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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훈보 Mar 17. 2021

전동 킥보드가 왜 위험하냐고요?

<책의 주변>  37화

원래 발로 구르는 킥보드를 타고 다녔는데... 왜 샸냐면...

지난 수요일 xbox 구매에 도전하기로 했다. 꼭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있으면 좋을 것 같고 또 희귀해서 도전의식을 불러올만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12시가 '땡' 하는 순간 나의 도전은 2초 만에 좌절로 마무리된다. 나의 게임 실력으로는 시장 토끼들을 앞서는 광클이 불가능했다. 그렇게 좌절한 나는 그냥 아무거나 하나 사기로 했다. 그러니까 인간은 좌절을 하면 다른 짓을 벌이기 마련이다.


아무튼 당근 마켓에서 몇 주 전부터 봐 둔 전동 킥보드 판매자에게 연락을 한다. 거래 조건이 까다로울 뿐 물건의 새것 같음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사진으로만 봐도 아주 깨끗하고 거의 사용하지 않은 물건이었다. 어느 정도였냐면..


거래자가 전동 킥보드를 팔러 나오면서 탈 줄 몰라 끌고 나왔다. 


이야기하기로는 남편이 샀는데 일 년 동안 다섯 번 남짓 탔을까 하여 팔기로 했단다. 하긴 나도 사놓고 보니 이게 탈 일이 드물다는 것을 실감한다. 그래도 지하철 두정거장 거리의 로스터리 출퇴근 용으로 구입한 것이니 분명 쓸모는 있을 터였다. 실제로 몇 번 타보니 출퇴근에 편리하다.

나는 원래 발로 구르는 킥보드를 타기도 했고 시험 삼아 공유 킥보드를 한번 타보고 이게 생각보다 더 위험하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살 생각이 없었는데 엄한 좌절로 인해 덜컥 사버렸다. 그러니까 이제부터 전동 킥보드가 왜 위험한지를 적어보려고 한다. 이것은 본격 계몽 글이다. 

전동 킥보드는 왜 위험한가?

1. 바퀴가 작다.


바퀴가 작다 = 아주 작은 홈에도 걸려 넘어진다.


외우자. 공식이다. 어린아이가 보폭이 작아 작은 홈에도 걸려 넘어지거나 작은 턱도 못 넘는 것을 떠올리자. 그리고 운동화를 신었을 때는 전혀 눈치채지 못하는 보도블록의 작은 흠이나 거리 배수구 구멍에 하이힐이 뒷 굽이 끼는 것을 떠올려보자. 


바퀴가 작다 = 어디든 걸린다. 


OK?


달리는 앞바퀴가 걸린다 > 뒷바퀴가 들린다 > 뒤집어진다!


필연이다. 같은 이유로 나는 자전거도 미니벨로를 선호하지 않는다. 도로에서 만날 수 있는 유격을 보다 안정적으로 회피하는데 미니벨로보다 일반 자전거의 바퀴 크기와 조향 각도가 더 안정적이기 때문이다. 오토바이를 타다가 도로의 흠에 걸려 바람이 빠져 구를 뻔한 일도 있었다. (한밤중에 도로에서 두발 바퀴에 바람이 훅 빠지는 게 얼마나 땀이 나는 일인가) 그 후로 나는 자전거를 타는 동안에는 바닥의 흠을 꾸준히 보는 습관이 생겼다. 16-20인치의 미니 벨로 바퀴도 위험한데 8-12인치 전동 킥보드의 바퀴가 가당키나 한가? 


전동 킥보드의 바퀴는 작다. 상상도 못 하게 작다는 것을 늘 염두에 두어야 한다. 바닥의 모든 돌출과 파임이 전동 킥보드에게는 치명적인 장애물이 된다. 한 2센티만 급격하게 튀어나와 있어도 위로든 아래로든 절대 넘지 못한다고 생각하고 늘 관찰해야 한다. 


2. 속도가 빠르다.

생각보다 전동 킥보드의 속도는 빠르다. 평지를 갈 때, 주변에 스쳐갈 때는 잘 체감이 되지 않지만 일상적으로 느리다고 이야기하는 15킬로 정도의 전동 킥보드는 일반 골목에서 보통 사람의 달리기나 자전거의 속도를 쉽게 앞지른다. 평지나 내리막에서는 상상도 못 하게 빠르다. 평평한 길을 직선으로 갈 때는 잘 와 닿지 않는데 커브를 돌아보면 체감이 된다. 15킬로가 넘어가면 확실히 빠르다. 일반적으로 전동 킥보드의 최고속도는 25킬로로 제한이 걸려있고 사람들은 이것도 느리다고 이야기하는데, 이 도구의 안정성을 생각하면 그것도 높은 편이다. 25킬로? 정말 빠르다. 시간당 25킬로 이상의 거리를 가고 싶으면 오토바이나 자전거와 같이 큰 바퀴의 탈것을 선택하자.


발판의 속도가 빠르다 = 발판이 너를 두고 먼저 간다


킥보드의 무게 < 사람의 무게 이기 때문에 속도가 천천히 상승하는 경우나 천천히 하강하는 경우는 문제가 되지 않지만 조금이라도 상승 하강의 흐름이 급격하다 싶으면 운전자의 무게중심은 흔들린다. 타고 가는 차가 갑자기 브레이크를 밟는 경우 차보다 가벼운 운전자가 날아가는 것을 생각하면 좋다. 더 쉽게 잘 날아갈 수 있다.


달리는 킥보드가 순간 멈춘다 -> 사람은 날아간다!


1+2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 = 회전각도의 문제


오히려 도로는 문제가 되지 않지만 일반 골목길은 직선이 아니고 커브의 각도가 완만하지 않기 때문에 직진 주행 이외에 좌우로 90도 이내로 꺾어야 하는 일이 발생한다. 게다가 자동차와 달리 킥보드의 핸들은 휙휙 잘도 돌아간다.


골목길 울퉁불퉁 + 골목 각도 + 속도를 제어하지 않은 급격한 핸들 조작 = 발사!


생각해보자 고속도로를 달리다가 핸들을 한쪽으로 확 꺾는 경우가 없지 않은가? 왜? 위험하니까.


전동 킥보드에서는 이게 가능하다. 실제 돌아야 하는 커브 구간을 앞두고 충분히 속도를 줄이지 않으면 빠른 속도에 충분히 회전을 하지 못하게 되고  때로는 킥보드와 사람의 무게 차이와 앞으로 나가려는 힘의 차이 때문에 킥보드와 사람이 각기 다른 방향으로 날아갈 수도 있다. 급한 마음에 핸들을 꺾으면 자신의 앞바퀴가 걸림돌이 되어 운전자를 날려 보낸다. 아무 곳에 걸리지 않아도 날아갈 수 있다. 작은 바퀴는 빠르게 꺾이고 사람은 원래 가던 가속도 방향으로 날아갈 수 있다.

자 그럼 전동 킥보드를 어떻게 타야 할까?

천천히 타자. 


전동 킥보드 15킬로는 충분히 빠르다. 여기까지는 브레이크 제동이 가능하고 여차하면 버리고 뛰어내려도 괜찮다. 하지만 이 이상의 속도가 난다면 장담하건대 위험하다. 절대 천천히 여유 있게 움직인다는 생각으로 타야 한다. 


전동 킥보드를 타면서 음악을 들으면 기분이 좋다. 상상만 해도 얼마나 좋은가. 걷는 것도 공짜로 가는데 음악도 나온다니.. 그런데 현실은? 절대 안 될 일이다.


음악을 듣지 않고 바닥의 상태와 골목 좌우 상황을 계속해서 관찰하면서 천천히 다닌다는 생각으로 타야 한다. 진행방향의 노면상태를 계속 관찰하고 작은 위험이라도 무조건 회피하면서 전기가 아까워도 멀리 돌아가야 한다. 머릿속에서 알고 있는 안전하고 평평한 길을 위주로 다니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횡단보도에서는 잠깐 내려서 서있고 건너갈 때는 사람들이 다니지 않는 바깥쪽으로 천천히.

오늘 사고가 나지 않는다고? 아니다. 모터는 언제든 당신을 두고 튀어 나간다.

 
절대 두 명이 같이 타지 말자. 사랑하는 사람을 직접 업어서 지옥으로 데려가는 꼴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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