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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 young in season Nov 28. 2018

Someone's Recipe

기준을 알 수 없는 모두의 공식.

처음 카페를 준비하면서 수없이 레시피를 찾았다. '스콘'이라는 한 가지 빵을 만드는 수천 가지의 방법들이 온라인부터 전문서적에서 쏟아져 내렸다. BBC 요리 프로그램에서 제공하는 영국의 클래식 스콘 레시피부터, 각종 재료가 자유롭게 들어간 수십 가지의 미국식 비스킷까지. 레시피만 둘러보다 멀미가 날 지경이었다.



최고라는 수식어와 수백 명의 추천을 받은 수백 가지의 스콘 레시피를 얼추 다 읽고서 알게 되었다. 어떤 스콘을 만들 것인가에 대해 스스로의 기준이 없었다는 것을. 그리고 그 기준은 결국 만드는 사람에 따라, 취향에 따라 그리고 그의 입맛에 따라 전부 달리 해석될 수 있다는 불안감을 더해주었다.



요리책을 처음 모으던 시절엔 그림책의 개념으로 샀다. 눈으로만 먹어도 즐거운 책들로 책장을 채우는 재미가 있었다. 책 한 권에서 한 개의 레시피는 만들어 보았을까. 특히 베이킹 책은 전문 기술서에 가깝고, 숙련되지 못한 둔한 손으로는 아무리 시킨 대로 재료를 사서 만들어도 같은 그림이 나오기 어려웠다. 그럼에도 새로운 책을 보면, 레시피대로만 따라 하면 그 사진처럼 근사하게 만들 수 있을 것만 같은 착각에 빠지고. 요리사는 전문직이자 기술직이라는 사실을 잊어버리곤 한다. 사진과 레시피로 만나는 간접경험의 결정판. 어떤 면에서 레시피는 궁극의 맛에 대해 경험을 배제한 채로 여전히 상상의 영역에만 머물러 있기에 더 황홀한지도 모르겠다.



<누군가의 레시피를 가지고 요리하는 순간에는 기묘한 설렘이 있다. 어릴 적 부엌에서 콩나물 머리를 따며 어깨너머로 불 위에서 무엇이든 뚝딱 만들어 내던 엄마를 바라보던 시간처럼, 나의 부엌에 누군가의 그림자를 드리우고 그와 함께 요리하는 기분이 들기도 하니까>


지극히 주관적인 경험이지만, 유명 셰프의 레시피라고 성공률이 높다고는 말할 수 없다. 결국 요리를 하는 사람이 나이기 때문일 테다. 특히 이국적인 스파이스를 쓸 때면 정말 이렇게 많이 넣어도 될까 싶은 경우가 태반이고, 소심하게 절반만 넣었다가 아무 맛도 안나는 경우도 비일비재. 반대로 너무 과신해서 정량을 넣었다가 한국인이 절대로 소화 불가한 현지 요리가 탄생하는 경우도 감수해야 한다. 이쯤 되면 '먹는 거로 장난치는 거 아니야!' 엄마의 잔소리가 들리는 것도 같다. 정말 안타까운 점은, 이 많은 레시피를 전부 다 테스트하기에 우리의 주말은 너무 짧다는 사실이다.


사진 출처 : https://www.timeout.com/london/restaurants/books-for-cooks


가끔 그런 생각을 했다. 음악처럼 레시피도 누구나 완벽히 재생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영국의 요리 전문서점 Books for Cooks에는 항상 셰프가 있고, 그들이 읽은 수많은 레시피 중 좋아하는 요리를 직접 만들어 서비스한다. 새로운 요리책을 발표하는 날이면, 그 책의 저자가 직접 주방에서 책에 실린 레시피를 요리해서 선보이는 쇼케이스를 함께 하기도 한다. 원곡 가수가 불러주는 작은 콘서트처럼, 요리책의 저자가 맛 보여주는 레시피를 맛볼 수 있는 유일한 시간. 순간적인 맛에 대한 기억이 얼마나 오래 간직될지 알 수 없지만, 책 속의 맛에 대해 직접적인 기준이 생긴다는 것은 매우 매력적인 일이다. 이제 그 레시피로 요리를 해보면, 최소한 작가의 의도대로 만들었는지 아닌지 정도는 구별할 수 있으니까. 상상 속의 레시피가 책 밖으로 걸어 나오는 유일한 순간이다.



누군가가 만든 음식에는 결국 그 사람의 기준이 낱낱이 드러나고 만다. 그렇게 생각하면 결국 레시피의 맛의 기준이란, 그 저자가 만들어주는 요리를 먹어볼 때나 가늠 가능한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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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meone's Recipe


<Monthly Recipe / Weekly Workshop / Daily Guide>

계절의 재료를 중심으로 매주 진행되는 워크샵과 그들의 기준으로 선택된 좋은 재료들,

[일상의 테이블]과 [당신의 팬트리]를 우리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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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SEASON Scone

우리의 스콘



영국식 티타임에서 스콘은 한식의 쌀밥 같은 존재다. 카페 인시즌을 준비하면서 제일 먼저 차와 곁들일 최고의 스콘을 찾았다. 수많은 레시피로 스콘을 구웠다. 영국 왕실 오리지널 스콘 레시피부터 다양한 과일, 잼이 들어간 수십 가지 방법으로. 결국 세상에 완벽한 스콘은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 원하는 스콘을 찾기 위한 뚜렷한 기준이 필요할 뿐이었다.

지금 소개하는 스콘의 레시피는 지금껏 알려진 레시피들 중 제일 담백한 쪽에 속한다. 다양한 과일잼을 따로 곁들일 수 있도록 스콘 자체는 기본기에 충실한 쪽으로 선택했다. 차나 음료와의 어울림을 생각했을 때 가장 기본적이고 포근한 흰밥 같은 맛을 낼 수 있도록.


지름 7cm 원형 스콘 6개 분

또는 작은 삼각형 스콘 12개분


Ingredients

박력분 250g

버터 55g

설탕 2 tbsp

베이킹파우더 1 tsp

소금 1/2 tsp

우유 100ml

생크림, 설탕 적당량

박력분 약간(덧가루용)

 

Method


1. 볼에 분량의 박력분, 버터, 설탕, 베이킹파우더, 소금, 하귤 제스트를 넣고 버터가 콩알만 한 사이즈가 될 때까지 모든 재료를 스크래퍼로 다진다. 푸드 프로세서나 믹서기에 넣고 버터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갈아줘도 된다.

2. 1에 우유를 넣고 포크를 이용해 날가루가 없어질 때까지 반죽한다.

3. 도마 위에 덧가루용 박력분을 뿌린 다음 스콘 반죽을 올려 기다란 김밥 모양으로 만든다.

4. 이어서 지그재그로 잘라 작은 삼각형 모양을 만든다. 기호에 따라 동그란 틀이나 네모난 틀로 모양을 만들어도 된다.

5. 반죽 윗면에 생크림을 바르고 설탕을 뿌린다.(기호에 따라 계란물을 발라도 된다)

6. 175도로 예열한 오븐에서 18~20분 정도 구워주면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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