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연못에는 물이 조금 담긴다.

<책의 주변> 3화

by 이훈보

어느 책을 덮었다.


도서관에서 빌린 책은 목이 막혀도 읽어야 하니까 졸면서도 페이지를 넘겼다.


또 빌리러 가기도 번거롭지만 단순히 그것 때문은 아니고, 책을 반납 통에 밀어 넣을 때 손끝에서 떨어지는 무게감이 읽은 양에 따라 달라지니까. 가능하면 홀가분하게 떨어뜨리고 싶었다.


그렇게 읽고 또 읽으려 해도 안 읽히는 것들이 있는데, 그런 책은 대부분 어슴푸레한 마음으로 고른 경우가 대부분이다. 다 읽었을 때의 나의 모습을 상상하며 빌려온 책은 정말 괜찮은 책도 거의 재미를 느끼지 못한다.


도서관에서 들고 나오는 가방은 늘 무겁지만 책을 거의 순서대로 보는 탓에 한 권도 채 안 읽고 반납할 때도 있었다. 그럴 때는 커피를 마셔도 소용이 없다. 그냥 책이 질기다.


책을 잘 보는 사람들이 있는데 나는 그렇지 않다. 거의 78쪽 까지는 단숨에 읽고 이후로는 순전히 견디는 일이다. 이렇게 작은 연못에 버거운 물을 대는 일은 어찌 보면 못할 짓이다. 몇 페이지에 잠이 오고 한 두줄에 근심이 그득해져 여기저기 파문이 인다. 연락은 안에서도 오고 밖에서도 온다.


나는 위키의 등에 업혀 자랐다. 검색엔진과 사전 없이는 제대로 책을 보지 못했다. 스마트 폰의 CPU가 발전하는 만큼 빠르게 연못을 채워간다.


채우고 잠들고 잊고 또 근심하고 그 긴 시간을 빌려온 스트레스와 빠른 엄지로 연명했다.


작은 연못에는 물이 조금 담긴다. 그리고 간혹 솟아나는 곳도 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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