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o young in season Oct 10. 2018

영귤의 시간

목 안 깊숙이 따뜻한 차가 필요할 때


지난밤 창문이 열려 있었을까. 아침에 일어나니 목 안이 따갑고, 입 안이 까끌한 것이 영락없는 감기의 모양새다. 도대체 우리나라는 언제가 환절기일까.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온 게 바로 엊그제인데, 그새 아침나절이 서늘하다 못해 차가워졌나 보다.



목이 올라오는 티를 입고 온통 꽁꽁 싸매고 출근하면서, 카페를 찾았다. 어제까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셨겠지만, 오늘은 다르다. 반드시 따뜻한 차를 마시고야 말겠어 다짐을 해 보지만 마실 수 있는 것은 유자차뿐이다. 망설이다 사무실로 돌아왔다. 지난주부터 담그기 시작한 영귤청 생각이 났기 때문이다. 금귤만 한 크기의 푸른 감귤계 열매, 영귤. 과즙은 식초 대신 사용될 정도의 산도를 가지지만, 향기만큼은 상큼 달콤하다. 유리 팟에 청을 넉넉히 넣고 뜨거운 물을 펄펄 끓여 부었다. 온 방 가득 영귤의 푸른 향기가 자욱이 차 올랐다.



처음 영귤을 알게 된 것도 어느 찻집이었다. 우연히 영귤의 향을 입힌 녹차를 마시고, 그 향기에 반했다. 감귤처럼 달지 않고, 유자처럼 새콤하지 않은 새로운 감귤계 향기. 상큼하다는 단어만으로 표현하기에 어렵지만, 제일 가까운 표현인 듯하다. 어르신 들은 옛날 탱자 향기 같다고도 말씀하신다. 그 영귤을 제주에서 다시 찾았을 땐, 온몸에 희열이 흘렀다. 그리고 샘플로 첫 박스를 받아 작업을 시작했을 땐, 그 기쁨은 금세 사라졌다. 열매가 향기가 되기까지, 그 중간과정에 대해서 아는 바가 하나도 없었으니까.



열매는 작고, 씨앗은 많고, 껍질의 향은 강하고, 아무리 설탕을 넣어도 신맛이 났다. 영귤은 과일 들 중에 제일 손이 많이 가는 열매에 속한다. 두 손 부르트도록 꼭지를 따고 씨를 빼내고, 잘게 썰어내는 이 과정을 잘 버텨내야 한다.( 그중에 손에 상처가 나면 곤란하다. 영귤즙이 상처에 들어가는 것은 식초를 뿌리는 것과 동일한 효과가 난다.) 영귤만의 푸른 향기를 소유하자면 거쳐야 하는 대가인 셈이다.



일단, 청에 영귤의 향기를 담아내기 시작하면 어려운 일은 다 지나갔다. 아침마다 뜨거운 물을 부어주면 당분간 감기 걱정은 사라진다. 레몬보다 비타민이 많다는 영귤 차로 우리의 티타임을 향기롭게 즐기면 된다. 

차만 마시기 좀 허전한 오후의 티타임을 위해서 영귤청을 넣어 머핀을 굽는 것도 좋다.

기본적으로 파운드케이크나 머핀에는 영귤 같은 감귤 계열의 청은 다 잘 어울리는 편이다. 늘 먹던 레몬향에서 벗어나 푸르른 영귤 머핀을 구워내면, 색다른 가을의 티타임이 완성된다.



 


영귤차

Pear Sudachi Tea

 

재료(300ml 1잔 분량)

뜨거운 물 250ml

영귤청 4 큰술

영귤청에 들어있는 영귤 슬라이스 2~3개 포함

 

만드는 방법

1. 물을 100℃로 끓여준다. 

2. 컵에 영귤 슬라이스을 포함한 영귤청을 넣고, 끓인 물을 붓는다.

3. 취향에 따라 영귤청 양을 조절하여, 가장 좋아하는 맛을 찾는다.



*차가운 탄산수를 넣어 에이드로 즐겨도 좋다. 톡 쏘는 상큼함에 몸이 한결 가벼워진다.





영귤 머핀

Sudachi Muffin

 

재료(컵케이크 12개 분량)

실온 버터 170g

박력분 265g

베이킹파우더 1.5작은술

영귤청 건더기 잘 게 썬 것 90g

A(설탕 165g, 영귤 제스트 2g)

B(계란 3개, 우유 150ml, 영귤청 즙 90ml)

 

만드는 방법

1. 준비한 박력분, 베이킹파우더를 체에 곱게 내린다.

2. 볼에 재료 A를 넣은 다음, 실온에서 녹인 버터를 넣어 핸드믹서로 하얗게 될 때까지 저어 잘 풀어 준다. 

3. 2에 재료 B를 전부 섞은 액체를 4~5회에 걸쳐서 조금씩 나눠 넣으며 휘핑한다.

유달리 촉촉한 머핀이라 일반적인 머핀보다 들어가는 액체가 많은 레시피다. 버터와 섞는 과정에서 분리가 일어나기 쉬우므로 액체 재료들은 조금씩 나눠서 섞어 주는 것이 중요! 

4. 1에서 체에 내린 가루류를 한 번에 넣고 고무 주걱으로 자르듯이 섞는다.

5. 완성된 반죽을 머핀 컵에 2/3 정도 채우고, 170도로 예열한 오븐에서 23~30분 굽는다.




매거진의 이전글 지금. 오미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