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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 young in season Feb 11. 2019

after holidays

명절이 지나고 난 뒤. 뉴욕 치즈케이크. 


지난 몇 달간 엄마의 손맛을 애타게 그리워했던 것도 같은데, 농원에서 돌아오는 길에는 반드시 던킨 도너츠에 들러 글레이즈드 도넛이라도 하나 입에 물어야 한다. 언제나 몸에 좋은 것들로 가득한 엄마 밥상의 건강한 맛들도 계속 먹으면 질린다는 것은 매번 몸으로 경험하는 진리 중 하나. 일단 터미널에 도착하면 뜨겁고 까만 아메리카노를 찾아 헤매고, 대체로 곁에 있는 도시스러운 빵 하나(대체로 이름은 한글이 아니고 매우 달다)를 곁들여 흡입하고 나면 겨우 숨이 제대로 쉬어진다. 



이제 도시로 돌아왔다는 미묘한 안도감과 함께. 역시 내겐 귀농은 무리라고 천상 도시에서 살아야 할 사람이라고 다짐하게 되는 포인트이기도 하다. 집에서 한 발짝만 나가면 온 거리에 널린 달콤한 먹거리들과 진한 커피, 손만 뻗으면 쉽게 닿아지는 영화관과 지하철 역사마다 즐비한 책방들까지. 아직까지 나는 이 도시에 어울리는 사람인가 싶다.



대개 좀 긴 명절이 지나고 나면 동네 빵집들에 빵이 동나는 광경을 쉬이 볼 수 있다. 시골에서 돌아온 길에 먹는 도넛처럼, 긴 명절 속에서 쌓인 음식의 피로도는 엉뚱한 방향에서 해소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육 첩 반상으로 준비하는 우리네 명절 요리의 특징 중 하나는 어렵게 많이 단번에 만들어 놓고 명절 기간 내내 그 음식을 먹는다는 점이다. 물론 고기부터 생선에 다양한 요리들이 구비되지만, 결국 엄마의 손맛 한 가지로 귀결된다. 한식으로 대변되는 명절 음식에 질리고 나면, 결국 정반대의 음식이 생각나기 마련이고. 대체로 명절이 끝나는 대로 빵집 혹은 피자집으로 가게 된다. 이번 설 명절 동안 친가와 외가를 두루 다녀야 했던 다섯 살 조카가 집에 도착하자마자 울었단다. 피자가 너무 먹고 싶다고.



애써 음식을 준비하신 할머니 생각에 말은 못 하고 집에 올 때까지 참은 모양이었다. 그 심정 너무 잘 안다고. 그래서 이모도 피자 시켜먹었지만 이건 할머니한테는 비밀이라고. 


올해 설날에 유난히 먹고 싶었던 건 단순한 빵이 아니었다. 지난 메뉴 테스트 때 만들었던 병에 든 뉴욕 치즈케이크, 유난히 그 향기와 식감에 사로잡혀 있었다. 일반적으로 치즈케이크가 무스를 굳혀내거나 타르트 틀에 넣어 구워내는 형식이라면, 이 보틀 케이크는 오븐 팬에 물을 붓고 중탕하듯이 쪄내는 형식으로 굽는다는 점이 다르다. 작은 사이즈의 메이슨 자 안에 반죽을 넣고 오븐에 돌리면 팝오버처럼 점점 부풀어 오르고, 넘칠까 두려울 즈음 어느새 촉촉하게 가라앉아 부드럽고 입에 착 감기는 제형의 치즈케익이 완성된다. 뚜껑을 닫아 냉장고에 하루 정도 식혔다 꺼내면 그 사이에 치즈케이크 속의 여러 가지 맛이 안정적으로 잘 섞여 들어 부드러운 식감과 함께 그 풍미를 제대로 느낄 수 있다. 돈 주고 사 먹을 수 없을수록 괜히 더 먹고 싶어 지는 이유는 뭘까. 내일은 어쩔 수 없이 우리 쉐프를  괴롭혀서라도 한 판 구워내야겠다. 올 설날 후유증을 말끔히 날려줄 수 있도록.




뉴욕 치즈 보틀 케이크

New york Cheese Bottle cake



일주일 동안 갓 구운 케이크의 맛을 간직할 수 있는 케익이 있다면 믿을 수 있을까? 유리병에 넣어 구워내는 케익들이 대체로 그런 편이다. 한 김만 식혀준 뒤 뚜껑을 닫아주면, 그 맛과 향이 병에 갇혀 그대로 보존된다. 먹기 직전에 오븐이나 전자레인지로 조그만 데워주면 바로 구워낸 케익으로 돌아간다는 것이 이 비밀의 핵심. 특히 넉넉한 크림치즈의 맛이 진하고 부드럽게 담긴 뉴욕 치즈케익은 약간은 계란 찜 같은 느낌이 들 정도. 꾸덕하기보단, 부드러운 식감이 상상을 넘어선다. 처음 보는 맛임에는 틀림없다.

 

Ingredients (245ml 병 케이크 2개 분량)

크림치즈 200g, 요거트 90g, 백설탕 60g, 무염버터 15g, 달걀 1개, 노른자 1개, 콘스타치 10g


Method 

1) 미리 준비 :상온에서 크림치즈 녹이기 / 버터 녹이기 / 오븐 170도 예열하기 

2) 볼에 크림치즈를 넣고 거품기로 저어 부드럽게 풀어준 뒤, 분량의 설탕을 넣고 골고루 섞어 준다.

3) 2)에 요거트를 넣고 거품기로 섞어주고, 녹인 버터를 넣고 잘 섞은 뒤, 달걀과 노른자를 붓고 부드러워질 때까지 섞는다.

4) 3)에 콘스타치를 첨가하고, 가루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다시 저어준다.

5) 4)를 각 유리병에 1/2씩 부어 준다.

6) 내열 접시에 키친타월을 깔고 5)를 올린 뒤 뜨거운 물을 표면에서 위로 2cm까지 부어준다. 

     170도로 예열된 오븐에서 25~30분간 쪄내는 형식처럼 오븐에서 중탕으로 구워준다. 

     표면이 노릇하게 구워지면 완성이므로 그대로 오븐에 넣어 두었다가 한 김 식으면 뚜껑을 닫아 

     완전히 식힌다.

7) 냉장고에서 5일간 보관하며 먹기에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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