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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nsaengwriting Apr 23. 2022

한국은 하얀 봄, 호주는 노란 가을

봄에 한국에서는

엄마랑 언니랑 소풍 다니며

산으로 들로 꽃구경하고 나물도 캐며

하하호호 하하호호


같은 시간 호주 가을에는

차가워진 아침에 산책을 다니며

길가 카페를 즐겨 찾아 커피를 시켜놓고

호로록 호로록


이렇게 계절은 보채지 않아도

찾아오고 지나갔다 다시 찾아오며

큰 동그라미를 그리며 사는 시곗바늘처럼

째깍째깍 째깍째깍



3월부터 시작하는 한국의 봄에 가을을 맞은 호주에서

부쩍 차가워진 아침 공기를 마시며 걷다

어느 날 어느 집 담장 넘어 피어있는 하얀 목련꽃에

시선을 빼앗기고 한참 서서 바라보다

문득 한국의 봄이 떠올라 그리움이 생겼다.


아! 지금쯤 한국에서는

여러 가지 봄꽃들이 앞다투어 피고 지며

추위 몰아내고 따스한 봄기운 가득할 거란 생각에

더 이상 볼 수도, 느낄 수도 없음을 깨닫고

그저 함께 할 수 있었음에, 그리움에 소중함이 생긴다.


다행히 일 년 내내 꽃들이 피고 지는 여기서

한국의 봄, 하얀 벚꽃길은 아니지만

호주의 가을을 알리는 노란 꽃이 피고 지며

노란 꽃길을 만들어 놓았으니 꿩 대신 닭이라

이 길을 걸으며 내 마음에 드리운 그리움을 달래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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