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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nsaengwriting Jul 25. 2022

세상에 오직 하나뿐인 펠팅으로 만든 노트북 케이스

맞춤 제작 펠팅 이야기


펠팅으로 가방 만들 것을 보고는 신기해하며 아들이 무심히 질문을 던졌다. "엄마 노트북 케이스도 만들 수 있어요?" 그 질문에 "만들 수 있을 걸. 하지만 너 노트북 케이스 있잖아"였다. 펠팅으로 몇 가지 만들어보니 이젠 뭐든지 필요하다면 다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날 저녁 아들이 던진 한마디에 노트북 케이스를 만들어서 크리스마스 선물로 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그날 저녁 바로 펠팅 노트북 케이스를, 만든 예를 찾아보았지만 전혀 찾을 수 없었다. 나는 노트북 케이스를 노트북 바꿀 때마다 구매했었지만 펠팅으로 만들어진 케이스를 본 기억은 없다. 그렇다면 여전히 대중화, 실용화되지 않았다는 말이기도 하고 인터넷 서치로도 만드는 방법이나 물건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은 어쩜 만들지 않은 이유가 있을 수 있다는 짐작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나는 만들어볼 생각을 했기에 직접 만들어보면서 그 이유를 알아볼 생각을 했다.


다음날 나는 가방 만들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간단하게 생각하고 모형을 만들었다. 아들의 노트북 크기와 똑같은 나의 아이패드 사이즈에 펠팅으로 줄어들 사십 퍼센트를 포함시켜 크게 모형을 만들어서 바로 웻 펠팅을 시작했고 노트북 케이스 모양을 만들어내는데 4시간 정도가 걸렸다. 케이스 덮게선이 깔끔한 직선으로 나오지 않아서 가위로 잘라 선을 정리할까 생각도 했지만 핸드메이드의 멋이라 생각해서 자연스럽게 나온 선을 그대로 두었다.



웻 펠팅으로 만들어진 노트북 케이스를 말리는 동안 혹시 줄어들 것을 예방하는 차원에서 나의 아이패트를 넣고 틀을 잡았다. 웻 펠팅으로 만들어진 케이스가 마르면 바늘 펠팅으로 내가 그린 그림들을 케이스 장식으로 넣어 볼 계획을 세웠다. 그래서 미리 노트북 겉은 아들의 취향 데로 화려하거나 튀지 않은 검은색으로 내가 즐겨 그리는 큰 나무로 무늬를 넣었고 바늘 펠팅으로 나무와 검은색을 살려 장식할 것이다. 그리고 케이스 뚜껑을 열면 거기에 나의 또 다른 그림인 하늘과 바다 그리고 모래인 땅을 넣어서 그림으로 아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의미는 아름다운 자연과 함께하는 한그루 큰 나무가 되어 아들이 행복하고 건강하게 뻗어가라는 엄마의 마음을 전해주고 싶었다.


웻 펠팅 한 노트북 케이스는 말려지는데 3일 정도가 걸렸다. 완전히 말려진 케이스 위에 바늘 펠팅을 시작해 보니 웻 펠팅은 4시간 정도면 완성되었는데 바늘 펠팅은 특히 그림을 새겨 넣는 작업은 끝을 예측할 수 없었다.


바늘 펠팅으로 색을 넣을 때마다 앞으로 진척되기보다는 그 과정을 담기 위한 기초작업이 되어 되돌림 표처럼 시작으로 다시 돌아가는 경우가 많았다. 그렇게 끝없이 바늘 하나 들고 페인팅된 그림을 표현하다 보니 아침에 일어나 산책하고 집에 와서 바늘 펠팅을 시작하면 깜깜한 밤이 되어 놀라서 서둘러 잠자리에 들었고 그렇게 몇 날 며칠 시간 가는 줄 모르며 바늘 펠팅에 빠져 지냈다. 그러다 보니 바늘 펠팅으로 보낸 시간이 얼마나 걸렸는지도 잊어버렸다. 그랬음에도 매번 할 때마다 뭔가가 부족해 보여서 끝낼 수가 없고 다시 시작으로 돌아가는 느낌이 종종 들었다.


만들어보면서 오는 문제들은 모두 나의 부족함에서 오는 것이었다. 첫째로 물감으로 그려진 나의 그림을 바늘 펠팅으로 재현해보겠다는 섣부른 자신감이었고 두 번째로는 나의 그림을 바늘 펠팅에 적합하게 단순화시키지 않고 무작정 덤볐다는 것이었다.


처음부터 모든 것에 미숙했던 노트북 케이스 바늘 펠팅이었지만 특히 아쉬웠던 점은 물감으로는 쉽게 만들어내던 색을 양털로는 만들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또 한 번 다양한 색의 양털이 너무 아쉽고 부족했던 작업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어떻게든 내가 가지고 있는 양털만을 이용해서 끝을 내고 싶었다. 그래서 며칠 내내 아침에 시작해서 잠잘 때까지 노트북 케이스 바늘 펠팅에만 집중해 그림을 넣었고 마지막 끝을 내는 마음으로 아들 이름 이니셜 하나를 양털실을 잘라서 새겨 넣었다.


이니셜을 넣고 보아도 내가 생각했던 검은색의 느낌이 나지 않고 부담스러웠다. 그래서 나뭇잎을 하나 넣어 검은색의 느낌을 풀어주며 그 속에 사계절을 표현하려 했지만 역시나 부족한 색으로 맘먹은데로 되지 않았다. 그렇게 급조된 나뭇잎을 보고 있자니 문득 몬드리안 작품이 떠오르는 건 나만의 착각인가 싶어 웃음이 나왔다.





드디어 세상에 단 하나뿐인 아들만을 위해 만든 노트북 케이스를 완성시켰다. 아니 이쯤에서 마침표를 찍고 싶었다. 펠팅 노트북 케이스는 Wet Felting으로 4시간 정도 소요되었고 바늘 펠팅으로는 셀 수 없을 정도로 아주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바늘 펠팅을 2주 동안 하면서 거의 매일 오랜 시간 동안 보고 만지며 보완하다 보니 왼손가락 엄지, 검지와 중지는 수차례 바늘에 찔려 피를 보았다. 그러면서도 매일 아침 얼얼하게 아픈 손가락으로 다시 집중할 수 있었던 이유는 새로운 생각, 기술과 기법을 직접 하면서 느끼고 배우는 재미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크리스마스 선물로 주려고 했지만 참을성이 부족한지 나는 완성하고는 바로 아들에게 주었다. 아들은 너무 기뻐하며 좋아했고 그 후 아들은 종종 사진과 문자를 보내오며 케이스가 정말 마음에 든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케이스를 본 아들 동료들은 모두가 멋지고 특별하다고 한 마디씩 한다며 아들은 맞춤형 주문받으면 만들어 줄 수도 있냐고 무심히 또 물어왔다. 이번에 나는 그냥 웃어넘기며 대답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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