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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 young in season Mar 23. 2019

snowing March

삼월에 눈 날리는 토요일


느지막이 일어난 토요일 아침, 창을 열었을 뿐인데. 지금 내가 본 풍경이 무엇이었을까.



삼월 이건만 눈이 스치듯 지나갔다. 혹은 바람처럼 회오리 쳤다. 밤처럼 캄캄한 하늘 밑에 눈 줄기들이 이리저리 흔들리며 왈츠를 춘 것이 불과 10분 전. 슬슬 개이는 하늘과 함께 빗줄기가 잦아들기 시작했다.


유난히 눈이나 비가 오는 아침은 일어나는 데 힘이 든다. 촉촉하게 젖어든 공기가 집을 통째로 감싸고 있음을 두꺼운 시멘트 벽 너머로도 느끼는 걸까. 출근을 해도 묘하게 얇은 이불을 덮고 있는 기분이 든다. 아직 햇빛이 들지 않는 하늘 아래에선 시간이 멈추는 것도 같다. 지금이 몇 시인지 잘 모르겠어. 멍한 기운을 떨치기 위해 커피를 급하게 내려 따뜻한 머그컵을 들고 자리에 앉았다. 그러고 보니 며칠 전부터 갑자기 바람이 쌀쌀해지기 시작했던 것도 같다. 길가에 개나리가 피기 시작했던가. 꽃샘추위라는 것이 시작되었나 보다. 집어넣었던 마지막 겨울 외투쯤은 다시 꺼내 놓아야 할지도 모르겠다.   



날씨에 따라 가장 빨리 변하는 것 중 하나가 입맛이다. 맑은 날과 흐린 날, 그리고 눈 내리는 날은 먹고 싶은 게 다 다르다. 오늘 점심엔 뽀얀 마늘 감자수프를 끓여 볼까. 마늘향 진하게 날리는 부드러운 감자수프에 조금은 딱딱해진 바게트나 하드롤을 곁들여야지. 머릿속으로 부엌에 남아 있는 야채와 빵을 얼추 더듬어 본다. 기억 속 향기가 코 끝에 스치면, 갑자기 마음이 급해진다. 



일단 오븐에 불을 올리고 통마늘부터 집어넣었다. 마늘 굽는 냄새가 온 부엌을 채울 때쯤, 후라이팬에는 넉넉한 버터 한 스푼에 잘게 다진 감자와 양파를 볶느라 정신이 없다. 수프에 일일이 루까지 만들기 힘들 땐, 잘 부스러지는 감자와 다진 양파를 좀 더 오래 볶아주면 되니까. 오븐에서 나온 구운 마늘을 까서 넣고 우유와 크림을 부어 끓이기 시작하면 일단 급한 불을 끈 셈. 한참을 푹푹 끓여낼수록 맛의 깊이가 더해지고, 부드러워지다 보니 수프는 생각보다 시간이 걸린다. 



일단 불에 올리고 얼려놓은 닭 육수도 한 컵 정도 넣어주는데, 이때 홍합이나 바지락 같은 해물육수도 좋고 없으면 파는 치킨스톡 큐브를 물에 녹여도 된다. 어느 정도 끓었다 싶으면 냄비에 핸드믹서를 넣어 내용물을 갈아주고 간을 맞춰 완성. 손님이 오신다면 국물을 한번 체에 걸러 담아내면 된다. 마지막으로 불에 냄비를 올려놓고 약불에서 조릴 때쯤, 오븐에서 바게트를 잘라 바삭하게 구워 내면 정말 다 되었다.



따뜻한 수프 한 그릇이 완성될 즈음, 김서린 창 너머로 촉촉한 길가를 바라보며, 바게트에 수프를 찍어 먹었다.




구운 마늘 감자 수프

Roasted Garlic Potato Soup  


Ingredients (대략 4인분 혹은 1 냄비)

통마늘 3~4 뿌리

감자 2개, 양파 큰 것 1개, 어린 새송이 버섯 한 줌

생크림 50ml, 우유 500ml 이상 넉넉히

치킨스톡 1컵 또는 스톡 큐브  1~2개

소금, 후추, 건파슬리 또는 오레가노 약간

버터 1큰술

 

Method

1) 오븐 판에 유산지를 깔고 반으로 자른 통마늘에 간단히 소금, 후추, 올리브유를 뿌려 준다.

2) 170도로 예열된 오븐에서 20분 정도 마늘 표면이 잘 익어 연한 갈색이 날 때까지 구워 준다.

3) 팬에 버터 1큰술을 넣고 볶음밥처럼 잘게 다진 양파와 감자를 넣어 센 불에서 달달 볶아준다.

4) 양파와 감자가 으깨질 정도로 볶아지면, 오븐으로 구워낸 마늘 알알이를 까서 냄비에 넣고 분량의 크림과 우유를 부어준다. (생크림이 없다면 집에 남아 있는 치즈를 넣어도 된다. 국물은 전부 우유로 부어도 좋고, 조금 느끼하다면 물과 우유를 반반 섞어 넣어도 좋다.)

5) 얼려놓은 닭 육수나 치킨스톡을 뜨거운 물에 녹여서 한 컵 부어준다.     

6) 맛이 잘 어우러 질 정도로 끓어오르면 불을 줄이고 핸드믹서를 넣어 한 번 갈아 준다.

7) 씹는 식감을 위해 반으로 가른 어린 새송이를 한 줌 넣고 소금, 후추로 간을 맞춰 끓여내면 완성.

8) 스프 컵에 넉넉히 담고 오븐에 5분 정도 가볍게 구워낸 바게트를 곁들여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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