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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 young in season Sep 30. 2018

지금. 오미자.

Natural Born Pink


어릴 적부터 몸에 좋은 것은 입에 쓰다는 교훈을 귀에 못 박히도록 들었다. 철없던 시절에는 보약이라는 개념이 쓰고 맛없다는 의미일 뿐이었다. 그런 내게 처음부터 오미자는 약이라는 인상이 강했다. 아니면 아버지께서 자랑스러워하시는 담금주 재료 거나. 그렇게 30년이 넘도록 매일의 일상에서는 찾아볼 수 없던 식재료였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여러 가지로 몸에 좋다고들 하는 오미자의 어떤 효능도 나와 무슨 관계가 있는지 딱히 설득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처음 보았던 것은 잘 말려진 건오미자였다. 마르는 동안 분명 빛바랜 과정을 뜨겁게 거쳤을 텐데, 열매의 진한 붉은빛은 인상적이었다. 끓일수록 떫은맛이 강해지기 때문에 찬 물에 담가 마신다고 했다. 물에 우려내 음료로 마시는 오미자(커피로 치면 더치커피와 유사한 셈이다)의 냉침한 핑크빛 물을 발견했을 때는 제대로 놀랐다. 맛보다는 오로지 그 빛깔에. 본격적으로 청을 담가 보는데 우러나오는 색이 예술이다. 



천연의 열매에서 이렇게 황홀한 핑크빛을 발견할 수 있을 줄이야. 진한데 맑고, 환한데 부드러운 오미자의 핑크는 인위적인 부담스러움이 전혀 없는 빛이 났다. 물론 그 후 농원에서 보낸 생오미자 열매를 만나면서 한 번 더 크게 놀랄 기회가 생겼다. 생생하게 물이 잔뜩 오른 생오미자의 빛깔은 영롱한 핑크빛이라 할까. 언어적 표현의 한계를 시험하는 색깔을 만날 수 있다. 



오미자란 이름은 과피와 과육은 달고 시며, 씨앗은 맵고 쓰며 전초는 짠맛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다섯 가지 맛이 나는 열매라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전해진다. 그중에서 실제로는 신맛이 주가 되는 편이다. 오미자 아이스티 또는 탄산수에 타는 오미자 에이드 음료의 경우, 오미자 자체의 신맛과 향이 청 고유의 달콤함과 이루는 밸런스가 좋아 음료로서의 탁월한 맛을 낸다. 물론 오미자 특유의 신맛이 우리의 피로를 회복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는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빛깔은 모든 여성들이 사랑에 빠질만한 형광 핑크빛. 건강을 생각하는 음료 중에서도 오미자의 새콤달콤한 맛의 조화는 어린아이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맛이기도 하다.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갈 무렵 오미자 덩굴에서 붉은 열매들이 눈에 띄기 시작하면, 본격적인 생오미자 수확철이 다가온다. 1년에 단 한번, 말리기 전 탱글한 오미자 알맹이들을 만날 수 있는 한 달의 기회. 그때를 놓치지 말고 1년 농사를 지어야 한다. 뒤늦게 건오미자로 담그게 되면 분명 생오미자만의 엄청난 빛깔과 풋풋하고 시원한 향기는 놓칠 수밖에 없다. 요즘은 간편하게 농원에서 아예 설탕과 생오미자를 반씩 통에 넣어 보내주기도 한다. 다만, 오미자 본연의 쓰고 떫은맛을 온전히 즐기기 어렵다면 좀 더 부드러운 맛을 완성시킬 수 있는 레시피로 한 단지 담가보는 것은 어떨까. 넉넉히 담가두고 김치냉장고에서 천천히 숙성시키면, 수개월간 오미자의 청량한 맛을 직접 즐길 수 있다. 



오미자 배 청 

Omija Pear Syrup

 

오미자의 고장인 경북 문경은 충북 괴산 배 농원에서 차로 삼십 분 거리에 있다. 매년 9월이 되면, 문경 농원에서 생 오미자를 보내주시는데 볼 때마다 표현의 한계를 넘어서는 오미자의 붉은색에 놀라고 만다. 이렇게 쌩쌩한 생 오미자를 그대로 만날 수 있는 것은 일 년에 딱 한 달 남짓. 이 시기를 지나면 말린 건 오미자만 남는다. 생생하게 물 오른 오미자 열매는 보기보다 딱딱하고, 빛깔에 홀려 입에 넣으면 떫은맛에 절로 몸서리를 치게 된다. 어른스럽고 복잡한 맛과 향기의 오미자를 우리 집에서도 편안하게 즐길 수 있게, 인시즌만의 오리지널 레시피를 소개한다.

 

재료

생 오미자 5kg

레몬 2.5kg

배 7.5kg

설탕 15kg (설탕 양은 오미자, 레몬, 배를 합한 총량과 1:1의 비율로 넣어주세요)

 

Special tool

레몬 세척용 베이킹 소다와 식초

 

만드는 방법

레몬을 베이킹소다로 문질러 식초물에 30분 정도 담근 뒤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어 말린다.

  * 재료의 물기가 충분히 마르지 않으면 나중에 발효청에 곰팡이가 생길 위험이 있다

오미자를 흐르는 물에 살짝 헹군다.

배는 5mm 두께로, 레몬은 3~5mm 두께로 슬라이스하고 씨를 제거한다.

오미자, 레몬, 배와 총량의 90% 설탕을 넣고 비벼서 섞는다.

밀폐용기에 4를 담고, 윗면이 공기에 노출되지 않도록 여분의 10% 설탕으로 꼼꼼히 덮는다.

설탕이 다 녹을 때까지 1주일 정도 실온에 둔 뒤, 냉장실에서 1~3개월 동안 숙성시킨다.

오미자 향이 잘 우러나면 건더기를 체에 밭쳐 걸러내고, 발효액만 다른 밀폐용기에 담는다.

냉장보관하면서 숙성 1개월부터 먹는다.

(보존료를 넣지 않은 발효액이므로 가능하면 저온의 김치냉장고에서 4도 이하 보관 추천)



오미자 아이스크림 

Omija Ice Cream

 

오미자 배 청을 우유에 타면 의외로 시판 요구르트 맛이 난다. 알싸한 오미자 향기와 시원한 배 맛이 나면서도 혀 끝에는 직접적인 요구르트 맛이 나는 편이다. 오미자의 신 맛이 우유를 만나면 요거트처럼 살짝 걸쭉해지는데, 여기에 생크림을 더해 얼리면 아이스크림이 된다. 부드럽고 사랑스러운 맛에 특히 아이들이 좋아한다.

 

재료

오미자 배 청 150g

우유 250g

생크림 100g

 

만드는 방법

우유에 오미자 배 청을 넣어 요거트처럼 몽글몽글해질 때까지 저어준다.

생크림은 뿔이 생길 정도로 단단해질 때까지 휘핑한다.

3 1과 2를 섞은 뒤 냉동실에 넣어 먼저 두 시간 정도 얼린다.

4. 다 얼지 않은 아이스크림을 꺼내어 포크로 위아래를 긁어 고루 섞어주고 다시 얼린다.

이 과정은 특별한 첨가물 없이 부드러운 아이스크림을 만들기 위한 과정으로

여러 번 긁어줄수록 아이스크림 내부에 공기가 들어가 더 부드러운 질감을 즐길 수 있다. 

5. 2시간 뒤 다시 꺼내 4를 반복한다

6 2~3회 정도 긁어준 아이스크림을 6시간 이상 얼리면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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