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주변> 12화
아마 나도 어느 날이 아니었으면 몰랐을 고통이
갑자기 문을 열고 들어왔다.
나는 앉기도 하고 눕기도 하다가,
도무지 떨어질 일이 없다는 것을 알고 아주 잠깐 울었다.
같은 일로 우는 건 한계가 있을 테니까 어디 한번 울어나 보자 한 것이다.
왜 울었나 싶을 정도로 입안이 마르고 나면 시원한 물을 삼키며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
눈을 감는 건 그저 눈을 감는 것이고
고개를 돌리는 건 그저 고개를 돌리는 것이다.
허물어지고 나니 문이었다.
꺾인 문을 오가며 걸쇠의 결을 확인한다.
'아, 이게 이런 모양이었구나'
들락날락 하며 문틀을 밟아본다.
떨어진 경첩에 찐득한 먼지가 총명을 힐난하고 있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