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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nsaengwriting Jul 26. 2022

국적 없는 요리


올 겨울은 추위가 일찍 찾아와서 그런지 작년보다 더 추운 것 같다. 호주 퀸스랜드 지역에서 26년 동안 살아오면서 이번 겨울이 제일 추운 것 같다. 아침 4-6킬로씩 산책을 하며 들어와도 땀은커녕 집에 돌아오면 아침부터 따뜻한 음식이 끌린다. 그런데 엎친데 겹친다고 며칠째 비가 내려서 그런지 따뜻한 음식에 끌려 냉장고 안에 있는 재료들을 살펴보았지만 만들어 먹고 싶은 음식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렇다면 건강하게 먹자 싶어 펴놓은 닭 가슴살과 야채를 넣고 볶듯이 익혀 먹으려고 식품 보관장을 열어보니 껍질 벗긴 토마토와 콩 통조림이 눈에 띄었다. 갑자기 요리의 방향이 정해지는 순간이었다. 토마토 수프처럼 만들어서 따뜻하게 먹어볼 생각이 들었다.


야채 육수를 기본으로 하기 위해 닭가슴살은 삶아 물을 버리고 다시 물을 넣고 거기에 버섯, 샐러리, 다시마, 마늘, 양파를 넣고 삶으며 거의 다 익을 쯤에 다른 야채와 토마토와 콩 통조림을 넣어 푹 익혀서 몇 가지 허브와 마늘, 파프리카 파우더를 추가해서 맛을 냈다. 


다 만들어서 맛을 보니 어느 나라 음식이라고 말하기가 살짝 애매했지만 맛은 나쁘지 않았다. 한국음식은 전혀 아니고 껍질 벗긴 토마토 통조림을 넣었더니 지중해 나라 중 이런 비슷한 음식이 있지 않을까 생각하니 마음은 벌써 여행을 떠나온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국적 없는 음식을 먹으면서 마음 여행을 할 수 있어 좋은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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