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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훈보 Jan 18. 2021

록키 씨는 참 수다쟁이야

록키 1 - 제49회 아카데미  작품상, 감독상, 편집상

록키가 수다쟁이라는 이야기를 아무도 해주지 않았다. 하긴 나도 따로 물어본 일이 없으니 쌤쌤이라고 하자.


록키가 수다쟁이라는 사실을 안 것만으로도 영화가 보고 싶은 분은 당장 백스페이스 키를 눌러 이곳을 탈출하시길 바라며...




오래전부터 봐야지 봐야지 하던 영화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나도 록키 말고도 많은 영화를 봐야 하는 영화 목록에 꼽아두고 미루고 있었다. 그렇게 볼 것을 쌓아두면 아주 어느 날 뜬금없이 그 영화를 보게 되는 날이 있다.


거미줄처럼 따라다니는 삶의 패턴이 지긋지긋할 때 그런 영화를 보면 좋다. 나도 그랬는지는 잘 모르겠다. 록키를 본지 꽤 오래되어서 록키 외에는 다 잊었다. 


록키는 얼마나 대단한 복싱 영화이기에 시리즈가 계속될까? 싶어 재생을 하고 록키가 멈추지 않는 수다쟁이라는 사실을 알고 이마를 탁 치고 말았다. 각본을 실베스타 스탤론이 쓴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잘 썼을 수가. 


작가 스스로가 배우가 될 수 있다면 주인공만큼은 자신의 호흡과 리듬 하나하나를 계산할 필요도 없이 캐릭터에 녹여낼 수 있다. 록키는 바로 그 지점을 기가 막히게 살리고 있다.


성공과는 먼 배우의 삶을 살던 실베스타 스탤론은 훌륭한 각본을 쓰고 결국 주인공을 맡았다. 그렇다 록키에는 아주 수줍고 수다스러운 (하지만 근육은 충분한) 영화인이 나온다. 여느 인디영화의 그것처럼 록키는 쉼 없이 떠든다. 사랑에도 서툴고 수금원이라는 본업에도 서툴고 복서로서도 서툰 록키는 만나는 사람들 모두 그리고 동물들에게도 쉼 없이 떠든다.


"나는 록키야 너는 누구니? 잘 지내니? 내일 또 보자. 나는 이런 걸 좋아하고 오늘 날씨는 좋구나."


록키는 이런 이야기가 쉼 없이 나오는 영화다. 


물론 어느 순간에는 극적인 구성을 위해 주먹을 쥐고 글러브를 끼고 치고받지만 그것은 지극히 자그마한 사건일 뿐이다. 


록키 1의 록키는 태어나서 수다스럽게 살다가 특별한 일을 경험하는 소시민에 가깝다. 이 전까지 실베스타 스탤론이 걸어온 이름 없는 영화인의 그 길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하다. 스스로를 연기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일이겠는가. 그래서 록키의 수다는 친근하고 자연스럽다 못해 귀엽다. 


록키는 영화 내내 서툴지만 모두와 쉼 없이 대화를 한다. 그리고 능숙하지 못한 만큼 친근한 존재로 자리 잡는다. 그런 록키가 한 대 맞는 순간 마음이 아프겠는가 안 아프겠는가. 


우리는 빗자루라도 들고 링위로 뛰어올라가야 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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