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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nsaengwriting Jul 28. 2022

나는 외도 중이다.

울 펠팅 이야기

'외도'라 하면 마치 나쁜 일인 것처럼 그 단어조차 생각해 본 적 없는데 요즘은 틈틈이 외도를 하고 있는 나의 모습에 혼자 실실 웃음을 흘린다.


첫 만남부터 설레었고 그래서 빠져들었고 아직까지 뜨겁게 미친 듯이 그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나를, 어느 날 친구가 물어오는 안부에 대답으로 나는 외도를 하고 있다 했다.


"I feel like I am having an affair these days."


내 말을 들은 친구도 이 말을 꺼낸 나도 함께 웃었다. 왜 갑자기 외도를 하고 있다고 대답을 한 것인지 요즘 나의 행동들을 뭐라고 설명할까 잠시 망설이다 외도라는 말로 나의 요즘 상황을 간단히 설명했다. 친구는 척하니 알아듣고는 크게 웃었고 나는 장황한 설명 필요 없이 간결하게 대답하고는 그 표현이 너무 적절해서 웃었다.


하지만 안타깝지만 나의 외도 상대는 사람이 아니다. 왜 안타깝다는 말을 쓰고 있는지 싱글로 넘 오래 살았나 싶어 글을 쓰면서도 웃음이 나온다. 이것은 분명 이십 년 넘게 날 보아온 친구의 장난말, 사람에게도 그리 열중해 보라는 친구의 장난기 섞인 말이 머릿속 어딘가에 아직도 떠도는 모양이다. 하지만 사람과의 외도는 사양이고 내가 지금 하는 외도만큼 날 강하게 끌어당길만한 사람이 이 세상에는 존재하지 않을 거라 믿고 그런 쪽으로는 눈을 돌려본 적도 없고 앞으로도 없다는 것을 나 자신이 너무 잘 알기 때문이다.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외도는 한국어 사전에 표기되어있는 세 번째 뜻인 본업이 아닌 다른 일을 하는 외도를 즐기고 있다는 것이다. 그림을 그리기 위해 스케치북과 캔버스를, 연필과 붓을 들었던 나의 손이 이제는 양털과 바늘을 들기 시작했고 그러면서 나의 전공이었던 그림이 뒷전이 되어 버린 것이다. 펠팅을 시작하면서 그림과 글쓰기가 뒷전이 되었다. 생각해보니 나는 외도를 가끔 즐기는 것 같다. 글쓰기가 나의 첫 외도였던 것을 지금 이 글을 쓰면서 깨달았다.


일 년 구 개월 전 2020년 10월 브런치 작가에 첫 도전에 덜컥 되고 나서 글을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했고 그달 10월에는 34개의 글을 발행했다. 물론 그전에 써둔 일기 같은 글들이 노트북에 저장되어 있었기도 했고 어쨌든 지금처럼 그때는 브런치에, 글에 빠져 하루하루를 보낸 적이 있었다. 아마 그때부터 나는 외도를 한 것 같다. 이렇게 되면 나는 습관성 외도를 하나 의심이 생긴다.


쉽게 마음을 주지 않는 나를 이렇게 끌어당기는 글도, 펠팅도 분명 엄청난 매력이 있다. 첫 번째 외도였던 글쓰기를 보니 외도의 끝도 짐작이 된다. 뜨거운 열기에 잠시 미친 듯이 놀아나지만 그러면서 몸을 푹 적시고 익히며 습득해서 나의 몸에 딱 맞게 맞추고 나면 외도는 끝이 나고 그때부터는 나의 생활 계획표에 늘 들어와 일상이 되는 것이다.


글쓰기는 꾸준히 하고 있지만 발행은 예전보다 아주 적게 하고 있어 브런치 작가의 서랍만 풍성해지고 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생각이 더 많아졌다고 말하고 싶다. 지금은 두 번째 외도에 빠져있고 가끔씩 빠지는 이런 외도가 나를 더욱 발전시키면서 성취감도, 즐거움도 준다.


다른 사람들은 어떤 외도를 즐기고 있는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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