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주변> 18화
이것은 '다.'에 대한 이야기다.
십 년도 전의 일인 듯하다. 생전 그런 일이 없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다.'에 꽂힌 것이다. 글을 쓰려고 들면 '다.'가 자꾸 보이고 숨이 차곤 했다.
글을 쓰다 보면 '다.'가 걸리적거리는 통에 어떻게 하면 저 글자를 없앨 수 있을지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당연히 '다.'에 대한 고민을 다룬 책이나 글은 없었기 때문에 그야말로 오롯이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때부터 나는 '다.'를 노려보기 시작했다.
'다.'에 대해 연구도 하고 좌절도 하고 써보고 지워보고 읽어보고 별 짓을 다 해도 '다.'는 나를 졸졸 따라다녔다. 나는 내가 쓴 모든 문장의 '다.'를 꼭꼭 씹어봤지만 하나도 삼킬 수 없었다. 처음에는 하나 다음에는 두 개 그렇게 입안에 넣어가며 버텼지만 잠시 후 입이 가득 차 버리면 더 이상 앞으로 갈 수 없었다. 재미있는 것은 남이 쓴 글을 읽을 때는 그런 증상이 없었다는 것이다. 내가 쓴 '다.'만이 나에게 소중한 무엇이 되어 나를 찌르고 있었다.
글을 쓰다 보면 당연히 '다.'를 쓴다. 그렇게 쓴 게 초등학교 이전부터 대학교 졸업 이후까지니 적어도 20년 이상 나는 '다.'를 써왔는데 갑자기 그렇게 된 것이다. 그 후로 조금 신경 쓰이기도 하지만 무시하고 또 쓰면 쓸 수 있어서 참고 쓰는 일도 있었다. 그런데 길지 않은 글이라도 쓰고 다듬기 위해 읽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나는 '다.'와 마주해야만 해서, '다.'를 처음 인식하고 나면 모든 문장의 리듬은 엉망진창이 되고 여기저기 포진한 '다.'만이 곳곳에서 나를 겨누고 있었다.
하나 둘 셋.
눈으로는 '다.'를 피하지만 무의식은 개수를 세는지 나는 어느새 '다.'에 매몰돼 숨을 헐떡인다. 그리고 이내 좌절한다.
이걸 한 2년 정도 겪었나? 나는 까다로운 사람인 것일까? 아니면 그저 못난 나의 단면을 그 순간 '다.'로 마주하고 있었던 것일까? 둘 중 무엇인지 알 수 없지만 지금은 그런 증상이 사라졌다. 쓰다 보니 버티다 보니 극복한 것은 아니고 나의 글과 타인의 글을 읽는 내가 어떻게 다른지를 끊임없이 비교한 끝에 삼킬 수 있게 되었다.
지금의 나는 '다.'를 극복한 것일까 고민을 멈춘 것일'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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