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o young in season May 10. 2019

심플리 인 시즌

오월의 오늘, 지금의 계절을 느끼고 살아간다는 것.

벌써 오월에 들어선 지도 일주일이 넘었다. 내리쬐는 햇살은 금방 두꺼워져 긴팔 셔츠를 대강 걷어 올리게 만들고, 잠시만 돌아서면 쉬이 목이 마르기 시작한다. 그나마 간간이 불어오는 선선한 바람에 봄기운이 서려있을까. 한 낮은 여름의 그림자가 어리기 시작했다. 매일 아침 긴팔과 반팔 셔츠 사이에서 고민하는 시기. 아침의 봄과 점심의 여름을 가진 오월에 들어서면, 결국 푸른 하늘 밑 어디라도 나가고 싶어 진다.



점심 먹고 나서 동네 한 바퀴에 가슴 설레는 오늘, 사무실에서 5분 거리에 있는 경의선 철길공원(연트럴 파크) 덕분에 눈이 시원한 푸른 산책에 한 숨을 돌려본다.


농원의 오월 역시 한 숨 쉬어갈 수 있는 시기다. 무성하게 올라오는 잡초와의 전쟁만 잘 치러내면 된다. 사과나 배처럼 가을에 거두는 열매들은 이제야 꽃이 지고 작은 열매들이 조롱조롱 달리는 중이라서 여러 개 달린 열매 중에서 하나만 남겨두고 다 떼어내는 적과가 필요해지는 시점까지는 아직 여유가 있다. 산딸기나 오디 같은 여름 베리류 역시 아직은 열매가 달리는 시기. 다만, 유일하게 제주는 사정이 다르다.



이 시기에 수확하는 귤이 '달콤한 여름'이라는 품종의 하귤이다. 4월부터 6월까지 출하되는 제주의 하귤 역시 겨울철 귤처럼 탱자나무에 접붙여 키워내는 감귤계 열매다. 다만 크기가 오렌지만 하고, 과육이 많이 달지 않고 씁쓸한 뒷맛을 가지고 있어 자몽 귤로도 불린다. 먹기보다 관상용으로 대체로 가로수로 많이 심긴 나무이기도 하다.


제주에서 하귤이 올라오기 시작하면 제조장 역시 호흡이 바빠진다. 향기가 맛을 좌우할 정도로 중요한 감귤계 열매들은 껍질을 사용하기 때문에 일반 과일보다 손질에 손이 배로 많이 간다.



베이킹 소다와 식초로 닦아내고 물기를 말리고, 껍질을 벗겨내어 제스트를 만들고. 어느 하나 사람 손이 거치지 않는 부분이 없다. 다만 지금 바쁘게 거둬들이지 않으면 하귤의 생생한 향기를 기다리기까지 다시 1년이 걸리기 때문에, 모두의 손이 동원될 수밖에 없다. 과일칩으로, 음료용 시럽으로, 마멀레이드로 또 여러 가지 베이킹으로. 제주의 오월을 그렇게 두 손으로 담아 저장하느라 계속 종종걸음을 치게 된다.


5월 첫 주 주말, 연남동은 분주함으로 가득했다. 모처럼 연휴를 맞아 외지에서 연남동 거리를 구경하러 오신 분들과 5월을 맞아 여행 온 외국인들, 그리고 공사를 마치고 막 오픈한 다양한 가게들까지. 거리에 다양한 사람들이 가득 들어찼다. 휴일에만 관광지로 변하는 골목 덕에, 인시즌 역시 사무실을 치워내고 작은 쇼룸으로 변신했다. 4일과 6일 이틀간, 최근 출간된 '심플리 인 시즌' 책과 관련된 테이스팅 세션이 열리는 날 때문이기도 했다.



지금의 계절 주제는 역시 하귤, 일단 제주에서 막 올라 온 하귤 한 상자로 쇼룸의 냉장고를 가득 채웠다. 길에서 보는 사람마다 주스 가게가 아닌가 물어 왔다. 연남동까지 오신 인시즌의 첫 독자분들께 오월의 맛을 제대로 보여주고 싶어서, 하귤의 거의 모든 레시피를 동원 해 테이블을 준비했다.



하귤 향기 가득한 스콘을 굽고, 하귤 음료를 세 가지 방법으로 마시고, 하귤 드레싱이 올라간 샐러드를 나누었다. 아무래도 음식을 앞에 두면 서로의 마음이 더 쉽게 열린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다행히도 처음 만난 사이의 어색함은 먹고 마시는 사이 금방 가셨다. 그리고 이 테이블에서 만난 사람들과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금세 친밀해진 기분마저 들었다. 좋은 친구들을 얻게 된 이 날의 테이블은 차리는 수고는 조금도 아깝지 않은 시간이었다.



문득 궁금해졌다. 함께했던 모두에게 지난 오월의 첫 번째 주말, 그 테이블은 어떤 시간으로 기억되었을까. 

그들도 나와 같았기를 바라본다.



하귤 치킨 샐러드

Summer Citrus Chicken Salad


Ingredients 


닭가슴살 1쪽, 건 로즈메리 혹은 허브 믹스 약간, 화이트 와인 약간

하귤 1개, 어린잎 채소 1팩, 구운 아몬드와 호두 분태 약간


Non-oil 하귤 허니 머스터드 드레싱 : 

하귤 반개, 소금 1작은술, 레몬즙 1큰술, 디종 머스타드 1작은술, 꿀 1큰술, 파슬리 약간, 후추 약간


Method

1) 어린잎 채소류는 찬물에 깨끗이 씻어 물기를 제거해 줍니다.

2) 샐러드에 함께 넣을 하귤 1개의 과육을 준비해 줍니다.

3) non-oil 하귤 드레싱 : 하귤 반개를 과즙기를 사용해서 짜 준 뒤 위의 드레싱 재료를 넣고 잘 섞어줍니다. 

4) 닭가슴살은 전날 밤 양면에 소금, 후추로 밑간을 한 뒤, 화이트 와인 소주컵으로 한 컵 정도 붓고 건 허브를 넣어 마리네이드 해 줍니다.

5) 전날 마리네이드 했던 닭가슴살을 올리브 오일에 살짝 달궈진 팬에 앞뒤로 잘 구워주고, 다 익으면 살짝 식혀 샐러드에 올리기 좋게 결대로 찢어줍니다. 

6) 접시에 어린잎 채소를 먼저 올리고 구운 닭가슴살과 하귤 과육을 보기 좋게 올린 뒤, 구운 아몬드와 호두 분태를 뿌려줍니다. 먹기 직전에 드레싱을 올려 상큼하게 즐기면 좋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