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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궁인 Dec 11. 2024

Ep. 8 콜카타.캘커타. 들어만 봤었지

그의 고향. 우리의 다음 단계.

지난 9월 파리행 기차에 몸을 싣고 난 유유히 떠나갔다. 그는 다음 순방국, 크로아티아로 향했다.

모든 장거리 연애가 그러하듯 잠깐의 만남 뒤에는 긴 헤어짐과 영원할 것만 같은 기다림이 다시 반복된다. 

우리는 차근차근 한 단계, 한 단계 우리의 지속적인 관계를 지키기 위해 공동의 목표를 이뤄나갔다. 

끈끈한 결속력과 강력한 정서적 유대감을 다지고자 진지한 관계의 진지한 만남에 해당하는 남자 친구의 부모님을 뵙기로 결정했다. 

남자친구의 고향은 인도의 동쪽(지도를 정면으로 봤을 때)에 해당, West Bengal(서벵골)의 주도인 Kolkata(콜카타)이다. 우리가 한 번쯤 들어본 적 있는 Calcutta(캘커타)라는 이름은 현재의 콜카타가 영국 식민 통치 시절 영국령의 수도였던 때의 영어식 이름이다. 1912년 인도는 수도를 뉴델리로 이전했다. 

전통과 현대가 교차하는 콜카타 시내 (사진출처: Getty Image)

부족한 지식이지만 간단히 그의 출생배경이자 아련한 어린 시절의 추억이 깃든 고향을 소개해본다.

콜카타는 150년간 영국령의 인도 수도였으며, 전 인도 국민의 발길을 이끄는 서부 벵골의 가장 큰 축제 Durga Puja의 발상지이며, 인도에서 3번째로 큰 대규모 대도시권을 형성하는 지역이다. 

영국령 동인도회사의 상업 및 금융의 중심지로서 1863년 설립한 아시아 최고 국영 거래소, 벵골만을 둘러싼 벵골 무역의 거점과 시가지를 조성했다. 콜카타는 다른 인도 지역과 구별되는 특유의 매력적인 풍경을 이룬다. 유독 많은 무슬림과 기독교 인구가 인도인의 80% 다수가 믿는 힌두교와 오묘한 조화를 이루며, 낡고 오래된 모습과 격렬하게 드러나는 빈부 격차의 한가운데 19세기 빅토리아 시대 영국의 건축 유적들과 함께 힌두교 사원들이 혼재하는 모습으로 특유의 멋스러움과 전통과 현대의 교차가 활발한 곳이다. 

벵골을 논할 때, 이곳에서 배출된 수많은 지식인과 세계적으로 업적을 떨친 위인들을 빼놓을 수 없다. 문화와 예술의 부흥지로서 동양인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수령한 '동방의 시인'으로 알려진 벵골 음유시인, '라빈드라나트 타고르'의 고향 또한 콜카타이다. 

영국 식민 지배 하에 놓인 인도의 위태로움과 조국을 잃은 슬픔을 '세계의 모든 나라가 서로 교류하며 평화를 쌓아야 한다'라고 주장하면서 연대하고 결속하는 것으로 국민의 설움을 달랜 위대한 시인이자 사상가이다. 

우리가 역사책을 통해 접한 세계사의 일부에 등장하는 마더 테레사 수녀 또한 벵골의 위인이다. 로마 가톨릭 교회의 수녀로 일생을 바친 빈민구제로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다. 

BBC 출처 독립 이후 인도 분열 상황 (Transfer of Power plan, Partition)

인도와 한국은 현재까지도 분단의 상처가 남은 식민 통치를 겪은 나라로 그 아픔을 공유하고 있다.

세계의 3대 화약고에 속한다는 점에서도 닮아 있다. 우연찮게도 우리는 다른 해의 같은 날 광복절을 공유하기도 한다. 인도는 1947년 8월 15일, 한국은 그보다 2년 앞선 1945년 8월 15일. 

영국의 인도 총독부가 철수하면서 하나의 인도는 인도-파키스탄으로 분열됐고 벵골 지역은 종교적 민족적 대립의 중심에 있던 대부분의 벵골 힌두인과 소수의 벵골 무슬림이 격돌하며 동파키스탄에 해당하던 곳은 훗날 지금의 방글라데시로 각각 분할됐다. 서벵골과 방글라데시는 같은 언어권으로 벵골어를 사용하며 인도 여타 지역과 다른 언어, 풍습, 종교 등으로 오랫동안 분리 운동을 벌인 역사가 있으며, 1971년 동-서 파키스탄 사이에서 발발한 Bangladesh Liberation War(방글라데시 해방 전쟁)을 적극 지지함으로써 방글라데시의 독립을 도왔으며 식민 시절 대량학살을 당하면서도 불굴의 의지로 역사적인 독립운동을 이어 온 수많은 독립투사의 애통한 혼과 얼이 서린 인도 역사의 굵직한 획을 그은 곳이다. 


인도에 근무하던 시절 콜카타를 다녀온 적이 딱 한 번 있었다. 다국적 기업 면접을 위해 혼자 여행길에 올랐던 2018년 12월 그때와 콜카타 출신의 든든한 남자친구와 함께 본 2019년 10월의 콜카타 모습은 현저히 달랐다. 여행의 추억을 다르게 하는 건 역시나 함께하는 사람들과의 기억이다. 콜카타에는 유서 깊은 세계 문화유산과 유적지 등 볼거리가 다양하다. 하우라 다리, 빅토리아 메모리얼, 영국 식민 시절에 기원한 '인도-사라세닉(*Indo-Saracenic)' 건축 양식을 따른 정부 및 공공건물, 인도 동부의 가장 큰 도매 화훼 시장이자 랜드마크인 최대 꽃 시장 말릭 가트까지 깊은 역사가 잠든 고상하고 웅장한 건축물부터 생동감 넘치는 활력과 분주함의 대도시에서 풍성한 미식을 경험하고 싶다면 이곳은 천국이다.

*Indo-Saracenic 건축: 19세기 후반 인도의 영국 건축가들이 주로 사용했던 부흥주의 건축 양식으로, 특히 영국 라즈(왕)의 공공 및 정부 건물과 왕자 국가의 통치자들의 궁전에서 사용됨.

인도 콜카타 시내의 여러 모습들, 영국 식민 통치의 건축양식이 돋보이는 건축물들

대한항공은 인도 대도시권인 뭄바이, 첸나이, 벵갈루루, 그리고 콜카타에 노선을 운항했었다. 이때는. 

델리를 경유할 경우에는 보통 비행기로 두 시간 정도 거리다. 

떨리는 마음이 한가득 내 가슴을 짓눌렀다. 부모님을 뵙는 자리는 그 어떠한 쾌활함과 친화력이 있을지라도 쉽지 않다. 우리의 관계를 한 단계 더 격상시키기 위한 진지함으로 무언의 압박을 느꼈던지라 더욱 그분들이 나를 호감으로 받아들이실까? 하나밖에 없는 아들의 좋은 짝이라고 생각할까? 등의 걱정으로 줄곧 불안함과 초조함을 키웠다. 인도는 다채로운 종교, 문화, 전통과 관습이 한데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려운 나라다. 그만큼 각 지역의 색채가 강한 보수적이며 전통을 계승하는 가문도 많다. 신분제(Caste system)도 현대사회에 들어서며 그 색은 바래었지만 여전히 가문의 뿌리에는 그에 따른 사회적 명예나 지위 그리고 계층을 나누는 의식이 존재한다. 


나는 특히, 인도 내의 주류 사회와 그들의 시각으로 보자면 피라미드의 최하층에 해당하는 수드라(노예)에도 끼지 못하는 모든 외국인이 속한다는 'Untouchable' 불가촉천민에 해당한다. 그들의 세계와 분리 및 격리되는 존재라는 뜻이다. 그 사람을 보면 가족이 보인다고. 내 남자친구는 신분제에 얽매인 풍습을 지키는 가문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나를 불가촉천민으로 대했다면 우리의 인연은 진작에 맺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설사 한 번 연이 닿아 이어졌다 하더라도 중간에 파괴됐을 것이다. 온갖 걱정이 엄습해 왔지만 이런 근심 걱정은 나를 격하게 반겨주시는 어머니의 따스한 포옹과 정겨운 미소로 그의 집에 발을 들인 순간 사그라들었다.

어여쁘게 인도 근현대 여성의 기성복인 Salawar suit(긴 블라우스와 세트로 입는 긴 바지)를 차려입고 공손하게 그의 아버지와 어머니를 뵀다. 서부 벵골은 일찍이 벵골 무역의 거점지로 바깥 세계와의 교류가 활발했으며, 많은 지식인과 학자를 배출한 교육, 과학 그리고 철학 전반에 조예가 깊은 곳으로써 외국인에 대한 열린 마음과 세계를 보는 넓은 시야를 갖춘 벵골인들도 그만큼 많다. 아주 다행히도 지금의 내 시부모님 또한 그런 분들이다. 첫 만남에 손님을 환대하는 의미로 준비하는 콜카타의 설탕 시럽에 절여진 한도 넘치는 스위트함이 베어 든 '라스굴라'를 나눠 먹음으로써 아시아 국가 특유의 정과 따뜻한 환영을 느낄 수 있었다. 

순조롭게 만남을 성사시키고 한숨 낮잠을 자서 비행으로 찌든 피곤함을 씻어냈다. 느긋하게 일어나서 이제부터 콜카타 탐방에 나섰다. 콜카타 태생 현지인 아버지와 함께하는 자유여행. 

Calcutta High Court (캘커타 고등 법원) 그리고 도심 쇼핑 중심가

Colonial era 영국의 인도 식민 통치에서 비롯된 수세기를 거쳐 현존하는 역사적인 건축물과 문화유산을 둘러보러 시내로 나갔다. 작가 건물(Writers' Building) 또는 마하카란(Mahakaran)이라 불리는 붉은 벽돌로 이루어진 외관이 인상적인 공식 사무국 건물을 중심으로 비슷한 양식을 공유하는 캘커타 고등 법원과 같은 길가에 위치한 중앙우체국(General Post Office, G.P.O), 콜카타에서 가장 큰 우체국이자 인도 최초로 문을 연 역사적인 우체국 건물이 풍기는 이색적인 분위기에 심취했다. 아버지가 옆에서 하나하나 건물에 얽힌 배경과 역사적 의미에 대해서 현지 가이드처럼 자세히 설명해 주셔서 내 콜카타 기행은 더욱 풍요로워졌다. 


콜카타의 특색 있는 어딘가 엉성한 노란색 현지 택시를 경험했다. 혼자였다면 감히 시도하지 않았을 인도 여행 마스터 레벨에 해당하는 미터기도 달지 않고 무조건 흥정으로 택시요금을 결정짓는 고단한 말씨름을 아버지가 쾌도난마처럼 해결해 주시니 난 넙죽 그 편의를 받아들였다. 어떤 여행이든지 간에 현지인을 알고 모르냐는 여행의 순탄함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솔직히 말해서 콜카타 여행은 어느 정도 여행 노하우가 쌓여야 올만한 곳이라는 생각을 시아버지와 시내 곳곳을 둘러보는 내내 떨칠 수가 없었다. 무엇보다 한국인의 시각으로 보자면 전반적으로 도시 위생이나 치안이 현저히 낮은 수준으로 낡고 지저분하며, 불안했다. 사람들에게 밟히고 치이는 북적이는 시장통과 낡은 폐허 건물들을 지나면 그 반대편에 곧바로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영광스러운 유적지가 웅장한 자태를 뽐내기도 한다. 하지만 낙후된 도시 인프라와 기타 시설의 무미건조함을 씻어 내리는 British Raj(영국 식민기)의 흥망성쇠를 거친 화려한 건축물들, 시가지를 누비는 세기의 전차와 젊고 풍부한 인구의 교육열이 빛나는 전통과 현대의 공존, 무굴 세력의 침입과 토착 문화의 부흥으로 탄생한 그 역사뿐만 아니라 맛도 풍부한 벵골 음식 문화, 벵골 분할령의 고통을 감내한 힌두인과 무슬림이 섞인 독특한 인구층까지 콜카타의 풍경은 여행자에게 인도의 고유하고 압축적인 역사를 제시한다.

후글리 강을 지나는 콜카타의 랜드마크, 하우라(Howrah) 다리 그리고 최대 꽃 시장 Malik Ghat

인도 영화 산업의 중심지인 발리우드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그 매력이 다른 독립영화가 주를 이루는 벵골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콜카타의 시작과 끝을 이어주는 랜드마크 하우라 다리. 이 다리를 휘감듯 돌아가는 인도의 5천 년 역사와 문명의 발상지에서부터 숨결을 함께 한 인도의 신성한 강, 강가(Ganga)의 약 260km 길이 160마일 거리에 분포해 있는 후글리 강은 콜카타 서민들의 삶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강에서 빨래하고, 요리하고, 목욕하고, 때로는 수영을 즐기는 강가 주변 빈민가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현대 사회에 이른 지금까지도 과히 충격적이면서도 특유의 풍경을 자아낸다. 잠시 하우라 다리 위에서 발걸음을 멈추고 현지인들의 삶이 깃든 이색적인 광경을 가만히 지켜보는 저마다의 관광을 즐기는 세계인들의 모습, 그 자체가 장관을 이루기도 한다. 난 분주하고 매캐한 냄새의 매연이 아른거리는 하우라 다리를 지나 그 건너편의 최대 꽃 시장 '말릭 가트'로 발걸음을 옮겼다. 다리 아래로 발 디딜 틈 없이 인산인해를 이루던 꽃 시장까지 막상 거리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그 규모에 압도되어 쉽게 접근할 엄두가 안 났다. 왠지 먼지 한 톨 마냥 이리 밟히고 저리 밟혀 쓸려 다닐 것만 같은 판국이었다. 

말릭 가트의 메리골드 도매상인들 (사진 출처: alamy)

그럼에도 불구하고, 형형색색의 꽃들은 산만한 분위기를 긍정적인 경험으로 전환하기에 충분히 아름다운 매력을 발산하고 있었다. '인도'하면 떠오르는 국화과에 속하는 금빛 오렌지의 메리골드(Marigold)는 인도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꽃이다. 인도를 돌아다니다 보면 외진 지역의 좁은 골목이든 휘향 찬란한 대도시의 넓은 대로변이든 그 어디서든 눈에 띄는 인도의 흔한 풍경의 중심에는 메리골드가 있다. 종교적 전통 의례와 의식 행사에 단골손님으로 등장하는 꽃이기도 하다. 기본 꽃말은 '당신을 환영합니다'이며, 종교적으로는 신성함, 순종과 항복 등의 상징적인 의미를 갖기도 한다. 인도 호텔 로비를 들어서면 체크인 전에 투숙객들에게 환영의 의미가 담긴 메리골드 목걸이를 걸어 주기도 한다. 나 또한 결혼식에서 메리골드로 장식한 큰 화환을 받은 경험이 있다. 

힐사 생선 커리 Bhapa llish & 양고기 볶음밥 Kolkata style Mutton Biryani

콜카타에 오면 화려한 건축물과 유적지 견학과 더불어 혀의 감각이 살아나는 미식 경험이 필수다. Bay of Bengal(벵골만)을 끼고 있는 지리적 특성상 콜카타는 해산물 요리가 발달했다. 특히, 민물 생선과 바다 생선을 주재료로 겨자씨를 빻아 만든 마살라 가루에 양념한 특유의 생선요리가 진미다. 내 인생을 통틀어 인도 생활 4년 차인데 여태 먹어본 다양한 인도 지역 요리 중에서도 난 벵골 요리를 최고로 꼽는다. 벵골의 먹거리를 논하자면 사실 며칠밤이 모자를 정도로 그 음식의 역사가 아주 풍부하다. 가장 유명한 두 가지 요리를 꼽자면 양갈비가 들어간 인도식 볶음밥인 Mutton Biryani로 콜카타 지역은 삶은 달걀과 감자가 들어가는 것이 타 지역의 비리야니와 구별되는 특징이다. 또 다른 요리는 주로 바다에서 서식하지만 장마철에 산란을 한 후, 바다를 등지고 강 상류까지 거슬러 올라와 이맘때쯤 벵골 지역의 특산물로 꼽히는 '힐사'로 요리한 생선 커리, Bhapa llish가 있다. 우리나라가 바다 생선을 즐긴다면 벵골인들은 민물고기 요리를 훨씬 더 애정한다. 바닷고기 비린내와 또 다른 느낌의 비린내가 나는 민물고기에 거부감이 든다면 걱정할 것 없다. 비린내 제거에 탁월한 머스터드가 그 역할을 아주 충실히 해낸다. 각종 자극적인 인도 향신료가 비린내를 말끔히 없애주고 알싸한 그린 칠리와 기묘한 조화를 이루며 머스터드 오일에 진득하니 익혀진 생선은 입 안 가득 즐거움을 선사한다.

빅토리아 메모리얼 홀 정면

아버지와 인도 동부 지역에서 잡히는 물고기 종류는 거의 다 보고 온 듯하다. 이 정도로 민물고기 공부를 마치고 오늘 여행의 마지막 장소로 빅토리아 메모리얼(Victoria Memorial)에 들렸다. 직접 건물 안까지 들어가려면 따로 입장표를 구매해야 해서 우리는 바깥에서만 보기로 했다. 건물 외관만 봐도 짐작할 수 있는 영국 식민 시절의 건축물로 빅토리아 시대(빅토리아 여왕의 증손, 루이 마운트배튼은 인도 식민기 마지막 총독을 지낸 바 있다.)의 빅토리아 여왕을 기리기 위해 지어진 대리석 기념물이다. 건물 기념관 안에는 시즌마다 다른 주제로 진행되는 다양한 전시품과 예술 작품 및 그림이 진열돼 있으며 앞서 언급한 타고르 시인의 업적을 엿볼 수 있는 갤러리, 타고르 하우스가 있다. 

인디아 커피 하우스에서 아버지와 커피 한 잔. 디왈리를 함께한 어머니와 프라사드 바구니를 들고

새벽 일찍부터 나와서 해가 저물던 이른 저녁까지 아버지와 동행한 활기찬 콜카타 시내 관광은 상반된 매력이 공존하는 도시만큼이나 이색적이며 서로에게 마음을 열던 뜻깊은 시간으로 남았다. 그때의 감성은 인도 전역에 걸쳐 500개에 이르는 커피 지점을 보유한 강력한 입지를 다진 India coffee house에서 맛본 설탕 가득했던, 한국인의 사랑 아메리카노와는 아주 다른 매력의 인도식 커피 딱 그만큼 달았다. 

집으로 돌아온 그날 저녁은 이전 글에서도 설명한 적 있는 인도의 최대 명절이자 빛이 어둠을 이기고 선이 악을 물리친 성스러움과 환희가 가득한 대축제가 열리는 디왈리 날이었다. 

어머니가 선물해 주신 현재는 내 옷장에 고이 모셔둔 100% 벵골 산 면화로 직조한 인도 전통 의상 '사리'를 입고 종교적 축제에 빠지지 않는 힌두교 사원에서 신에게 바치는 봉헌 음식을 뜻하는 '프라사드'로 가득 채운 바구니를 들고 우리만의 의식을 치렀다. 말린 견과류, 설탕 시럽에 절여 만든 '굴랍자문'과 '라스굴라', 우유와 천연 사탕수수로 만든 요구르트인 콜카타 대표 간식 '미스티 도이', 벵골인들의 장인정신과 영혼이 담긴 단순한 디저트에 그치지 않는 벵골의 역사와 전통을 함께한 '산데쉬'를 나눠 먹으며 달콤함에 취하고 익숙하지 않은 공간이었지만 남자 친구 파트너 한정 온정을 베풀던 부모님의 충만한 환대와 한 단계 더 발전했다는 우리 사이에 대한 만족감으로 황홀경에 빠져들던 날이었다.


아버지와 보낸 커피 타임을 잊지 못한다. 먼 훗날의 지금까지도.

어머니와 보낸 2019년의 디왈리는 사진으로 남아 지금의 우리 집 한쪽 벽면을 장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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