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책의 주변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훈보 Feb 10. 2021

바나나킥은 매워요!

<책의 주변> 32화

언제부터였을까. 바나나킥을 먹기 시작한 게


바나나킥이 1978년에 처음 나왔다고 하니까 아마 내가 기억도 못하는 어린 시절부터였겠지만 내가 스스로 과자를 고른 이후의 원픽은 새우깡에서 자갈치 그리고 포테토칩의 순으로 흘러왔기 때문에 바나나킥을 스스로 사 먹을 일은 없었다.


나에게 바나나킥이라는 건 그저 친구가 사 먹을 때 옆에 서있다가 몇 개 얻어먹는 부드럽고 달콤하면서 한없이 안타깝게 사라지는 무엇이었다.


바삭하고 짭짤한 과자를 선호한 나에게 바나나킥은 과자이면서도 인연이 없고 미워할 일은 없지만 가까이하기에는 어려운 다른 별의 기호식품이었다.


그런데 얼마 전 우연히 바나나킥을 집에 들이게 되었다. 마트에서 봉지과자 4종을 3천 원에 파는 것이 아닌가. 조합도 감자깡, 자갈치, 꿀꽈배기, 바나나킥으로 나쁘지 않았다. 솔직히 말하면 바나나킥은 함정이라고 생각했지만 자라며 먹었던 기억이 나쁘지는 않아서 감내할 만하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또 며칠이 지나 다른 과자들을 다 먹고 바나나킥만 덩그러니 남은 상황에서, 나는 아쉬움 반 즐거움 반의 마음으로 방바닥에 누워 바나나킥을 뜯어 한 입 베어 문다.


익히 알고 있는 달콤하고 부드럽고 아삭한 바나나킥. 그 맛의 끝에 아주 어린 시절부터 느꼈던 이질적임이 살며시 말을 건다.


'읭?'


생각해보니 그랬다. 나는 바나나킥을 먹을 때마다 저 물음표를 띄우고 있었다. 청소년 혹은 그 이전부터 바나나킥을 먹을 때면 '읭?' 하곤 했던 것이다.


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바쁠 것도 안타까울 것도 없는 나는 방바닥에 누워 발을 까딱이며 바나나킥을 또다시 주워 먹는다.


'아삭!'


그래 여기까지는 익숙하다. 그리고 이어지는 그윽한 바나나향 그리고 아스라이 사라지는 질감. 그런데 이 사이에 분명 이질감이 있다. 하지만 바나나킥이 너무 빠르게 사라지는 통에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그렇게 몇 개를 먹고 또 먹다가 문득 깨달았다.


이것은 맵다!


아주 어린 시절부터 의아하게 생각했던 지점이 바로 이것이었다. 바나나킥이 매운 것이다.


얻어먹던 시절부터 맛의 사이에 끼어있는 매움이 나에게 늘 '읭?' 하는 물음표를 띄게 한 것이다. 그런데 바나나킥이라는 게 매울 리가 없지 않은가. 솔직히 나도 맵다고 생각하면서도 의아함을 감출 수 없었다. 절로 미간이 찌푸려졌다. 이것은 분명히 매운맛인데 바나나킥에서 매운맛이라는 게 도저히 연결이 되지 않는 것이다. 그래도 다행히 이번에는 얻어먹는 것이 아니어서 내 손에 봉지가 들려 있었다. 나는 바나나킥을 뒤집어 바나나킥의 성분을 찬찬히 읽어본다.


바나나킥의 성분표. 콘밀부터 시작해서 하나하나 바나나킥에 첨가된 양의 순서대로 모든 성분을 읽은 끝에 나는 드디어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었다. 그 안에 매움의 근거가 적혀있었던 것이다.


바나나킥에는 강황분말이 들어간다. 모든 성분 중 가장 조금이어서 그 양을 가늠할 수는 없겠지만 바나나킥에는 강황분말이 들어가고 이게 바나나킥을 맵게 하고 있었다. 그래서 이제는 당당히 쓸 수 있다.


바나나킥은 맵다. 이건 사실이다.


PS : 저는 매운 걸 아주 못 먹는 사람은 아닙니다.


끝.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7525974


매거진의 이전글 사라지지 않을 인터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