 조금 깊어졌다. 나와 밀접한 많은 것들이 지구환경을 오염시킨다는 것을 그때 알게 되어 그제야 나의 무지함을 조금 깨우쳤던 시간이었다.
대량 생산되어 많은 것들이 삶을 편리하게 해 주지만 그 모든 것들이 결국에는 지구 곳곳에 이름 모를 쓰레기 섬을 만들고 미세 플라스틱으로 흘러 들어가 땅과 물, 바다를 오염시킨다는 사실도, 상업적 어업으로 멸종 위기에 놓은 바디 생명체와 그때 발생되는 각종 상업 쓰레기들에 고통받는 바다 생명체들이 많다는 사실, 가축 사육에서 오는 오염 등 다양한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이미 알고는 있었지만 나의 생활과 직접적으로 연결시키지 못하고 살았었다.
하지만 극단적인 집 정리를 한번 해보니 앞으로 의식주를 위한 소유, 소비는 지구환경을 먼저 생각하며 최소한만 구입해서 소비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이런 것들이 전에는 많이 가졌음에도 항상 모자라 보였던 것들이었다. 하지만 결국에는 쓰레기가 되어 지구 환경을 오염시킨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고 그래서 이제부터 나의 의식주에 쓰일 모든 것들은 조금 더 환경과 연결시켜 잘 썩지 않는 쓰레기가 되는 것의 소비를 확실하게 줄이기로 했다.
앞으로
살아가면서 매일 욕심을 털어내려고 한다. 지금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며 앞으로 더 편하려, 가지려 욕심내지 않고 살아가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