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취미생활
어느 날 아침 산책길이 추워서 펠팅으로 모자를 한번 만들어 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그날 바로 모자에 도전했다.
뭘 모르면 용감하다고 처음 만들어 보는 모자 모형을 내가 딱하나 가지고 있는 모자, 여름용 브림 햇,를 이용해서 만들어 펠팅을 했다.
양털을 4겹으로 깔았고 그 위에 심플한 꽃을 장식해 보기로 했다. 그런데 솔직히 나는 모자에 대해서는 일도 모르는 완전 문외한이다. 모자는 햇빛 가리는 용도로만 사용했던 내가 직접 모자를 만들려고 하니 무늬를 어디에다 넣어야 할지조차 고민이 됐다.
그래서인지 잘 만들겠다는 욕심은 사라지고 연습용으로 한번 만들어 보자는 마음이 커졌다. 겸손한 마음으로 펠팅을 했고 모자 모양을 만들어냈다.
그런데 여기서부터는 번거로워지기 시작했다. 모자 사이즈를 맞출 방법이 없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비눗물에 축축이 젖은 모자를 머리에 써가며 사이즈를 맞추며 펠팅을 했다. 여러 차례 비눗물에 젖은 모자를 써야 했고 머리카락은 엉망진창 물에 젖은 새양쥐 신세가 됐지만 모자 사이즈를 잡았고 마지막으로 비눗물을 깨끗이 씻어 없애고 머리에 써보고 형태를 잡은 후 풍선을 불어넣어 형태가 흐트러지지 않게 잡아주었다.
말리기 시작해서 3일 만에 건조된 모자를 써보니 머리에 쓰는 부분이 좀 더 깊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어떻게 고쳐야 할지 고민하다 말린 모자를 뜨거운 물에 적셔 펠팅을 다시 했다.
또다시 물에 젖은 모자를 써보면서 펠팅을 보충했고 문제점을 고쳤고 다시 3일간 말린 후 넓은 창은 다림질을 해서 주름을 펴주고는 끝을 내니 나름 괜찮은 모자가 하나 만들어졌다.
혼자서 무작정 덤빈 결과로는 만족스러웠다. 따로 어딜 가서 배우거나 가르쳐줄 선생님은 없으니 혼자서 무엇이든 만들어 보면서 실력을 키워야 한다는 것을 알기에 나는 큰언니가 좋아한다는 바켓 햇을 연속으로 만들어 보기로 했다.
바켓 햇이 어떤 모양인지 찾아보고는 내가 맘대로 만든 브림 햇 모형을 변형시켜 바켓 햇 모형을 만들었다. 펠팅을 하면서 또 나의 머리카락이 비눗물에 젖었지만 유일한 방법이기에 감수하며 형태를 잡아서 만들었다.
브림 햇의 길이로 했기 때문에 바켓 햇으로 만들어 보니 길이가 너무 길어서 펠팅 한 것이 아까웠지만 잘라내어 길이를 수정했다. 이번 모자는 한국에 계신 엄마에게 드릴 생각으로 만들었고 그래서 바늘 펠팅으로 꽃을 하나 만들어 포인트를 주며 모자 앞을 접어 올려 꽃을 달고 시야도 넓게 했다. 이번 모자는 머리는 물론이고 귀와 목까지 따뜻한 완벽한 겨울용도 모자로 만들어져 추운 한국 겨울에도 따뜻할 것 같아 만들어진 모자를 보면 벌써 마음이 좋아진다.
이렇게 두 개의 모자를 만들어내니 주문이 폭주한다. 물론 가족과 친구들의 부탁이다. 그래서 나는 모자를 최소 6개를 더 만들어야 한다는 의무감이 생기지만 나는 전문가는 아니니 천천히 만들어줄 생각이다. 다들 세상에 딱 하나뿐인 모자를 얻으려면 얼마든지 기다린다고들 말한다.
하지만 앞으로 만들 모자는 두 번의 연습을 했기에 조금 수월하게 만들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우선 앞서 만들면서 생겼던 문제들을 보완해서 완벽한 모형을 먼저 만들어서 하나씩 만들어 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