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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훈보 Apr 28. 2021

도시의 왕과 왕을 부르는 주문들

<책의 주변> 38화




도시는 빽빽한 것이 기본이 아닌가. 밀도를 좋아하는 우리는 도시에 산다. 


그래서 인가 마땅히 있어야 할 자리에 사라진 것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참 복잡하다.


언젠가 저기에는 사랑이 머물렀을 것이고 포동포동한 감정들이 번창했을 것인데, 지금은 알 길이 없다. 너머로 바람만 잘 분다.


허물어진 자리에 포크레인이 들어앉아 있는 모습은 언제 봐도 웅장하지만 한편으로는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는다. 죄다 망하고 난 자리에 똬리를 트는 것을 마주하는 건 영원히 적응할 수 없는 일인 것 같다.

 

이런 감정과 별개로 저렇게 위용을 떨치고 있는 포크레인을 보고 있자면 비로소 도시의 본질을 생각하게 된다. 포크레인이야 말로 도시의 본질이다. 효율적이며 거대하고 다 망가트리는 역할을 하면서도 쓸모있다는 이유로 사랑받는 것. 스스로를 도시의 왕이라 칭해도 부끄럽지 않을 일이다. 


영원을 꾸짖는 왕과 그것을 소환하는 주문들.


우리는 돈을 뿌리며 사랑을 파괴한다.


끝.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75259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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