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취미생활
펠팅에 쓰려고 양털을 사러 다녀보니 양털은 구할 수 없었지만 바늘 펠팅 키트는 팔고 있었고 바늘 펠팅에 필요한 몇 가지 재료는 개별 구입할 수도 있었다. 그래서 바늘 펠팅도 시도해보기 위해 기본적으로 필요한 재료인 바늘 세트와 쿠션이나 인형 속을 채우는 것을 샀다.
바늘 펠팅은 첫 연습용으로 꽃을 만들어보았다. 가방 만들 때처럼 꽃잎 한 장씩을 양털로 대충 만들어 모양을 만들어 놓고 바늘로 찔러 모양을 단단히 굳혀 꽃 한 송이 만들어 냈다. 바늘 펠팅 연습용이라 예쁘게 보이진 않았지만 꽃 만드는 원리는 알게 되었다.
그런 후 인형에 도전하면서 우리 집 강아지를 만들어 보려고 쿠션 속을 뭉쳐서 얼굴 모형을 만들었지만 덩그러니 얼굴만 만들면 괜히 무서울 것 같다는 생각에 길쭉한 얼굴 생김새 모형을 둥근 모양으로 바꾸었다. 동그랗게 얼굴 모형을 만들고 그 위에 양털을 여러 겹 올려가며 우리 집 강아지 얼굴 무늬를 따라 만들었고 둥근 큰 귀를 달아서 귀여움을 주려고 노력했다. 그래서 우리 집 강아지 무늬를 하고 있는 동물 얼굴을 만들어냈지만 종을 모르는 동물로 나의 망설임이 잘 보이는 첫 번째 바늘 펠팅 인형이 만들어졌다.
바늘 펠팅은 바늘로 찌르면 찌를수록 펠팅 되어 단단해지며 모양이 나오는 방법이기에 바늘을 들고 있지 않는 손가락이 바늘에 많이 찔려 상처를 입는다. 왼손에 모형을 들고 요리조리 돌려가며 모양을 잡고 균형을 맞추며 바늘로 찌르다 보니 모형을 들고 있는 왼손가락은 수차례 바늘에 찔렸고 이거 하나 만들면서 바늘은 무려 5개나 부러뜨렸다. 직각으로 바늘을 바로 세워 찌르면 잘 부러지지 않지만 모양을 잡고 선을 맞추느라 사선으로 바늘을 이용하다 보면 바늘이 너무 쉽게 부러진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쩜 왕초보라서 더 많은 바늘을 부러뜨렸을 수도 있다. 어쨌든 나는 다음날 바늘을 넉넉히 다시 구입해야 했다.
이렇게 바늘 펠팅은 한번 해보니 또 다른 재미가 있었다. 저녁 먹고 잠자기 전까지 편히 쉬는 시간에 바늘 펠팅으로 작은 인형을 하나씩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거북이를 만들었고 다음날에는 핑크 돼지도 한 마리 만들고는 살짝 부족해 꽃 하나 만들어 머리에 올려주었다. 그렇게 핑크 돼지를 한 마리 만들어보니 귀여움에 기분도 좋아졌다.
바늘 펠팅은 사이즈는 작아도 작인 인형 하나 만드는데 두세 시간이 훌쩍 지나가 있었다. 그래서 분명 사이즈가 커지거나 정교함에 따라 시간은 더 많이 필요할 것 같다.
전날 만들었던 머리에 꽃을 올린 핑크 돼지가 너무 귀여워서 우리 가족처럼 아기돼지 오 형제를 만들 생각을 하고 다음날 아침 산책 후 커피 한잔 들고 시작해서 배가 고파서 한번 멈추고 돼지 네 마리를 만들었다. 그날은 하루 한 끼 식사를 했고 커피와 티를 세 번 만들어서 처음 한두 모금 마시고는 식어 버렸다. 아침부터 밤까지 거의 12시간을 바늘 펠팅에만 집중했던 하루였다. 밥 먹는 것도 잊을 정도로 할 일인가 싶지만 다섯 마리를 만들겠다는 생각으로 하나씩 만들다 보니 재미도 있고 귀엽기도 해서 그런지 한번 배가 고파서 뭔가를 찾아 먹기 위해 멈췄지만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집중되는 마치 명상 같은 조용한 취미생활이라는 생각이 든다.
핑크 돼지 오 형제를 만들고 그날 저녁 파란 돼지 한 마리를 더 만들었다. 얼마나 작은 사이즈까지 만들 수 있나 실험해보면서 돼지 중에 가장 적은 사이즈로 만들어보니 손가락에 낀 골무 사이즈와 같았다. 손가락에 골무를 끼고 하면 도움은 되지만 하다 보면 골무 낀 손가락이 불편해 잘 쓰지 않게 되고 골무를 끼지 않은 손가락을 사용하게 되니 다른 손가락이 바늘에 찔렸다. 그래서 정말 조심해서 신경을 써야 했지만 하다 보니 손가락 찔리는 것은 참을만해졌다.
돼지 형제들을 만들고 난 후 며칠 동안 나는 코끼리와 기린도 만들었다. 이렇게 바늘 펠팅으로 만들어본 인형은 충분했다. 이번에는 바늘 펠팅을 Wet felting 작품에 이용해 보기로 했다. 그래서 웻 펠팅으로 만든 그릇 위에 선명한 양털을 위에 올려 바늘로 펠팅 하며 선을 살려보았다. 웻 펠팅에 바늘 펠팅을 추가시키니 느낌이 달라졌다. 어울리며 부드러웠던 웻 펠팅에 니들 펠팅을 입히니 단단하고 정리된 차가움이 느껴졌다. 앞으로는 웻 펠팅과 니들 펠팅을 적절히 섞어서 뭔가를 만들어 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