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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 young in season Jul 06. 2019

종일 자두만.   

우리의 칠월은 언제나 자두였다.

칠월의 첫날부터 왕십리 제조장엔 발 디딜 틈 없이 온통 자두가 내렸다. 붉은 과실 향기가 자욱해 목이 메일 지경이었다. 올해 농원의 자두 첫 수확은 컨테이너로만 6개, 무게로치면 얼추 200킬로 가까이 되었다.



작년에는 기상변화로 자두 꽃이 마르는 바람에 농원 자두는 한 알도 구경 못했었기에, 올해만큼은 자두 수확을 손꼽아 기다려왔다. 6월 중순이 지나면 이미 남쪽 지방의 자두들이 나오기 시작하기 때문에 우리 집 자두를 고집하자고 기다려야 하는 마지막 일주일이 늘 힘겨웠다.



농원의 재래종 자두는 개량종 자두들에 비하면 크기가 거의 반밖에 안되고, 약을 안치니 벌레 투성이라 손질에 품이 몇 배로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래종 특유의 새콤 달콤한 맛과 진한 향기 때문에 포기가 어렵다.


올 해는 유독 수확이 늦어져 가지에서 붉어진 열매들을 따 내렸다. 덕분에 차에서 자두를 내린 순간부터 우리의 더운 제조장 공간 속에서 빠르게 익어가기 시작했다. 분명히 아침에만 해도 노릇노릇 팔팔한 자두 알들을 드문드문 보았건만, 점심을 먹고 들어오니 금세 붉은빛이 돌기 시작한다. 200킬로가 넘는 열매들이 좁은 제조장 안에서 익어가면서, 반대로 달큰한 자두 향기를 심하게 뿜어내니 그 속에서 손질하던 우리는 온통 코와 입에 단내가 붙다 못해 슬슬 어지러울 지경이었다.



한 가지 과일의 향기만 이렇게 진하게 맡아보기도 처음 있는 일이었다.


이렇게 자두가 넘쳐나는 칠월이라면, 어떻게 먹으면 좋을까? 대체로 과일을 과육으로 먹는 것은 쉬이 질리고 만다. 물 많고 달콤한 자두도 1박 2일 정도 종일 입가가 빨갛게 물들 정도로 먹고 나면, 더 이상 손이 가기란 어렵다. 결국 집에서 먹다 남는 자두로 제일 많이 하는 것은 잼인 셈이다.



살구나 자두 복숭아 같은 열매들은 과육 특성상 조금만 끓여도 금방 잼 제형이 되기 때문에 만들기도 쉽다. 다만, 새콤달콤한 여름 과실의 향기와 맛의 특징을 살려 잼을 만들자면, 설탕량을 좀 조절해 보면 좋다. 오래 보관할 용도만 아니라면, 자두같이 달콤한 과실의 경우 과일 양의 5~70% 정도의 설탕만으로도 충분하다. 프랑스에서 여름 과일잼을 끓일 때는 과일량의 절반만 넣어 만드는 경우도 비일비재 한 편.



동 냄비에 잘 익은 자두를 넣고 한 소금 가볍게 끓여 과실의 맛을 오롯이 남겨 바게트에 얹어 즐기는 아침. 해뜨기 전부터 갓 구워낸 바게트에 부드러운 리코타 치즈를 넉넉히 바르고 새콤달콤한 자두 잼을 올리던 여행지의 기억은 유난히 싱그럽고 청량하게 남아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두를 가장 맛있게 먹는 방법이 음료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몇 되지 않는다. 피로회복에 신 맛이 좋다는 것은 다들 아는 이야기지만, 특히 칠월엔 자두가 그만이다. 자두 같은 과일은 과육이 많아 주스는 어색한 것이 사실이다. 과육채로 갈아 스무디를 해도 좋지만, 점점 더 더워지는 날씨에는 탄산만큼 속을 시원하게 씻어 내려주는 음료도 드문 편이다. 생자두를 썰어 넣고 간단한 시럽을 만들어 얼음 탄산수에 섞으면 된다. 자두 시럽만큼 만들기 쉬운 레시피도 드물다. 여기서 좀 더 시원한 맛을 원한다면, 민트 잎 두어 장을 찢어 섞어주면 완성.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인시즌의 연희 카페에서는 7월이면, 모두가 자두를 마셨다. 세상에서 가장 맛있고 시원한 방법으로.





자두 시럽

Plum Syrup

 

인시즌 농원에는 거의 열 살쯤 되어가는 토종 자두나무들이 세 그루 있다. 주변에서는 이런 자두나무 본 적이 없다 다 정도로 가지가 크고 울창하게, 그리고 높게 뻗어 있다. 꼭대기에 달린 자두를 따자면, 사다리도 안되고 잠자리채 밖에 답이 없단다. 그 기술은 소싯적 서리 좀 해 보셨다는 아버지만 가능한 기술. 따 내리는 수고 대비 이 재래종 자두는 원래 열매가 참 작다. 작고 단단하고 대신 맛과 향이 촌스러울 정도로 진하고. 열매가 그리 잘아도 당신께서 어릴 적 먹던 자두 맛이라고, 농부 아버지는 이 자두나무들을 그렇게 예뻐하신다. 어디 가서 사 먹을 수도 없는 기억의 맛과 함께 살아가는 것도 참 행복한 일이다. 

 

Ingredients (시럽 1L 분량)

자두 600g, 설탕 500g

 

Method (시간 1일)

1) 흐르는 물에 자두를 잘 씻어, 물기를 제거해 준다.

2) 물기를 제거한 자두를 가운데 칼집을 넣어 씨앗을 분리해 준 뒤 동량의 설탕과 잘 섞어 3~4시간 정도 절여준다.

3) 2)의 절인 자두를 믹서로 곱게 갈아 냄비에 넣고 한 소금 끓인다.

4) 잘 소독한 밀폐용기에 담아 냉장고에서 하루 정도 숙성한 뒤 냉장 보관하면서 4주까지 맛있게 먹는다. 오래 두고 먹을 분량은 반드시 냉동해 둔다.


 


생자두 에이드

Plum Ade

 

맛없는 자두는 있을 수 있다. 파는 자두들은 대체로 푸르고 단단할 때 따서, 후숙 하여 유통하기 때문에 더 그렇다. 비 내린 후 수확한 자두들은 물 탄 밍밍한 맛이 나기도. 하지만, 맛없는 자두 에이드는 존재하지 않는다. 적절한 양의 설탕은 과일의 맛과 향을 극대화시키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자두도 단맛을 조금만 더해주면 특유의 향기와 상큼한 과즙이 더욱 매력을 터트린다. 여기에 살짝 민트향을 더해주면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자두 속을 헤엄치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Ingredients (300ml 1잔 분량)

탄산수 200ml 

자두 시럽 60g 

민트 잎 3~4장

장식용 자두 슬라이스 1개

얼음 (대략 10개)

 

Method 

1) 유리컵에 자두 시럽 60g을 담아주고 탄산수 50ml을 먼저 부어 시럽과 잘 섞어 준다.

2) 민트 잎을 잘 찢어 유리컵에 넣고 저어준 뒤, 얼음을 채워 준다.

3) 나머지 탄산수를 채우고 장식으로 자두 슬라이스를 올려준 뒤, 시원하게 즐기면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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