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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훈보 Feb 09. 2021

다가가기까지의 미로

화차: 미야베 미유키 (1992) 변영주 (2012)

미야베 미유키의 1992년 작품. 소설은 진작에 봤고 누군가 소설을 추천해 달라고 하면 어김없이 추천하는 작품이기에 영화가 나온다고 했을 때부터 영화에 관심이 있었다. 다만 원작이 너무 무거운 이야기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쉽사리 손이 가지는 않았다. 


그러다 방구석 1열에서 변영주 감독이 나오니까. 미뤄뒀던 '화차'를 봐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다.


-스포일러 -


화차는 1992년 출간된 소설로 한 여성이 타인의 신분으로 사는 이야기의 이면을 다룬 작품이다. 사회 문제와 개인의 서사가 잘 얽혀있어 보는 내내 긴장감과 속상함을 그야말로 꾸역꾸역 감내해야 한다. 그리고 마주하는 최종장. 특히 소설 화차의 엔딩은 백미라고 생각한다. 정말 마지막 줄을 읽었을 때 무릎을 치고 말았다.


'와 이걸 이렇게 끝내는구나.'


화차가 나온 것은 1992년이지만  30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 읽어도 이야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오히려 그 지점에서 우리는 더 답답함을 느끼게 될 수도 있다. 사회는 바뀌지 않았고 허벅은 사방에 날려있다.


작중에 등장하는 여러 요소들이 앞으로도 꾸준할 것이라 보기 때문에 감독도 영화화할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나는 각색된 작품의 경우 가능하면 소설과 영화를 전부 보려 하는 편이다. 그 과정에서 매체의 차이를 발견하고 다양한 해석의 노력을 읽어낼 수 있는 재미가 있다. 물론 이런 노력이 늘 성공적인 재미를 주는 것은 아니지만 일련의 실패가 무색할 만큼 인상적인 각색이 존재하기 때문에 시간이 허락한다면 늘 둘 다 보는 것을 추천한다.


화차의 소설과 영화가 어떻게 다르고 어떤 분기를 가진다는 이야기를 하기보다 영화 화차의 빼어난 지점을 칭찬하고 싶다. 영화는 장면을 눈으로 보는 만큼 화면이 아름다움이 중요한데, 영화 화차의 아름다움은 연기도 연기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색감이라고 생각한다. 과하지 않고 안정적이면서 시종일관 무거운 색상들이 이어져 인물들의 감정과 사연에 얽혀 긴장을 더한다. 개인적으로 영화를 보면서 이렇게 까지 색감에 감탄한 일이 있었나 싶어 이 부분을 꼭 칭찬하고 싶다. 


딱히 어려운 내용은 없고 이야기의 긴장감이 소설만큼 숨 막히지는 않지만 색과 더불어 감독의 해석이 만들어낸 후반부의 흐름도 무척 훌륭하다 특히 주연 배우들이 주고받는 대사가 은근히 마음을 아프게 한다. 해결되는 게 없는 수레바퀴 속의 사람들. 그 안에서 관객도 등장인물도 헤어 나오지 못하고 영화는 끝을 맺는다.


가능하면 둘 다 우선순위를 정한다면 소설 먼저. 하나를 본다면 영화를 보는 것을 권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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