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가 경계인가? 클래식 딜레마!

- 2025년 7월 18일 금요일 -

by 최용수

♡ 칼 젠킨스 (Karl William Pamp Jenkins, 1944~ )

<앨범 "성스러운 장소(聖所)의 노래" 중 '아디에무스' 외 / 'Adiemus' from the album "Songs of Sanctuary" and others>


https://www.youtube.com/watch?v=GCsQZSB1gZg

* 이 곡은 제목의 낯섦 때문에 먼저 들어보길 권한다. 그러면 새로운 고민이 생기게 된다. 이 곡의 정체는 뭔가?


기상이변으로 인한 폭우로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몸살을 앓고 있다. 더 큰 피해가 없길 바라며 오늘은 2년 전쯤 썼던 글과 음악을 소개한다. 한 주를 마무리하는 아침에는 잘 어울리는 음악이지만, 클래식 음악 장르보다는 크로스 오버 음악 장르에 좀 더 가까운 곡이다.




'아디에무스(Adiemus)'는 현대 영국을 대표하는 작곡가 칼 젠킨스가 조직한 프로젝트 그룹의 이름이자 이 그룹이 발표한 앨범 <Songs of Sanctuary>의 첫 번째 수록곡이다. 프로젝트 그룹이라고는 하지만 구성멤버는 칼 젠킨스(Karl Jenkins)와 마이크 래틀리지(Mike Ratledge) 단 두 사람이다. 프로젝트 그룹은 앨범마다 특정한 주제를 중심으로 작업하기 위해 구성되지만, 앨범 <Songs of Sanctuary>는 클래식 음악과 현대 음악적 성과들을 성공적으로 녹여낸 작업물이라는 특징 외에 딱히 특정한 콘셉트로 통일시켜 설명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만약 신비롭다거나 환상적이라거나 하는 분위기를 콘셉트로 잡았다면 충분히(정도가 아니라 대단히) 성공적이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앨범의 대표곡인 '아디에무스(Adiemus)' 또한 클래식 음악을 기본 바탕으로 아프리카 음악과 켈트(아일랜드) 민속 음악의 신비롭고 이국적인 분위기를 더했는데, 익숙한 클래식에 새로운 느낌의 음악을 섞어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 이 곡에서 사람들의 목소리로 전하는 가사는 사실 특별한 뜻이 없는, 작곡가가 만들어낸 소리의 조합으로, 의미를 전달하기보다는 사람의 목소리 자체를 바이올린이나 첼로처럼 하나의 아름다운 악기 소리로 활용했다는 것도 이 곡의 재미있는 특징이다.


그런데 이 음악이 세상에 발표된 뒤 음악계의 반응은 뜨거웠다.

이 앨범이 발표된 이후 영국음반협회(BPI:British Phonographic Industry)는 때아닌 클래식 음악에 대한 딜레마(Classic Dilemma)에 휩싸였는데, 이 논쟁의 시발점은 버진 음반사(Virgin Records) 산하의 팝 레이블 '벤처(Venture)'에서 앞서 소개한 앨범 <Songs of Sanctuary>을 발매하면서부터였다.

버진 음반사 측에서는 <Songs of Sanctuary>를 공식적인 클래식 음반 판매 차트에 분류되어 판매될 수 있도록 영국음반협회(BPI)에 요청했는데, BPI 산하의 클래식 위원회는 네 명의 심사위원이 심의한 결과 세 명의 위원이 클래식으로 분류하기 어렵다는 결정을 내렸다. 이에 버진 음반사 측에서는 재심의를 요구했고 재심의 결과 또한 비 클래식 차트 앨범으로 결정이 났다. 하지만, 버진 측은 이에 굴하지 않고 BPI 차트 감독위원회(클래식 위원회가 아닌)에 다시 심의를 요청하게 되는데 BPI 차트 감독위원회는 수많은 협의 끝에 이 앨범을 클래식 차트에 포함시키기로 결정했다.

이런 결정은 당시 BPI 클래식 위원회의 격노를 불러왔는데, 당시 위원장 앨리슨 에넴은 "비 클래식 심의기구에서 자신들(BPI 클래식 위원회)의 결정을 따르지 않은 것은 놀라운 일"이라고 항의했으나 BPI의 각 장르별 차트를 집계하는 차트 감독위원회의 캐서린 퍼시는 "개념적인 차원이 아니라 실용적인 차원에 더 주안점을 둔 최종결정이며 누가 심의를 봐도 <Songs of Sanctuary>는 클래식 범주로 (바로) 포함시키기는 힘들겠지만, 그래도 클래식 차트가 가장 유사한 카테고리"라며 최종결정의 의미를 해명했다.

이런 논란과 영국음반협회(BPI)의 최종결정은 이 앨범에 대한 대중적 관심과 성공을 이끌어냈는데, 이후 버진 음반사에서는 "만약 BPI 클래식 위원회의 결론대로 <Songs of Sanctuary>이 크로스오버나 월드뮤직 차트에 포함되었다면 방송국이나 판매상으로부터 관심을 끌기는 무척 어려웠을 것"이라며 당시의 '클래식 딜레마' 논쟁이 자신들에게는 의미 있는 반전의 기회였음을 시인했다.


프로젝트 그룹 '아디에무스(Adiemus)'는 클래식을 전공했지만 재즈와 록 그룹에서 활동했던 칼 젠킨스와 마이클 래틀리지의 음악적 이력 그대로, 클래식의 토대 위에 현대음악과 합창을 절묘하게 조화시켜 신비하고 매력적인 음악들을 쏟아냈다. 두 사람은 함께 그들의 음악적 성취를 토대로 광고음악을 전문적으로 만드는 '젠킨스-래틀리지(Jenkins-Ratledge)'라는 이름의 회사를 만들어 유럽은 물론 미국 광고음악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었다.( '아디에무스(Adiemus)'는 1994년 델타 항공의 TV 광고 음악으로 사용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얻게 된다.)

<Songs of Sanctuary>는 1995년 5월 15일에 발표되자마자 CIN 클래식 차트 3위에 올랐고, 클래식 FM 차트에서는 7주 연속 1위를 기록했다.

이 앨범의 성공 이후 칼 젠킨스는 '평화를 위한 미사'라는 부제가 붙은 'The Armed Man'(코소보 전쟁당시 자행된 끔찍한 학살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한 음악)과 다이아몬드 광고 음악으로 유명해진 'Palladio' 등을 발표하며 세계적인 작곡가 반열에 올라섰다. 평론가들은 칼 젠킨스를 클래식, 재즈, 월드뮤직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독창적인 크로스오버 음악의 지평을 연 거장으로, 특히 여러 문화 요소를 융합해 평화와 같은 보편적인 메시지를 감동적인 음악에 담아 대중들에게 전달하는 탁월함에 대해 높이 평가하고 있다.

이러한 음악적 성과와 공로를 인정받아 칼 젠킨스는 2015년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으로부터 기사 작위(Knight Bachelor)를 수여받았다. 이로써 그는 현존하는 가장 많이 연주되는 곡을 쓴 작곡가 중 한 명이자, 대중과 평단 모두에게 인정받는 거장으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하였다.


■ 앞서 칼 젠킨스의 공식 유튜브 사이트에서 '아디에무스'를 들었다면, 이 곡의 엔야(Enya) 버전으로도 감상해 보자.

- https://www.youtube.com/watch?v=T7NlusISiHo


■ <Songs of Sanctuary> 앨범의 4번 곡 "Cantus insolifus", 7번 곡 "Amate adea", 9번 "Hymm"도 함께 감상하면서 클래식 딜레마를 느껴보자.

- 4번 cantus insolifus: https://www.youtube.com/watch?v=w0BWEBeWhf4

- 7번 Amate adea: https://www.youtube.com/watch?v=Vuhb8fzJsUE

- 9번 Hymn: https://www.youtube.com/watch?v=TiznWaaitXE



♥ 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마라


- 나태주


너, 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마라

오늘의 일은 오늘의 일로 충분하다

조금쯤 모자라거나 비뚤어진 구석이 있다며

내일 다시 하거나 내일

다시 고쳐서 하면 된다

조그마한 성공도 성공이다

그만큼에서 그치거나 만족하라는 말이 아니고

작은 성공을 슬퍼하거나

그것을 빌미 삼아 스스로를 나무라거나

힘들게 하지 말자는 말이다

나는 오늘도 많은 일들과 만났고

견딜 수 없는 일들까지 견뎠다

나름대로 최선을 다한 셈이다

그렇다면 나 자신을 오히려 칭찬해 주고

보듬어 껴안아줄 일이다

오늘을 믿고 기대한 것처럼

내일을 또 믿고 기대하라

오늘의 일은 오늘의 일로 충분하다

너, 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마라



* 나태주 제49시집, 『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마라』 (열림원,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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