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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 young in season Jun 28. 2020

Nectar.

유월 살구, 주스로 먹을 수 없을까.

날씨가 더워지는 이맘때쯤이면 매일 오렌지 주스 한 컵은 입에 달고 살았던 것도 같다.



과일을 직접 짜서 만드는 착즙주스가 우리의 냉장고를 점령하기 전까지, 우리에게는 과즙 농축주스가 존재했다. 요즘은 빈티지해진 유리병을 모으기 위해 산다는 그 '무가당 훼미리 주스'가 부잣집 냉장고의 기준 같았던 시절도 존재했으니까. 전 국민을 '따봉'이라는 단어로 유혹한 대상 역시 오렌지 주스였다.


그 과즙 농축주스보다도 한참 전에, 우리 부모님 세대에게 익숙했던 과실음료의 이름이 있다면 넥타.


<출처 좌측 - http://blog.daum.net/penguinhc 우측 - https://blog.naver.com/maenam111>


주로 캔에 들어 있는 열대과일 통조림처럼, 그 당시에는 캔이나 병조림 속에 걸쭉한 주스가 들어 있었다고. 원래 과일 농원에서 넥타라는 형태의 주스를 만들어 마셔 온 서양의 홈메이드 레시피 역시 과일을 저장하는 병조림의 방식을 기본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지금까지도 똑같이 병에 만들어 보관하며 마시곤 한다.



넥타란 원래 사전적으로 꽃 속에 들어 있는 꿀로 벌이 채취하기 이전 상태의 꽃꿀을 의미한다. 그만큼 달콤한 과실음료 역시 넥타라고 부르는데 사과 ·복숭아 ·배등 착즙 하기 어려운 과실을 갈아 체로 걸러서 얻어지는 죽 상태의 액즙을 원료로 한다. 넥타는 과실에 따라 액즙 함유율의 차이가 존재하지만, 대체로 과일 퓌레가 25~50% 정도 들어가는 과육 음료인 셈이다. 세계적으로 많이 생산되고 있는 것은 서양배 ·복숭아 ·살구· 파인애플 등이라고. 어릴 적 기억 속의 봉봉이나 쌕쌕, 갈아 만든 배 같은 음료만 해도 이 넥타 음료에서 조금은 진화된 버전의 캔음료라 볼 수 있다. 



살구와 자두 혹은 복숭아처럼 과일의 한 복판에 커다란 씨가 큼직하게 자리 잡은 과일들을 영어로는 stone fruit, '핵과'라고 부른다. 과일 한 복판에 돌이 박혀있다는 직관적인 이름이 단번에 기억에 남는 이 과실들은, 주로 과육의 조직이 독특한 성격을 갖고 있다. 실 같은 특유의 섬유질 안에 결을 따라 달콤한 과즙이 배여 들어 있다. 게다가 기본적으로 펙틴이라는 성분이 많아 모든 과일 중에 가장 잼을 만들기 쉬운 과일이기도 하다.



그렇다 보니 과육이 잘 뭉치기 쉽고, 특유의 조직감이 망가지면, 과일의 맛이 달라져 버린다. 특히 한 번 얼렸다 녹은 살구의 경우, 과즙은 남아 있지만 과육의 성격이 물같아지면서 원래 과일의 맛을 전혀 기대할 수 없게 되어 버린다. 그렇기 때문에 일 년에 한 달도 채 안 나오는 이 과실들을 넉넉히 먹고 싶다면, 부지런히 저장해 놓아야 한다. 그래서일까 유독 이 종류의 과일가공품 종류가 다양한 것도 사실이다.



과일로 먹는 경우가 적은 살구의 경우, 유독 시장에 나오는 시기가 짧다. 처음 발견하고 나면 길어야 3주. 그 안에 1년 치 살구 김장을 마무리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마음과 손이 동시에 바빠질 수밖에 없다. 특히 이 핵과류는 겉으로 멀쩡해 보여도, 속 씨앗의 가장자리부터 과육이 물러지고 쉬이 상하기 때문에 사 오면 바로 손질에 들어가야 한다.



습관처럼 씨를 바르고 껍질을 벗기다 문득, '살구는 주스로 먹을 수 없을까'라는 질문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유독 살구나 자두는 쿨피스 외에는 음료로 먹어 본 기억이 없어서 더 생소한 느낌이 들었다. 질문의 답을 찾아서 인터넷을 뒤지다 처음 발견한 단어가 '넥타'였다. 서양에서 이 핵과류를 가지고 만드는 가장 흔한 주스이자 저장식 레시피의 이름, 그리고 기억 속 너머에서 언젠가 들어 본 단어의 접점을 찾아냈다. 그럼 이제 만들어 봐야지. 눈 앞에 살구는 아무리 잼을 만들어도 남을 만큼 넉넉하니까.



열 가지도 넘는 다양한 레시피를 통해 넥타의 원리를 터득하고는 살구를 살짝 끓여서 만드는 새로운 주스를 만들기 시작했다. 잘 익은 살구를 씨를 발라내고 껍질을 벗겨 물과 당을 넣고, 과육이 적당히 풀어질 만큼 졸이며 끓이다가 고운 체에 한 번 걸러주면 완성. 프랑스에선 이 살구 넥타에 다양한 허브나 스파이스를 넣어주기도 한단다.



원래 살구잼처럼 단맛을 더해주면 과일의 맛과 향이 살아나는 살구이기에, 시럽처럼 쓸 수 있다는 살구 넥타의 시작은 설레는 구석이 많았다. 물론 가장 쉬운 방법은 넥타가 농축된 만큼 시원한 물에 희석해서 얼음 띄워 마시는 것. 물 대신 탄산수를 부어주고 민트 잎 두어 장 찢어주면 상큼한 살구 민트 에이드가 완성된다. 살구의 산미가 매력적인 만큼 요거트에 잘 어울리고, 그래놀라 요거트 볼에 올려 주면 달콤하고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내어준다.



잘 흐르기 때문에 시럽처럼 팬케이크나 토스트, 아이스크림 등에 살짝 부어 먹어도 좋고, 더운 여름철 가장 잘 어울리는 조합을 찾자면 빙수다. 얼음을 곱게 갈아 놓고 살구 넥타를 넉넉히 부어주면, 제일 시원하고 상큼한 유월을 보낼 수 있다. 깔끔하고 청량하게 먹자면 얼음에 살구만 더해도 좋고, 우유나 연유, 요거트 등을 넣으면 또 다른 맛으로 아이들과 함께 즐길 수 있다.


올해 첫 넥타, 살구는 이제 시작이다.

연남동 someones_recipe에서 만나볼 수 있다.




살구 빙수


ingredient

살구 넥타

얼음(또는 우유/요거트 얼음)

민트 잎 1~2장


method

1. 물 또는 우유 혹은 요거트를 얼려준다.

2. 얼음 또는 우유 얼음을 갈아서 용기에 예쁘게 담아준다.

3. 살구 넥타를 넉넉히 뿌려준 뒤, 데코용 민트 잎을 얹어주면 완성.


* 간단한 살구 넥타 만들기

- 1) 잘 익은 살구를 씨를 발라내고 껍질을 벗기고, 냄비 속에 살구가 잠길만큼 물을 넣어준다 

  2) 설탕은 살구 무게의 절반을 넣어준다. 

  3) 과육이 적당히 풀어질 만큼 졸이며 끓이다가 고운 체에 한 번 걸러주면 완성!

  * 냉장고에 보관하면서 1~2주 안에 먹는다.



https://www.instagram.com/inseason_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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