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울 펠팅 하기
펠팅을 전혀 몰랐을 때부터 만들고 싶었던 것이 Bowl (그릇)이었다. 뭔가를 담을 수 있는, 친구 집을 방문했을 때 나의 눈길을 끌었던 것이었다. 친구는 직조 클럽에서 진행하는 스페셜 클래스에서 배웠고 풍선을 이용해서 만들었는데 시간이 아주 오래 걸렸고 심지어 클래스 4시간 동안 끝내지도 못했다고 했다.
아주 적은 정보인 풍선을 이용했다는 소리만 듣고 직접 만들어 보니 시작하자마자 문제에 부딪혔다. 그래서 너무 가벼운 풍선에 물을 넣어 중심을 잡아보고 바람을 불어넣고 원하는 크기를 정하고 굴러다니지 않게 오목한 그릇에 담아 해결했다. 하나를 해결하고 나니 풍선에 양털 올리데 문제가 또 생겼다. 너무 가벼운 양털은 풍선에 올리자마자 흘러내렸고 풍선에 한 겹 쌓기는 불가능해 보였다. 흘러내리는 양털을 잡고 양털을 뽑아 올리는 것을 두 개의 손으로 하기에는 벅찼고 손이 두 개라서 너무 안타깝다는 생각에 웃음까지 나왔다. 이러다 한 단계 진행될 때마다 문제들이 찾아올 것 같아 설레었다.
양털에서 천을 만들어냈다는 자신감이 너무 컸나 하는 반성도 해보며 몇 가지 방법을 시도해 보았지만 역시나 손이 두 개라는 것이 최소 하나만 더 있어도 해결되는 문제라는 생각이 들어 아쉬웠다. 그러다 첫 펠팅을 해본 경험을 이용해 편법을 써 보기로 했다. 얇은 평면으로 한 겹 가볍게 펠팅을 한 다음 풍선에 덮어 씌워 보았다. 그렇게 풍선에 덮어 씌우고 그 위에 4겹을 더 쌓는 것은 쉽게 되었다. 그렇게 4시간 정도 걸려 그릇을 만들어냈다.
이렇게 그릇을 만들어보니 펠팅 하는 방법에는 정석이 따로 있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에게 맞는 방법을 찾아 펠팅 하면 되는 것 같았다. 그릇을 만들고 나서 펠팅에 대한 자신감이 불붙어 더 다양한 색의 양털을 구입해서 만들고 싶어졌다.
처음 직조 클럽에서 양털을 살 때는 그램수가 제일 많은 양털을 선택했었다. 왜냐하면 내가 만들고자 하는 의자 커버에 양털이 얼마큼 들어가는지 짐작조차 할 수 없는 완전 초보였기 때문이었다. 그러다 보니 처음에 산 양털로 만든 지금까지 작품들의 색은 단조로웠고 초록 초록했다.
양털 제품이 많고 많은 양을 키우는 호주에서도 펠팅에 필요한 양털은 거의 온라인 구입만 가능했다. 하지만 아직은 완전 초보라 직접 색을 보고 만져본 후 구매하고 싶어 다양한 색을 갖추고 있지는 않지만 직조 클럽에 구비되어 있는 양털을 최대한 구입해보기로 했다. 그래서 직조 클럽에서 삼백 불 어치 양털을 추가로 다시 구입했다. 바탕으로 쓸 수 있는 편안한 혼합된 색과 장식으로 쓸 단색의 양털들을 구입했다. 하지만 이때는 그림물감과는 달리 양털은 다른 색을 섞어 사용해도 하나의 다른 색을 만들어 낼 수 없다는 것을 몰랐고 비슷한 효과를 만들어 낼 줄 알았다.
다양해진 색의 양털이 많아진 이유로 이번에는 모양도, 장식도 조금 더 과감하게 세 번째 펠팅에 시도해 볼 생각을 하며 우연히 Pinterest에서 본 파우치가방을 만들어 보기로 했다. 우선 모형을 무엇으로 만들어야 하나 생각하다 최대한 집에 모아둔 비닐을 재활용하기로 했다.
원하는 모형을 만들어 그 위에 양털을 뽑아 3겹 겹쳐 쌓고 꽃을 장식해 보았다. 두껍게 말아 꽃잎 모양을 만들어 올렸고 펠팅이 잘 될지 무척 궁금했다. 두꺼운 만큼 그 부분에 신경 쓰며 시간을 투자해서 펠팅은 무난히 잘 나왔고 이번에도 네 시간 정도 걸려 만들어냈다. 웻 펠팅을 하는 동안 꽃잎의 경계가 뭉뚱그려져 선명하게 선을 살릴 수는 없었지만 두리뭉실하게 어우러져 나오는 웻 펠팅의 느낌도 나쁘진 않았다.
이렇게 펠팅을 하다 보니 그림을 그릴 때와는 다른 성취감이 생긴다. 웻 펠팅은 한번 시작하면 하나의 작품을 짧게는 서너 시간에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이 좋다. 하지만 작업하는 동안 계속 서서 움직이며 손가락과 팔을 많이 써야 하기에 컨디션이 좋을 때 시작해야 한다. 물론 장시간이 걸리고 힘들다면 한 번에 끝내지 않고 중간에 멈추었다가 다음날 이어갈 수도 있지만 나는 이어서 몇 날 며칠 하는 작업 아크릴이나 유화 그림이 있으니 펠팅은 웬만하면 하루 만에 끝내서 하나의 작품을 얻고 싶다는 욕심이 있다. 그래서 그런지 나는 점점 더 펠팅에 빠져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