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시작할 수 있는 용기...

-2025년 7월 21일 월요일 -

by 최용수

♡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Wolfgang Amadeus Mozart, 1756~1791)

<호른 협주곡 1번 라장조 K.412/514 / Horn Concerto No.1 in D Major K.412/514>


https://www.youtube.com/watch?v=cJz1A4S8CC8&list=RDcJz1A4S8CC8&start_radio=1(1악장)


지난주 내내 이어진 폭우로 인한 안타까운 피해소식이 월요일 아침을 무겁게 시작하게 만든다. 사망자만 모두 17명, 실종자도 11명에 이른다니 해마다 발생하는 비피해 소식과는 그 양상 또한 사뭇 다르다. 이제는 '집중 호우', '폭우'란 말 대신 '극한 호우'라는 말이 쓰일 정도로 지난 수십 년 동안의 기상데이터에서는 찾을 수 없는 새로운 기록들이 쏟아지고 있다. 그 원인은 '지구 온난화'... 이미 우리는 30여 년 전부터 이 단어의 의미에 대해 배워왔고, '지구 온난화'가 불러 올 끔찍한 기상이변에 대해시도 줄기차게 경고신호를 받고 있었다. 그런데도 인류사회는 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결국 찾지 못했고, 기상학자들의 예상보다 지구의 평균기온은 예상보다 훨씬 빨리 오르고 있다.

인류 전체의 생존이 걸린 문제라면 인류 전체가 발 벗고 나서야겠지만, 세계는 뿔뿔이 흩어져 있고 이런 위기에 맞설 힘을 가진 소위 강대국들은 여전히 그들의 이해관계만 외치며 인류를 공망(共亡)의 각자도생(各自圖生)으로 내몰고 있다. 당분간 이 희망이 보이지 않는 세상을 감내하며 살아내어야 하겠지만, 나는 믿고 싶다.

지금의 이 절망과 무기력에 가려 잘 보이지 않지만, 내가 사유하지 못하는 방식으로 세상을 보고, 내가 도전해보지 못한 방식으로 자신들의 문제를 풀어내려고 하는 세상 곳곳에서 자라고 있을 희망의 싹들을.

농부아사(農夫餓死)라도 침궐종자(枕厥種子)라는 말이 있다. 그건 아마도 인류가 지금까지 이 지구에서 존재할 수 있었던, 그러니까 빙하기와 같은 치명적 기후위기 속에서도 지금의 호모 사피엔스로 생존할 수 있었던 이유. 그건 기성세대가 당대의 시행착오를 인정하고 다음 세대를 위해 어떤 희생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각오 같은 것이다. 인류 역사상 가장 풍요롭고 행복한 시대를 살아왔지만, 사실 그 풍요의 원천이 바로 우리 다음 세대들의 자산이었음을 우리는 미처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우리가 다음 세대들을 위해 어떤 희망의 종자(種子)를 남겨줄 수 있을지 여전히 혼돈스럽지만, 지금 당장은 다음 세대들에게 사과와 양해를 구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그들이 그들의 미래를 설계하고 만들어나갈 수 있도록 우리가 우리 부모세대로부터 물려받은 그 자산을 온전히 넘겨줄 수 있는 방법을 좀 더 치밀하게 실천적으로 모색해야 될 시점이 되었다...

예전에는 미처 생각지도 못했던 내 몸의 나이를 당장 병으로 체감하다 보니 맘은 더 무겁고, 시간에 더 조바심을 느낀다. 잠들어 있는 가족들 때문에 오늘은 거의 소리가 들릴 듯 말듯한 볼륨으로 모차르트의 호른 협주곡으로 아침을 연다. 차분하면서 은은한 음색이 회색빛 아침과 잘 어울리는 것 같다.




모차르트의 호른 협주곡 1번 라장조는 비록 '1번'이라는 이름을 갖고 있지만, 실제로는 모차르트가 작곡한 네 개의 호른 협주곡 중 가장 마지막에 완성된 작품이다. 같은 곡명으로 작품번호도 두 개(K.412와 K.514라는 두 개의 쾨헬(Köchel) 번호)를 가지고 있는데, 이는 처음부터 하나의 온전한 협주곡으로 작곡된 것이 아니라 각기 다른 시기에 만들어진 두 개의 악장이 합쳐졌기 때문이다.

1악장 알레그로(K.412)는 모차르트가 사망한 그해 1791년에 작곡한 것으로 이 악장만으로 하나의 작품으로 간주되어 K.412라는 번호를 받았다. 2악장 론도(K.514)는 모차르트가 사망한 해인 1791년에 작곡을 시작했으나 완성하지 못하고, 모차르트가 남긴 스케치를 바탕으로 그의 제자인 쥐스마이어(Franz Xaver Süssmayr)가 1792년에 완성한 곡이다. 이 완성된 론도 악장은 별개의 작품으로 취급되어 쾨헬 목록에서 K.514라는 더 늦은 번호를 부여받았다. 결론적으로, 이 협주곡은 모차르트가 완성한 1악장(K.412)과 그의 사후에 제자가 완성한 2악장(K.514)이 합쳐져 오늘날 우리가 아는 2악장 구성의 협주곡이 된 것이다. 이러한 복잡한 작곡 과정 때문에 두 개의 쾨헬 번호가 함께 표기되며, 때로는 K.386b라는 번호가 추가로 붙기도 한다. 이는 모차르트의 작품 연구 과정에서 작곡 연대나 배경에 대한 새로운 사실이 밝혀지면서 쾨헬 번호가 개정되거나 추가적인 정보가 붙는 경우에 해당한다.


이 협주곡은 모차르트의 평생 친구(모차르트보다 무려 24살이나 많았지만)이자 호른 연주자였던 요제프 로이트게프(Joseph Leutgeb, 1732-1811)를 위해 작곡되었다. 로이트게프는 잘츠부르크 궁정에서 근무했던 호른 연주자로, 어린 시절 모차르트 가족과 알게 되어 평생에 걸쳐 우정을 유지했다. 1777년 로이트게프는 비엔나로 이주하여 생계를 위해 치즈 가게를 열었는데, 형편이 여의치 않아 레오폴드 모차르트(모차르트의 아버지)로부터 돈을 빌렸지만 끝내 갚지 못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의 연주실력은 당대에 '호른 비르투오소'란 명성을 얻을 정도로 뛰어나서 1772~1773년 모차르트 부자의 이탈리아 연주여행시 함께 동행하며 무대에 설 정도였다.

모차르트와 로이트게프의 우정은 꽤 많은 나이 차이에도 불구하고 매우 특별했는데, 모차르트는 그의 천재적인 음악성으로 로이트게프를 끊임없이 놀리고 장난치곤 했다. 이 협주곡의 2악장 론도 악보에는 로이트게프를 향한 모차르트의 재미있는 이탈리아어 메모들이 가득 적혀있는데, 대략 다음과 같은 식이다.

"당나귀 선생을 위해" - "어서, 빨리 해" - "용기를 내" - "끝났나?" - "오, 무슨 불협화음이야!" - "아, 한숨이 나온다!" - "잘했어, 불쌍한 친구야" - "숨 좀 쉬어" - "계속해, 계속!" - "오, 지독한 돼지야!" - "얼마나 매력적인가!" - "양의 트릴 같네!" - "마침내 끝났구나, 하느님 감사합니다!"

이러한 메모들은 단순한 농담이 아니라, 59세가 된 로이트게프가 나이가 들어 고음 연주를 어려워하자 그를 격려하고 자극하기 위한 모차르트의 배려였던 것으로 보인다.


이 호른 협주곡 1번은 모차르트가 죽기 직전까지 쓰고 있었던 곡으로 그는 이 무렵 『마술피리』, 『클라리넷 협주곡』, 『레퀴엠』도 함께 쓰고 있었다. 그래서였을까 이 협주곡은 다른 호른 협주곡들에 비해 기교적으로 단순하고 음역도 제한적이어서 평생 우정의 로이트게프에 대한 모차르트의 배려로 여겨지기도 하지만, 2004년 모차르트 연구가인 벤자민 펄(Benjamin Perl)은 이 협주곡이 모차르트의 순수한 창작이 아니라 로이트게프의 작품을 모차르트가 손본 것일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모차르트 말기 작품치고는 스타일이 다소 이질적이라는 것인데, 하지만 이러한 주장과는 상관없이, 이 협주곡은 호른 연주자들의 핵심 레퍼토리로 평가받고 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비교적 짧은 연주 시간(약 8분)과 기교적 접근성 때문에 호른을 배우는 학생들이 자주 연주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호른(Horn)은 '숲의 영혼을 담은 악기'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는데, 악기의 원형이 동물의 뿔에서 유래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둥글게 감긴 긴 관과 깔때기 모양의 큰 벨(bell)을 가진 따뜻하고 풍부한 음색의 금관악기로 진화했지만, 초기에는 사냥이나 전쟁에서 신호용으로 사용되던 단순한 뿔나팔에서 비롯된 악기였다.

유럽, 특히 프랑스에서 사냥이 귀족들의 중요한 문화로 자리 잡으면서 신호용 뿔나팔이 발전하기 시작했는데, 1650년경 프랑스에서 등장한, 원형으로 길게 감긴 형태의 '코르 드 샤스(Cor de Chasse, 사냥 호른)'가 오케스트라 호른의 직접적인 조상인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18세기 초부터 호른은 오페라와 오케스트라에 자주 등장하기 시작하는데, 이 시기의 호른은 밸브가 없는 일명 '내추럴 호른(Natural Horn)'이었다. 내추럴 호른은 오직 연주자의 입술 진동만으로 관의 길이에 따라 정해진 배음렬의 음들만 낼 수 있었기 때문에, 반음을 연주하기 위해 연주자들은 핸드 스토핑(Hand-stopping, 1750년대 보헤미아의 호른 연주자 안톤 함펠이 고안한 주법으로, 벨 안에 오른손을 넣어 음높이를 미세하게 조절하는 기술)을 사용하거나 연주 중 조성이 바뀔 때는 크룩(Crook, 악곡의 조성이 바뀔 때마다 그에 맞는 길이의 관(크룩)을 마우스피스 뒤에 끼워 넣어 악기 전체의 조를 바꾸는 방식)을 사용하기도 했다. 하지만 연주 중에 빠르게 조를 바꾸기는 어려운 한계가 있었다.

19세기 초에야 비로소 관의 길이를 순간적으로 바꿀 수 있는 밸브(Valve) 장치가 발명되면서 호른은 모든 반음을 자유롭게 연주할 수 있는 악기로 거듭나게 되었다. 밸브 호른의 등장으로 연주자들은 안정적인 음정으로 복잡한 선율을 연주할 수 있게 되었지만, 많은 작곡가들은 19세기말까지도 내추럴 호른 특유의 부드러운 음색을 선호하기도 했다고 한다.

오늘날 오케스트라에서 주로 사용되는 호른은 '더블 호른(Double Horn)'의 형태인데, 이는 바(F) 조 관과 내림 나(B♭) 조 관을 하나로 합친 형태로, 왼손 엄지손가락으로 밸브를 조작하여 두 조성을 오가며 넓은 음역을 안정적으로 연주할 수 있다. 호른은 금관악기 중 가장 넓은 음역대를 자랑하며, 매우 다채로운 음색을 표현할 수 있기 때문에 오케스트라에서 가장 중요한 금관으로 평가받는다. 작게 연주할 때는 나무나 숲을 연상시키는 부드럽고 목가적인 소리를 내지만, 큰 소리를 내 연주하면 웅장하고 화려한 금속성 소리도 가능하다.


■ 앞서 게르트 세이퍼트의 호른과 카라얀의 베를린 필의 연주로 1악장을 들었다면, 2악장은 라데크 바보락의 호른과 세이지 오자와의 미토 챔버 오케스트라의 연주로 감상해 보자.

- https://www.youtube.com/watch?v=0VjhJtXyXzY&list=RD0VjhJtXyXzY&start_radio=1


■ 모차르트가 로이트게프를 위해 작곡한 또 다른 걸작, (내추럴) 호른, 바이올린, 비올라 2대, 첼로로 구성된 독특한 편성의 호른 오중주곡 내림 마장조도 함께 감상해 보자.

- https://www.youtube.com/watch?v=1W6GQ5tEAxk


■ 모차르트 호른 협주곡 중 가장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악장으로 평가받는 호른 협주곡 3번 내림 마장조 K.447 2악장 로망스를 헤르만 바우만의 호른과 세인트 폴 실내관현악단의 연주로 감상해 보자.

- https://youtu.be/yhIh1QinpOc?si=8TvUg5q_TjKNiU7L



희망의 거처


- 이정록


옥수숫대는

땅바닥에서 서너 마디까지

뿌리를 내딛는다

땅에 닿지 못할 헛발일지라도

길게 발가락을 들이민다


허방으로 내딛는 저 곁뿌리처럼

마디마디 맨발의 근성을 키우는 것이다

목 울대까지 울컥울컥

부젓가락 같은 뿌리를 내미는 것이다


옥수수밭 두둑의

저 버드나무는, 또한

제 흠집에서 뿌리를 내려 제 흠집에 박는다

상처의 지붕에서 상처의 주춧돌로

스스로 기둥을 세운다


생이란,

자신의 상처에서 자신의 버팀목을

꺼내는 것이라고

버드나무와 옥수수

푸른 이파리들 눈을 맞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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