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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 young in season Apr 11. 2019

Scrap your season.

지금 우리가 계절을 살아가는 방법, 첫 번째 

사람마다 지금 이 순간을 느끼는 방법은 다르다. 누구는 아침과 낮의 온도차로, 누구는 골목을 세차게 가르는 계절의 바람과 미세먼지로, 또 그 뽀얀 공기 사이로 툭툭 터지기 시작하는 꽃망울로 지금 이 순간을 기억하는 것처럼.


또는 나처럼 계절에 대한 인식 이전에 입맛부터 먼저 달라지는 사람들도 있다.



상큼하고 시원한 맛이 당기기 시작했다면 이미 새로운 계절이 시작된 셈이다. 지금의 필요에 따라 봄철의 과일들은 기본적으로 매력적인 산미를 갖고 있다. 환절기의 피로감을 풀어주기 위해서라도 꽃처럼 아름다운 색을 뽐내며, 새콤 달콤한 맛과 향기를 더해낸다. 결국 지금의 계절을 놓치지 않는 방법이란 그렇게 대단한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굳이 딸기 농원까지는 가지 못하더라도, 매일의 일상에 분홍빛 오미자 음료 하나 더해주는 것부터 시작하면 된다. 지금 새롭게 끌리는 맛을 경험하고, 넘치는 계절 재료들로 간단한 것들을 만들어 먹고. 한 달에 몇 시간 투자로 컬러풀한 계절의 테이블을 한 번만 차려보면 시장 보는 재미가 달라진다.



좋아 보이는 요리책을 보노라면, 이번만큼은 책 속의 모든 요리를 만들어보고 싶다고 생각하지만 현실적으로는 1개의 레시피라도 시도해 보면 다행이다. 한 권의 책 안에 정말 알고 싶은 레시피는 몇 개 안 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계절이 달라지면, 먹어 볼 만한 재료는 계속 달라지고 레시피 또한 같을 리 없다. 가끔은, 어릴 적 잡지를 가지고 하던 취미생활을 책장에 고이 모셔놓은 요리책들로 하고 싶다는 충동마저 느낄 때가 있다. 처음부터 레시피 자체를 만들어 내긴 어렵지만, 음악 Playlist처럼 목적에 따라 레시피를 선택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4월 가족 피크닉 도시락 레시피'나 '동생 생일파티 레시피'처럼 제목이나 대상에 맞춰 필요한 레시피를 골라 스크랩해봐도 좋지 않을까.



레시피를 전해주는 것은 단순한 정보를 주는 것 이상의 무언가가 있다. 같이 밥 해 먹는 사람이 식구인 것처럼, 요리 속에는 누군가의 삶의 단면이 묻어나고, 그의 세세한 취향이나 습관 또는 선호하는 요리 방식까지도 함께 전해지기 때문이다. 엄마와 함께 살다 갑자기 분가하게 되었던 첫 해, 동생에게 된장찌개라도 한 번 끓여주려면 몇 통의 전화를 계속 거는 수밖에 없었다. 나이 스물셋까지 엄마의 된장찌개를 수백 번 이상 관람했겠지만, 막상 스스로 부엌에 서면 머릿속이 하얘지곤 했다. 어떤 된장은 처음부터 고기와 볶아 끓이고, 어떤 된장은 제일 마지막에 풀어 넣었던가. 엄마가 어떻게 했었는지를 계속 머릿속으로 떠올리며, 애써 흉내를 내 보지만 맛은 왜 이렇게 다른 걸까. 


그래서 엄마가 딸에게 전하는 레시피는 유난히 잔소리가 많다. 일반적인 요리책에서 전하는 정보 외에, 엄마만 적어줄 수 있는 행간의 내용들이 한아름이다. 재료는 어떻게 골라야 하는지부터, 손질하는 방법, 보관하는 방법에 썰어 넣는 크기까지. 특히 불 조절은 옆에서 한 번은 봐야 따라 할 수 있다. 누군가를 위해 레시피를 고르는 입장도 번거롭긴 마찬가지다. 그 사람의 입맛과 취향, 식습관을 고려한 뒤 그가 직접 해볼 만한 것을 알려줘야 하니 어지간한 애정 없이는 어려운 일이다.



4년이 지나서야 첫번째 책이 완성되었다.



지금 가장 넉넉한 과일로 오늘의 계절을 즐기며 살아갈 수 있도록, 쉽고 간단한 계절레시피로 매달의 시간을 채워낸 책이다. 브런치를 통해 소개했던 '요리 글로 배우기'의 사계절 버전으로 보면 이해가 쉽다. 



여전히 분주한 아버지의 농원부터, 엄마의 저장식들 그리고 우리가 완성하는 쉬운 계절의 레시피까지 온전히 열두달을 정리하자니 생각보다 긴 시간이 걸렸다. 원래 첫번째는 다 이런걸까. 책이라는 형태에 우리의 모든 것을 쏟아내려고, 레시피를 하나라도 더 담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자신을 발견했다.



최근 주말이면, 유동인구가 너무 많아져 결국 연남동 사무실을 쇼룸의 형태로 바꾸기로 했다. 여기서 우리는 무엇을 팔아야 할 것인가. 질문을 시작했다. 지금의 인시즌을 전달할 수 있는 공간이란, 어떤 모양이어야 할까. 첫 질문에 답을 찾기 전에 다음 질문이 계속되었다. 분명, 우리는 매달 제철을 맞은 과일을 소개하고, 그 맛을 풍성하게 누리는 저장식과 레시피를 담아 책으로, 제품으로 전달하는 브랜드가 맞았다. 지금의 계절을 풍성하게 누리며 살아가는 방식을 과일을 활용해서 쉽게, 재미있는 경험으로 풀어내는 중이었다. 아버지 농원의 제철 재료를 가지고, 엄마의 방법으로 저장식을 만들어 도시의 테이블에서 소비할 수 있는 레시피로 완성시키는 것이 인시즌의 몫이었다. 



그렇게 열두 달의 레시피를 한 권의 책 속에 담아내는 작업이 막 완성되었다. 2019년 봄, 연남동에서 당신이 직접 만나게 될 인시즌 레시피엔 어떤 맛들이 숨겨져 있을까. 벌써부터 설레기 시작한다.



텀블벅에서 미리 만나보세요. 5월에는 서점에서 구입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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