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의 속도와 리듬 찾기

- 2025년 8월 11일 월요일 -

by 최용수

♡ 프란츠 요제프 하이든 (Franz Joseph Haydn, 1732-1809)/로만 호프슈테터(Roman Hoffstetter, 1742~1825)

<현악 4중주 바장조 Op.3. No.5(*호보켄 작품목록 III:17)/ String Quartet in F major, Op. 3 No. 5(*Hob.III:17)>


https://youtu.be/g28RUOC6hpA?si=yDWLkiOnIyvOU0D5


*'호보켄 작품목록(Hoboken-Verzeichnis)'은 요제프 하이든이 작곡한 750여 곡을 분류한 작품 목록으로, 안토니 판 호보켄이 만들었다. 약자로 Hob를 쓰는데 'Hob.I'은 교향곡, 'Hob.II'는 4성과 다성 디베르티멘토, 'Hob.III'은 현악 4중주를 가리키는데, 호보켄 작품목록은 Hob. XXXI(로마숫자 31) 민요편곡까지 무려 33가지에 이르는 장르에 따라 작품을 분류하고 있다.

따라서 'Hob.III:17'은 호보켄 작품목록 중 현악 4중주곡의 17번을 의미한다. 흔히 작품번호를 뜻하는 '오퍼스 넘버(Opus Number, 'Opus'는 라틴어로 '작품'을 의미)'는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지만, 작곡가들이 작곡하여 출판한 순서에 따라 붙인다. 그리고 바흐, 모차르트, 슈베르트처럼 음악 연구자들이 따로 작품을 분류하여 정리하기도 했는데, 바흐의 작품번호를 뜻하는 BWV(바흐 작품번호 Bach Werke Verzeichnis)는 볼프강 슈미더가, 모차르트의 작품번호는 K. 또는 KV(쾨헬 작품번호 Köchel-verzeichnis)로 루드비히 폰 쾨헬이 정리했고, 슈베르트는 D.(도이치작품번호, Deutsch-Verzeichnis)를 주로 쓰는데 이는 오토 에리히 도이치가 정리한 작품목록 앞에 붙는 표기다.



오늘 아침 산책길은 월요일 아침인데도 무척이나 한가롭다. 날씨가 흐려서기도 하지만, 일출은 확실히 늦어지고 있고 바람은 한결 시원해졌다. 한동안 아파트의 아침을 시끄럽게 울리던 '쓰름매미'의 리듬이나 멜로디 따위는 느낄 수 없는 "쓰르르르 쓰르르르"의 시끄러운 소음 대신, 오늘 아침은 참매미의 "맴맴맴 포르르르" 소리만 아파트 화단에서 들려서 좋았는데, 갑자기 "삐익 삐이이익"거리며 서로 다투고 있는 직박구리 부부 소리에 정신이 번뜩 오늘은 월요일이구나하며 서둘러 집으로 돌아왔다.(집으로 들어오자 마자 참매미의 우아한 울음소리가 사라지고 쓰름매미 소리가 사방을 가득 채워버렸다. ㅠㅠ)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자신의 삶의 시간을 회사의 시간에 맞추기 마련이다. 기상시간도 식사시간도 심지어 수면시간까지도. 그건 직장이 나와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주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가장 현실적으로 내 '자아실현'의 토대이자 목표가 거기 있기 때문이다. 조직에서 인정을 받아 '출세'와 '성공'까지 이룰 수 있다면 금상첨화겠지만, 그렇게 자아실현에 성공한 극소수의 사람들을 제외하고 나처럼 정년을 얼마 남겨놓지 않은 시기의 사람들에겐 회사의 시간에 내 삶의 시계를 맞춰놓고 시계추처럼 반복된 일상을 살아왔던 지난 시절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 지 조용히 질문을 던지는 시간을 갖게 된다. 물론 그런 질문의 시간들은 썩 유쾌하지도 않고 명쾌한 답도 없다. 하지만, 그 질문은 30년 넘게 반복되어 온 삶의 궤도를 이탈하기 위해서, 새로운 삶의 속도와 리듬을 갖기 위해선 반드시 필요하다. 다행히 나는 이 음악일기를 쓰기 시작하면서 3년 넘게 이 질문들을 해볼 수 있었다.


음악의 가장 중요한 3요소 중 하나인 리듬에는 정박(On the beat)과 엇박(Off beat)이란 게 있다. 대부분의 음악은 정박에 의해 구조적 질서와 안정성을 가지게 되고, 엇박은 그런 정박들 사이에 느닷없이 나타나 곡의 안정감을 깨며 긴장감과 뜻밖의 놀라움을 준다. 엇박처럼 리듬의 강세가 예상과 다른 박자에 나타나는 것을 클래식 음악에서는 싱코페이션(당김음)이라는 전문용어로 표현하는데, 바흐·모차르트·브람스 같은 거장들은 인상적인 표현이 필요한 악절을 만들 때 이 엇박을 자주 사용했다. 바흐의 인벤션이나 브람스 교향곡 등에서 프레이징(악구를 표현하는 방법)이 정박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흐르면 곡은 마치 대화를 주고받는 듯한 깊은 흐름과 생동감이 생겨난다. 그래서 뛰어난 클래식 작곡가들의 작품은 '정박-엇박'을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긴장과 이완, 예측과 놀람의 효과가 극대화되어 있다. 당연히 관객들 또한 이런 음악에 감정적으로 더 동요하게 된다.

(우리가 로큰롤, 하드록, 헤비메탈을 들으면 흥분하게 되는 것도 이런 리듬 때문인데, 보통 두 번째 박자에 드럼이나 다른 악기로 강한 액센트를 주다가 다음에는 첫 박자에, 또는 세 번째나 네 번째 박자 등 예측할 수 없는 곳에 박자의 변화를 주면서 우리의 감정을 흥분으로 몰아간다.)


매일 아침 우리는 반복되는 일상이 지겨워 일탈을 꿈꾸기도 하지만, 사실 잠시만 기억을 거슬러 보면 우리의 삶은 항상 뜻하지 않는 일들로 인해 삶의 속도와 리듬이 깨지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그런 엇박의 순간들은 사람들마다 다 다르고, 그 엇박이 만들어내는 긴장과 흥분의 강도도 다 다르다는 걸 알게된다.

일상의 변화가 깨지는 게 불편하고 힘든 사람들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내 삶의 폭과 깊이가 확장되었던 때를 돌이켜 보면 늘 갑작스러운 삶의 속도와 리듬이 변화하던 시기였던 것 같다.

흔히 하이든은 질서 정연한 리듬구조, 명확한 박자감, 규칙적인 악구와 논리적 전개를 따르는 고전주의 음악의 대표주자로 '정박'같은 인물로 이해되지만 때때로 그의 놀람교향곡(Symphony No. 94)처럼 갑작스럽고 강한 액센트와 엇박자를 가진 곡들을 본다면, 늘 정박, 늘 엇박인 인생도 음악도 없다는 걸 깨닫게 된다.


그래서 어쪄면 내 삶에서 가장 아름다운 리듬과 속도는 바로 내 자신이 만드는 그 삶의 속도와 리듬이 아닐까? 남들과 결코 같을 수 없고, 내 스스로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지만, 또 그게 내게 가장 편한...

행복한 사회생활은 타인의 눈치를 살피고 관심을 끌기 위해 내 삶의 속도와 리듬을 잃어가는게 아니라 내 삶의 속도와 리듬에 맞는 이들과 어울리며 그 울림을 키워내다보면 나와 불협화음과 엇박자를 가진 이들과도 자연스레 큰 음악의 구조속에 녹여내는 게 아닐까...


오늘 고른 음악은 가장 안정적인 박자와 리듬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주선율이 박자의 중앙 또는 문장 끝에서 미묘하게 당기거나 미루는 ‘싱코페이션(당김음)’적 프레이징으로, 엇박적 유연성을 가미하여 미묘한 감정의 흐름을 일으키는, 흔히 하이든의 '안단테 칸타빌레', 또는 '현악 4중주 세레나데'로 불리는 곡을 골라봤다. 듣자마자 너무 익숙한 곡이라 당황할지도 모르겠는데, 이 익숙한 곡을 소개하려다 보니 서론이 좀 길어졌다. 더 웃긴 건 이 아름다운 곡이 하이든의 곡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 (이런 게 엇박이 주는 반전의 묘미라고 해야할까?)




하이든은 무려 108곡의 교향곡을 써서 '교향곡의 아버지'로 불리지만 그 못지않게 현악 4 중주곡을 많이 작곡해 '현악 4 중주곡의 아버지'로 불리기도 한다. 교향곡의 작품수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무려 68곡의 현악 4 중주곡을 작곡하였고, 특히 '현악 4중주(String Quartet)'란 명칭도 1781년 작곡한 6편의 4 중주곡(Op.33)에 처음 사용되었다. 하이든의 현악 4 중주곡은 6편이 각각 작품번호 하나씩을 갖게 되는데, 오늘 소개하는 작품의 경우 Op.3번의 5번째 곡이 된다.


현악 4중주란 말을 하이든이 처음 사용한 데서 알 수 있듯이 현악 4 중주곡의 형식과 구성 또한 하이든에 의해 장르적인 틀을 갖추게 되었고 이후 모차르트와 베토벤에 의해 완성되었다. 현악 4 중주곡은 피아노가 포함된 중주곡으로, 다양한 악기들로 구성된 관현악곡과 달리 음색의 다채로움이 덜하기 때문에 현악기 연주자들의 기교와 호흡이 대단히 중요하다. 그래서 베토벤 이후로는 많이 작곡되지 않다가(베토벤의 후계자로 평가받는 브람스조차 단 3편만 썼다) 20세기에 들어서고 나서야 쇤베르크, 바르톡, 쇼스타코비치 등에 의해 다시 작곡되기 시작했다.(개인적으로는 현대의 현악 4 중주곡보다는 하이든과 모차르트, 베토벤 등 고전주의 현악 4 중주곡들이 주는 감동과 위안이 훨씬 더 크다. 아마도 안정적인 정박의 구조을 중심으로 익숙한 화성과 적절한 엇박의 임팩트가 잘 배치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하이든의 현악 4 중주곡 중에서도 가장 인기 있는 이 곡은 놀랍게도 하이든이 작곡한 곡이 아니라는 사실이 비교적 최근에 밝혀져 논란이 되었다. 후대 연구자들에 따르면 이 곡은 하이든의 열렬한 지지자이자 팬이었던 베테딕트 교회의 수도사, 로만 호프슈테너의 작품으로 밝혀졌다. 어떻게 그의 작품이 하이든의 작품집에 포함되었는지는 여전히 미스터리(출판사가 돈을 벌기 위해서 무명 작곡가의 작품을 하이든의 이름으로 출판했다거나, 호프슈테터가 하이든을 존경한 나머지 작곡자 이름을 하이든으로 표기했는데 후대에 편집과정에서 삽입되었다거나 또는 하이든이 호프슈테터의 정성에 감동해 그의 악보를 자신의 이름으로 서명해 남겼다거나 등등)지만, 비슷한 시기에 작곡된 하이든의 작품들과 곡의 구성이나 형식의 차이 때문에 최종적으로 하이든의 작품이 아닌 것으로 밝혀져 최근에 나온 음반들에서는 로만 호프슈테터의 이름이 병기되어 나온다.


이 곡의 2악장 세레나데는 동서고금 남녀노소 구분 없이 누구에게나 친숙한데, 그건 모 회사 휴대전화의 연결 대기음으로 이 곡이 사용되었기 때문이다.(비발디의 '사계' 중 '봄'이나 멘델스존의 '봄의 노래'도 이 덕에 모든 사람들에게 가장 편안한 클래식 음악이 되었다.) 특히 2악장이 '세레나데'로 불리는 이유는 세레나데가 저녁 무렵 사랑하는 이들의 창문아래에서 기타를 치면서 부르는 노래에서 유래한 것처럼 4대 현악기 중 제1 바이올린의 경쾌한 주제선율을 연주하면 나머지 3대의 현악기들이 기타처럼 현을 피치카토로 뜯으며 연주하기 때문이다.

이 곡은 대중적으로 인기가 있는 곡인만큼 현악 4 중주곡 이외에도 제1 바이올린의 주제선율을 다른 악기들이 대신하고 반주부 또한 더 많은 악기 편성으로 늘린 다양한 편곡버전이 존재한다.


■ 앞서도 들어봤지만, 우리 귀에 익숙한 2악장 세레나데(안단테 칸타빌레)를 코다이 콰르텟(Kodály Quartet)의 정제된 녹음연주로도 들어보고

- https://www.youtube.com/watch?v=06PeD1h2hzs


■ 제1 바이올린의 주제선율을 제임스 골웨이의 플루트가 연주하는 버전으로도 감상

- https://www.youtube.com/watch?v=D2Vtm2ORKk8


■ 이어서 전악장(연주시간 15'17")을 역시 코다이 콰르텟(Kodály Quartet)의 녹음연주로 감상해 보자.

- https://www.youtube.com/watch?v=8K6xSrgygPg




♡ 사랑


- 안도현


여름이 뜨거워서 매미가

우는 것이 아니라 매미가 울어서

여름이 뜨거운 것이다


매미는 아는 것이다

사랑이란, 이렇게

한사코 너의 옆에 붙어서

뜨겁게 우는 것임을


울지 않으면 보이지 않기 때문에

매미는 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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