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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훈보 Feb 25. 2021

625 그리고 역사의 한가운데로

데이비드 헬버스템 <콜디스트 윈터> <최고의 인재들>


조선말 경성에는 러시아, 미국, 일본, 중국이 들어와 있었고 이 네 나라는 이후 한국의 역사에 큰 영향을 끼치게 된다. 


이후 러시아는 공산주의를 바탕으로 중국과 북한을 세력권에 두고, 일본은 조선을 침략했으며 미국은 세계 대전 승리 후 공산주의 세력의 저지를 위해 가벼운 마음으로 한국전쟁에 뛰어든다. 그리고 북한을 도와 전쟁에 뛰어든 중국과 총부리를 겨누는 사이가 된다. 


지금은 별로 회자되지 않지만 한국은 나라의 크기에 비해 꽤 큰 역사의 중심에 있었다. 삼면이 바다인 조그만 나라에 2021년에도 손에 꼽히는 4개 국가가 얽힌 현대사를 갖고 있다. 그래서 한국의 현대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중국의 현대사를 조금은 이해할 필요가 있고 공산주의는 아니어도 러시아의 흐름은 조금 이해할 필요가 있고 미국의 참전 배경도 조금은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중국 현대사를 다룬 <왕단의 중국 현대사> 이후에 <콜디스트 윈터>를 다시 집어 들었다.


그러니까 나의 시간 순서에 따르면 한국전쟁에 대한 궁금증이 먼저였었고 그다음이 천안문 사태였다. 그런데 <콜디스트 윈터>의 두께 때문에 좌절하여 책을 놓았다가 <왕단의 중국 현대사>를 먼저 읽고 다시금 필요에 의해 <콜디스트 윈터>를 읽게 되었다. 


책은 한국전쟁의 전과 후 그리고 그 안에 참전한 국가들의 다양한 입장을 세세하게 기술하고 있다. 얼마나 촘촘한지 이 책을 한 권 읽는 것 만으로 당시 한국과 주변의 상황을 전부 이해했다고 말해도 위화감이 없을 것임을 자신할 수 있다. 


정말 엄청난 책이다. 아무것도 모르고 고른 책이 이렇게 두껍고... 훌륭한 책이라는 게 얼마나 행운인지.. 1000p가 넘는 방대한 분량 때문에 도서관에서 빌리고도 못 봐서 전자책으로 겨우겨우 다 읽었지만 살면서 만난 책 중에 손에 꼽을 만큼의 완성도와 깊이를 자랑한다. 


한국전쟁이 그렇게 흘러갈 수밖에 없었던 다양한 배경을 자세한 인터뷰와 함께 짚어간다. 게다가 전쟁의 참혹함 마저 인터뷰를 통해 생생하게 전달한다. 


나는 간혹 책을 읽다가 내가 죽었다 깨어나도 못쓸 것 같은 책이 있다는 생각을 하곤 하는데 <콜디스트 윈터>도 그중 한 권이 되었다. 


책을 덮은 날 나는 도서관으로 달려갔다. 책이 너무 뛰어나서 가슴이 웅장해졌고 나는 단숨에 도서관으로 달음질쳤다. 가능한 '데이비드 헬버스템'이 쓴 모든 책을 다 읽어볼 생각이었다.


같은 작가가 쓴 <최고의 인재들>을 서가에서 찾았을 때, 이 책도 1000p 가 넘는다는 사실에 한숨이 나왔고 책의 디테일을 익히 알기에 '아 그래 그럴 수 있지'라고 생각했지만 솔직히 도망치고 싶기도 하다. <최고의 인재들>은 베트남 전을 다루고 있고 <콜디스트 윈터> 보다 먼저 쓴 책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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