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스트, 딱 하나만 발라야 한다면
마늘을 사러 시장에 갔다. 마트에도 슈퍼에도 대체로 깐마늘 뿐이고, 시장 한 구석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마늘을 까고 계시는 아주머니께 부탁하다시피 통마늘을 구해 왔다. 뿌리의 흙을 털어내고 껍질을 직접 까자니 번거로우면서도, 한편 제대로 맛이 나겠구나 안심이 된다. 워낙 생마늘은 독함의 상징이고, 손질한 손에는 삼일까지 그 진한 향기가 밴다. 비닐장갑을 꼈대도 방심은 금물. 칼 뒷등으로 으깨다 얼굴로 국물이라도 튀면 화끈거리는 피부는 금새 벌겋게 부어오르기 마련이니까. 생마늘의 맛과 향이란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위협적이다.
마늘의 맛에 조금씩 안심하기 시작한 것은 갈릭바게트부터가 아닐까 싶다. 빵에 마늘버터 하나 발랐을 뿐인데, 한 번 열어 먹기 시작하면 자동적으로 끝을 보게 된다. 달콤하고 짭짤한 양념의 끝을 알싸하게 감싸오는 마늘 특유의 감칠맛은 상당히 중독성이 강한 편이다. 특히 느끼한 맛을 잡아주다보니, 버터나 생크림같은 재료와 함께 어우러지면 부드러움은 더 살아나고 고소한 감칠맛은 깊어진다. 원래 마늘과 생크림은 파스타처럼 요리재료로서 맛의 궁합은 이미 보장된 조합이었지만, 잼이 될 수 있다는 상상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바르기만 하면 마늘빵이 되는 잼을 만들어 주세요. 베이커리 오픈을 앞두고 잼 개발을 의뢰하던 그녀는 그렇게 쉽게 말했다. 게다가 빵은 한국에서 보기 힘든 사워도우 발효종을 사용한다고. 그럼, 일반적인 잼으로는 방법이 없지. 달기만 해서는 시큼한 산미가 도는 빵과 잼 맛이 겉도는 상황. 요리 소스의 개념을 도입해서 달콤하면서도 짭짤한 잼을 맞춰내야만 했다. 마늘의 독한 맛을 부드럽게 누르고, 단맛과 짠 맛의 황금비율을 찾아야 하는 험난한 여정의 그 끝에서 우리는 갈릭밀크잼이라는 새로운 맛을 발견했다.
단짠의 매력의 놀라운 점은 어느 빵에도 어울린다는 점이다. 아주 건조한 워터 크래커나 또띠아부터 스콘이나 리치한 버터쿠키까지도 발라 즐길 수 있다. 물론 따끈 바삭하게 올라온 토스트라면 최고. 하지만 부드러운 또띠아에 바르고 베이컨 올려 갈릭피자로 구워내는 것도 어려운 일은 아니다. 부드러운 모닝빵도, 까슬한 바게트도 좋아. 그리고 딱히 다른 재료를 올리지 않아도 좋다. 마늘과 생크림만으로도 달콤하고 짭짤한 맛이 가득하기 때문에. 어떤 빵이라도 딱 하나만 발라야 한다면, 갈릭 밀크 이걸로 충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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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릭밀크잼
Ingredients (150g 잼병기준 3병정도)
간 마늘 20g(맛이 약하면 더 넣으면 됩니다)
생크림 250ml
우유 250ml
설탕 100g
소금 1 꼬집
Method (시간 20~30)
1) 잘 들러붙지 않는 코팅팬에 분량의 재료를 전부 넣는다.
2) 1)을 잘 저어 설탕을 녹인 뒤, 센불로 끓인다.
3) 스패출라로 계속 저어주면서 거품이 올라오도록 끓어오르면, 중불로 불을 줄여준다.
4) 줄이 불에서 잼을 계속 저으면서 졸여주고, 국물이 걸쭉해지며 멍울지는 느낌이 들면 불을 꺼준다.
5) 소독한 유리병에 넣고 뚜껑을 닫은 뒤, 뒤집어서 냉장고에 반나절 식혀주면 완성.
* 냉장고에 보관하면서, 1~2달 안에 드시는 것이 제일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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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릭 하와이언 피자
Ingredients
또띠아 1장
갈릭밀크잼 2~3큰술
베이컨 2줄
파인애플 슬라이스 1개
옥수수(캔) 5~6큰술
피자치즈 5~60g
Method (시간 10~20)
1) 베이킹용 기름종이 위에 또띠아를 올린다.
2) 또띠아에 분량의 갈릭밀크잼을 잘 펴발라 준다.
3) 그 위에 토핑용으로 잘게 자른 베이컨, 파인애플, 콘을 적절히 올려준다.
4) 분량의 피자치즈로 넉넉하게 덮어준다.
5) 170도로 예열된 오븐에서 6~8분 정도 구워주면 완성!(피자치즈가 녹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