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of my little thoughts
자연재해 홍수
호주 퀸스랜드 주 동남쪽에서 내리기 시작한 비는 삽시간에 엄청난 양을 쏟아부었고, 그래서인지 비가 내린 지 하루 만에 홍수 지역이 발생했다. 하늘에 마치 구멍이 뚫린 것처럼 몇 날 며칠 쉬지 않고 비가 내려 많은 지역에 홍수 피해가 일어났다. 일주일 넘어가서야 겨우 멈출 조짐이 보였지만 큰 비 구름대는 남쪽으로 내려가면서 퀸스랜드 주만 아니라 뉴사우스웰스 주에서 더 많은 피해를 일으켰고 결국 국가적 재난이 되었다.
비의 위력에 겁이 났다.
이번에 내리는 비는 낭만보다는 겁을 주었다. 엄청난 양을 단시간에 쏟아붓는 것에도 놀랐지만 몇 날 며칠 잠시도 멈추지 않고 꾸준히 내리는 비에 모든 것이 물속에 잠길 것 같아 두려움이 들었다.
비가 내리고 하루 만에 홍수를 냈고 그 비는 그칠 기미가 보이지 않자 재난방송이 시작되었고 방송으로 보는 재난 지역은 정말 참담했다.
홍수로 생명을 잃는 사람 수가 열명이 넘어갔고, 수많은 도로가 침수되었고, 일층 집이 지붕만 남을 정도로 물이 차올랐다. 강이나 큰 수로 근처에 있는 마을에서 피해는 더 많이 늘어났고 강 옆의 어떤 마을은 통째로 침수된 곳도 있었다. 심지어 홍수 예상 지역이 전혀 아니었던 곳에서도 홍수 피해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갑자기 불어난 물에 미리 대피하지 못하고 구조를 기다리는 사람들도 늘어났다. 노인들이나 몸이 불편한 사람들, 지붕 위에서 어린아이를 데리고 애타게 구조를 기다리는 엄마의 모습도 보였고, 강아지와 지붕 위에서 해탈한 듯 느긋하게 구조를 기다리는 사람도 보였다. 여기에 여러 방법으로 구조가 시작되었다. 군용 헬기가 동원되어 구조되고 모습도 보였고, SES(주 응급 서비스)에 의해 구조되는 사람들도 보였고 개인이 자신의 카약이나 보트를 이용해서 이웃을 구조하거나 이동을 돕는 모습도 많이 보였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지만 비록 자신도 피해를 입었지만 옆집, 이웃을 돕는 따뜻한 모습을 보면서 훈훈함도 느낄 수 있었다.
많은 구조 소식 중에 한 남자의 인터뷰가 기억에 남는다. 물이 순식간에 불어나 미쳐 피하지 못하고 10살 어린 딸을 데리고 열 시간 넘게 나무에 매달려 밤을 지새우며 구조되길 기다렸고 다음날 아침 나무에 매달려 있는 모습이 발견되어 극적으로 구조되었다. 구조된 아이의 아빠는 인터뷰에서 밤새 벌레와 뱀의 공포를 견디며 딸을 지키겠다는 생각으로 버텼다고 했다. 만약 어린 딸이 없고 혼자였다면 밤에 수영을 하거나 어떤 조치를 취하려 했겠지만 딸아이를 지켜야 한다는 생각에 그러지 않았다고 했다. 그런데 날이 밝고 심하게 불어난 물을 보니 딸아이가 자신의 무모한 행동을 막고 자신의 목숨을 지켜준 것 같다고 했다. 홍수로 일어나는 인명피해 중 대부분이 무분별한 행동을 함으로써 일어난 것이어서 그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재난 복구
미친 듯이 내리던 비는 일주일을 넘어서야 서서히 멈추었고 그러자 여기저기서 복구가 시작되었지만 바다로 이어지는 강이나 큰 수로가 있는 지역은 밀물이면 다시 수위가 높아지니 전체 수위가 낮아지길 기다렸고, 우선 물이 빠져나간 지역부터 복구가 시작되었다. 하지만 복구를 하면서도 간간히 내리는 비에 다시 물이 차올라 2차, 3차 피해를 만들어 내어 재난민들을 더욱 힘들게 하기도 했다.
서서히 재난복구는 시작되었고 많은 곳에서 진흙과 쓰레기 그리고 냄새와의 전쟁을 하고 있는 중이다. 집안 가득 진흙이 가라앉아 있었고 어마어마한 양의 쓰레기들이 쏟아져 나왔다. 일층이 다 잠겼으니 일층의 모든 것들이 쓰레기가 되어 나왔다.
지역사회와 SES(주 응급 서비스) 많은 자원봉사자들 그리고 군인까지 동원되어 재난복구가 시작되었고 정부는 재난민 어른과 아이에게 우선적으로 천 달러와 사백 달러를 온라인으로 신청, 지급한다고 빠르게 발표했고 적십자에서는 호주 전체 방송으로 동시 성금 모금을 해서 2 밀리언 넘게 성금을 모았고 우선 재난민 모두에게 오백 불씩 지급한다고 발표했다.
재난 복구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고 한두 달 뒤에도 끝나지 않을 거라는 걱정 소리도 나오며 미쳐 구조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외진 곳에서는 더욱 어려운 사투를 벌이며 복구 작업을 하고 있는 중이다. 자연재해 홍수가 자연으로 일어나지만 인공적으로 만든 댐이나 하천으로 더 심한 홍수를 겪은 지역도 있어 그들의 한숨과 울음이 정부에 대한 원망으로 쏟아져 나오고 있는 중이다.
Power of nature is going mad.
대자연의 힘이 미쳐가고 있다.
언제부턴가 이렇듯 자연재해는 그 강도를 예측하기 무척 힘들어졌다. 이번에도 많은 비가 내린다는 예측은 했었지만 이렇게 많은 비를 순식간에 쏟아낼 줄은 몰랐고 이렇게 많은 지역에 홍수를 낼 거라는 예측도 힘들었다.
30년 이곳에 살면서 보는 홍수 중에 이번이 역대급 홍수라는 생각이 들었고 시간이 갈수록 자연재해는 점점 더 강하고 거칠어진다는 것은 알았지만 이번에는 미쳐간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자연재해 앞에서는 무기력하고 한없이 약한 인간이기에 앞으로 다가올 자연재해에 두려움이 생긴다. 아직까지는 자연재해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앞으로는 더 많은 자연재해가 과거와 비교할 수도 없는 거대한 힘으로 인간을 어려운 상황에 빠트릴 것 같다. 이것은 분명 우리가 발전이라는 이름하에 무심히 환경을 오염시킨 대가일 것이라고 반성해본다. 자연도 지치고 힘들어서 어쩔 수 없이 이런 식으로 몸부림치며 우리에게 신호를 주는 것이라고 이해해 본다.
그래서 나는 앞으로 조금 더 적극적으로 환경에 도움 되는 방법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공부하고 노력하며 실천할 생각이다. 그러면서 앞으로 다가올 자연재해에 대한 나의 마음가짐도 강도를 높여본다.
앞으로 여러 가지 홍수, 태풍, 지진, 산불 등 자연재해는 상상도 못 할 정도의 위력으로 더 자주 인간을 위협하고 발생할 것이고 예외지역도 없어질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