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살이 이야기
대학 졸업 후 호주로 떠났고 살다 보니 29년째 호주에 살고 있다. 호주에서의 삶은 현실이었다. 하나부터 열까지 혼자 힘으로 겪으며 해결하며 살아온 생생한 어른의 삶이었다. 그렇게 어른이 되어가며 호주에 살다 한국을 잠시 나오면 나는 한국이 어색했다. 호주에서 나는 어른이고 홈경기를 뛰는 선수처럼 오십 퍼센트 먹고 들어가 당당하지만 한국을 오면 왠지 한국을 떠났을 때쯤의 나이로 돌아가 있는 듯 모든 게 처음처럼 어색해진다.
이번 한국 방문도 그전처럼 잠시 여행 와서 떠나려다 예상치 못한 일로 기간이 많이 길어지고 지금까지 한국에 있게 되었다. COVID 19, 코로나라는 전 세계적 전염병이 생겼고, 호주 시민 귀국 조치로 돌아갔어야 할 마지막 기회가 주어졌을 때 잠시 망설이다 한국에 그대도 남게 되었다.
'84세 엄마와 1급 장애인 70세 이모' 때문이었다. 코로나가 중국에서 난리가 나고 전 세계적으로 떠들썩이며 한국에서는 대구가 시끌벅적하니 부산에 사시는 두 분이 많이 불안해하셨다. 그래서 그나마 젊은 피인 내가 힘든 상황에도 크게 동요하지 않고 조금은 이성적인 판단으로 기동성 있게 노인네들을 이해시키며 도움이 될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나는 몇 년 전부터 아들의 적극적인 응원과 지원으로 '나를 찾기 위한 첫 휴가'를 가지기로 계획했고 2020년 1월부터 첫 실행에 옮겼다. 그 첫 번째 휴가지를 한국으로 정한 것은 순전히 엄마 때문이었다. 올해 84세되신 엄마와 시간을 갖고 싶었다. 더 늦게 전에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기 때문이었다. 나의 엄마는 여행을 무척 좋아하신다. 그래서 가보지 못해 아쉬워하는 나라들이 몇몇 있다. 특히 한국 주변 몇몇 이웃 나라들을 꼭 가보고 싶어 하셨다. 그래서 여행을 하기로 결심한 내가 모셔가려고 한국을 먼저 찾았다. 그런 다음에 나는 혼자 먼 거리여행, 나만의 여행을 떠나며 차츰 호주로 발길을 옮기려 했었다.
2020년 1월 18일 한국에 도착하고 며칠 쉰 다음 나는 설 제사를 위한 장을 보러 다녔다. 집에서 지내는 마지막 설 제사였기에 엄마가 원하시는 데로 지시를 따르며 했었던 기억이 난다. 올해로 84세가 되시는 엄마가 드디어 설 제사를 마지막으로 집에서 제사를 포기하시고 엄마의 종교에 올리시기로 결심하셨다. 그래서 나는 84세 노모를 모시고 열심히 마지막 설 준비를 했고 우리는 멋지게 마지막 제사를 치렀다.
그리고 잠시 쉬면서 '어디로 갈까'를 생각하며 날이 좀 풀리면 엄마가 가보지 못한 주변 나라로 가자고 하며 쉬고 있었다. 그러자 코로나가 터졌고 발목을 잡았다. 호주인들 귀국하라는 마지막 기회에도, 한 번도 접해보지 못한 두려움을 가지신 노모를 두고는, 호주행을 감행할 수 없었다. 처음 석 달 뒤부터는 매달 법무부를 찾아가서 한 달씩 연장을 했고 지난번에 2달 연장이 되었다. 이제부터는 법무부를 찾아가지 않고 인터넷으로 연장을 해야 하며 두 달씩 연장이 될 수도 있고 한국을 나갔다가 다시 들어와야 할 수도 있다고 한다. 어쨌든 나는 지금 9개월 넘게 한국에 살고 있다.
이렇게 9개월을 살다 보니 겪게 되는 나의 한국살이 이야기를 해 보려 한다.....
엄마 집은 40년 넘게 살아온 어릴 적 우리 집이다. 내가 중학교 때부터 부모님과 오형제가 살아온 집이어서 낡아 엉망진창이다. 엄마 집부터 손을 봐야 한다. 힘들다.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