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주변> 11화
오늘은 나도 누군가를 놀래키러 가는 길이다. 몸집보다 큰 봉투 두 개를 준비했다.
분리수거를 하는 날이면, 파도에 쓸려온 바닷말 마냥 나무 아래로 봉투들이 가지런하고 나는 늘 새삼스럽게 놀라곤 한다.
'이것들은 모두 어느 문 안에서 며칠을 있었던 것일까?'
수시로 방을 치우는 편이 아니어서 드물게 짐을 내놓는 나로서는 늘 감탄스러운 풍경이다. 사람들과의 교류가 없으니 인근에 몇이 살며 얼마나 열심인지 모르고 매번 깜짝 놀란다. 그래도 오늘은 나에게도 두 짐이 있다. 나도 누군가를 놀라게 할 수 있다.
한 팔에 하나씩 들고 겨드랑이를 한껏 벌리고 걷는다. 누가 보면 전쟁에서 승리하고 온 줄 알 것이다. 그만큼 의기양양하다.
집과 가까운 나무 두 그루 중 하나를 골라 줄을 세운다. 꼭 갇혀 있던 것들이 죄 나와 등을 맞대고 앉아 있는 모습은 언제 봐도 한가롭다. 이렇게 두 번 보는 인연이 없으니 매번 이별만 하는 셈이다.
먼저 온 이들에게 인사를 하고 엄한 바람에 굴러가는 일이 없게 잘 기대 놓고 등을 두드려 주었다.
다음 사람은 이 뒤에 기대 소리를 들을 것이다.
이것은 이별의 연대일까 만남의 연대일까.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