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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훈보 Jan 27. 2021

푸르고 죽지 않는 총잡이

로보캅 투 (투투투)

완성도 높은 1편이 있다는 것은 더 나은 2편을 보장하기보다 내려갈 일만 남았다는 이야기에 가깝다. 


- 스포일링 할 것은 없지만 아래는 스포일러 -                                


1990년 3년 만에 로보캅이 돌아왔다. 이미 완성도 높은 자극으로 뭉쳐진 영화였기에 어찌 보면 로보캅 2의 선택지는 많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고민을 할 수 있었을지 생각해보자. 


1. 로보캅을 더 멋있게 해야 한다.


아무런 기술이 추가되지 않지만 3년 만에 돌아오는 만큼 로보캅은 보다 발전한 모습을 띌 필요가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일까 보다 신형처럼 보이도록 외형이 더 푸른색을 띠고 번쩍거린다. 1편의 색상이 회색빛이 감도는 거친 스테인리스의 느낌이라면 2편은 보다 발전된 합금처럼 보이도록 번쩍거리는 청색빛을 띤다. 


농담처럼 이야기하자면 1편의 로보캅은 탄생을 다루기 때문에 조금 더 인간과 가까운 감정을 필요로 하고 그럴듯하게 포스터 조차 약간은 핏기가 도는 듯한 붉은빛이 감돈다. 하지만 이미 1편의 이야기가 충분히 성공한 이후의 로보캅이라면 보다 개선된 무엇이 필요하지 않겠는가. 그런 이유로 로보캅은 눈에 띄게 번쩍거리고 그만큼 죽지 않는 존재로 각인된다. 실제로 어마어마한 피해를 입지만 긴장감 없이 복구되는 장면도 있다. 


그렇게 1편의 무게감은 증발한다. 1편의 긴장감을 유지했던 그 멋진 왼팔 겨드랑이의 각도도 전편의 성공과 함께 사라져 버렸다. 


다음은 어떤 요소를 필요로 했을까?


2. 더 강한 적


마블도 그렇고 로보캅도 그렇고 모든 차기작은 더 강한 적을 필요로 한다. 강함을 이야기할 때 여러 가지 조건이 있겠지만 로보캅의 강함이라는 것은 스피드도 힘도 초능력도 아니다. 로보캅의 강함은 생명체의 감각과는 연관이 없다. 헐크처럼 몸이 부풀지도 않고 캡틴아메리카 처럼 빠르고 유연하지도 않다. 로보캅은 단단한 강철 갑옷을 이용한 방탄능력과 정확한 사격능력을 이용해 스스로의 강함을 증명한다. 그렇다면 더 강한 적의 공식은 무엇일까? 


당연히 더 강한 방탄과 더 강한 사격 능력의 적이다. 


광기있는 로봇처럼 보이기 위해 마약을 섭취하는 등 여러 요소를 추가했다는 것은 조금은 농담처럼 보이기 까지 하다. 결국 적도 로보캅도 방탄고 사격능력으로 수렴하기 때문이다. 


그럼 로보캅 2는 이것이 전부일까? 1편에서 로보캅은 자본주의의 어두운 미래를 배경으로 성공적인 데뷔를 거두었기에 자본주의의 맛 또한 놓칠 수 없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푸른 로보캅의 어깨에는 자본주의의 짠맛이 솔솔 뿌려져 있다. 그 방식이 훌륭하지 않다는 이야기다. 어찌 되었든 로보캅은 이후로 3편이 나오고 도저히 그것까지 볼 자신은 없다.


혹시 궁금할까 싶어 적어두자면 제목의 총잡이라는 표현을 쓴 이유는 로보캅이 공무원이 아니기 때문이다. 로보캅은 작중 등장하는 기업의 제품이고 경찰의 업무를 도와주며 기업의 필요성을 홍보하는 일을 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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