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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 young in season Jul 14. 2020

butter toast

for rainy season

빗방울이 후두둑 떨어지는 날이면 유난히 후각이 민감해지는 기분이 든다. 불과 엊그제만 해도 강하게 내리쬐는 여름 볕과 타는 듯한 첫 더위에 정신을 차리기 힘들었는데, 이렇게 촉촉한 아침이라니.


샌들 사이로 튀어 드는 빗물을 살포시 밟아 내려가며 슬슬 익숙한 계절이 돌아왔음을 감지하기 시작했다. 동남아처럼 길진 않아도, 이제 당분간은 더위보다 습도가 더 높은 나날들이 계속되진 않을까.



장마철이 시작될 무렵엔 매번 쓸데없는 생각이 많아진다. 큰 우산이 없다던지, 장화라도 하나 사두어야 하나 싶은 막연한 걱정들부터 비가 계속 내리면 퇴근길엔 춥지 않을까, 그럼 당장 오늘은 무겁고 거추장스럽지만 겉옷을 들고 가야 하는가 같은 깨알 같은 고민들까지. 소소한 잡념들이 밀려드는 비바람 속에서 사라지면, 발목을 적셔오는 빗물의 냄새는 화단의 비에 젖은 흙냄새처럼 점점 더 진해진다. 다행히도 물 냄새가 코 끝에서 묻어날 즈음이면, 사무실에 도착할 수 있다.


분명히 어제까지만 해도 한 번도 생각난 적 없는데, 빗줄기는 새로운 메뉴를 불러올린다.



몇 달 만에 처음으로 뜨끈한 국물이 생각나기도 하고, 코 끝에는 절로 기름 냄새가 그리워진다. 비 오는 날, 빈대떡은 괜히 나온 조합이 아닌 듯도 하다. 치직 거리게 기름이 달궈진 팬에 부추나 쪽파를 흩뿌리고 오징어라도 한 마리 썰어 넣고 반죽을 부어 노랗게 지져내면 완벽해. 상상 속 부침개의 향기가 머릿속을 가득 메울 쯤이 되면, 어쩔 수 없이 일어나 사무실 냉장고를 뒤지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밖에 없다.


아... 오늘 점심엔 뭐 먹지. 창문도 열기 애매하게 비 오는 날, 점심부터 사무실에서 부침개를 부치기엔 너무 많은 용기가 필요하다. 그럼에도 입맛을 당기는 머릿속의 고소한 향기를 포기할 수 없을 땐, 식빵이라도 한 장 찾아보자.



비 오는 날 빈대떡 대신 버터 토스트라는 새로운 선택지도 존재하니까.


어린 시절부터 통통했던 나는 버터와 썩 친하기 어려웠다. 어려서부터 버터는 살찌는 음식의 대명사처럼 배워왔기 때문에, 스스로에게도 금기시되는 부분이 있었다.



기내식에서 받았던 롤빵만큼은 버터를 발라 먹었을까. 베이킹이 아니라면 딱히 요리과정에서 버터를 쓰는 일은 드문 편이었다. 작년 '저탄고지'식이요법을 자신에게 실험해 보면서 처음으로 버터를 커피에 타 먹으면서 조금씩 익숙해지게 된 것도 같다.(참고로 버터를 커피에 타면, 곰탕국물에 커피를 타 먹는 것 같은 다소 구수한 커피가 된다.) 그 후에 '저탄고지' 식이요법은 자꾸 '고탄고지'로 변질되는 바람에 중단하게 되었지만, 버터라는 이유만으로 기피하던 습관은 많이 사라졌다. 오히려 건강한 동물성 지방을 잘 선택해서 먹는 방식을 연구하게 된 셈이다. 



요즘 한참 맛 들여 먹고 있는 양념은, 여름에 잘 어울리는 <시트러스 솔트>다. 제주에서 나는 하귤이나 레몬을 소금에 절여서 갈면, 감귤계 향기가 풍부한 <소금 페이스트>가 만들어진다.



이 시트러스 솔트를 가지고 잘 어울리는 허브와 함께 무염버터에 섞어 굳히면, 컴파운드 버터라는 새로운 양념장(기름장?)을 만들 수 있다.



감귤계 향기와 소금의 맛에 다진 생허브가 함께 섞이면 버터의 느끼한 맛을 잡아줄 뿐 아니라 과일향을 더해주고, 간을 기막히게 맞춰주어 하나만으로 다양한 요리에 활용이 쉬워진다. 생선이나 스테이크에 올려 굽고, 파스타도 볶고, 베이킹에도 사용 가능하다.


그리고 이 중에서 제일 간단한 요리는 버터 토스트. 맛있는 식빵을 조금 두껍게 썰어 놓은 뒤 중앙에 십자로 칼집을 내어주고 가운데 버터를 덩어리채 올려 오븐에서 가장자리가 갈색이 나도록 바삭하게 구워주면 완성이다.



비 오는 날 구워 먹는 하귤 소금 버터 토스트. 조금 더 맛있게 먹고 싶다면 팬케잌처럼 토스트에 하귤청을 부어주면, 단짠의 매력 속으로 쉽게 빠질 수 있다. 장마철에 따끈하게 구워 깔끔한 홍차나 커피와 함께 먹으면 그만이다.




SUMMER CITRUS SALT BUTTER TOAST

시트러스 솔트 버터 토스트  


ingredient

3cm 두께의 식빵 한쪽

시트러스 솔트 버터 2큰술 

부어 먹을 하귤청 또는 꿀 1큰술


method

1. 식빵을 두껍게 썬 다음 가운데 십자로 칼집을 넣어준다.

2. 시트러스 솔트 버터 2큰술을 덩어리채 올려 준다(혹은 취향에 따라 펴 발라 줘도 좋다).

3. 토스터기에 넣고 가장자리가 갈색이 나도록 바삭하게 구워준다.

4. 접시에 담은 뒤, 단 맛이 나는 청을 뿌려주면 완성! 

* 하귤청은 유자청이나 꿀 등으로 대체 가능합니다.

 


https://www.instagram.com/inseason_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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