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주변> 33화
논 옆의 길을 따라 땀을 내며 걷는데 멀리서 개가 짖는다.
나는 먼 곳에 있어 개의 집까지 가려면 한 참인데 개의 귀는 벌써 나와 발걸음 소리를 듣고 있다.
개는 보이지도 않는데 오지 말라하니 참 머쓱한 일이다.
개도 나를 모르니 미워하여 짖는 게 아닐 테고 또 나도 개를 미워하지 않으니 서로의 입장 차이 때문에 괜한 긴장을 하고 있다.
개를 따라 멀리서 짖어본다. 나와 개의 소리가 얽혀 산벽에 메아리친다.
개가 짖는 연유는 모르지만 가만 보면 집이 좁고 줄이 짧아 멀리 갈 수 있는 건 소리뿐인가 싶어 마음이 좋지 않다.
나는 일 년에 겨우 몇 번 지나가는 이니 괜히 설레게 한 내 잘못이 더 큰가 싶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