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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훈보 Jun 11. 2021

말로 끓이는 라면

<책의 주변> 43화

라면은 음식이니까. 이 글이 음식과 관련된 나의 브런치에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겠지만 음식과 연관이 있으면서도 조금은 다른 부분을 이야기하려고 한다. 일단 매거진 홍보 한번 하고..



이 글을 쓰기로 결심한 건 라면을 찬물에 끓이면 어떻게 되는가? (냄비에 차가운 물일 때부터 라면을 넣는 것)라는 인터넷의 글들 때문이다. 나는 저게 아주 큰 화제가 된 것을 보고 조금 놀랐었다. 그래서 오늘은 라면을 끓이는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오늘 나는 당신이 먹을 라면을 말로 끓일 예정이다. 라면의 종류는 무관하고 위에 적어놓은 것처럼 냄비에 물을 넣고 라면과 수프를 넣은 다음 불을 켠다. 이 라면은 과연 어떻게 될 것인가?



라면이 완성된 것을 확인한 당신은 먹기 시작한다 라면의 맛은 어떨까?


찬물과 뜨거운 물 그리고 여러 변수에 의해 라면 맛이 제각각이라고?


나의 조리 실력에 따라 라면의 맛이 제각각 일 수는 있겠지만 라면의 맛에 라면을 넣기 전 물의 온도가 얼마나 중요할까?



그럼 다시 과거로 돌아가 라면을 끓인다는 말을 생각해보자. 나는 오늘 말로 라면을 끓인다고 했으니 말이다. 


라면을 끓인다는 이야기는 흔히 봉지에 담긴 라면을 꺼내 냄비 속 보글보글 끓는 물에 넣어 완성을 시킨다는 이야기인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우리가 가게에서 사 오는 라면은 실제 어디서도 끓고 있지 않은 것을 알 수 있다.


끓는 것은 물이고 라면은 물을 빨아들여 부드럽게 풀어질 뿐이다. 보통 끓인다는 표현은 조리의 방식을 이야기하는 것이니 애초에 라면을 찬물에 넣나 뜨거운 물에 넣나 별 상관이 없다


라면을 먹는 방법을 보면 이것을 더 잘 알 수 있다


1. 생으로 (부수어) = 딱딱하다

2. 컵라면 = 뜨거운 물을 넣고 면을 불린다

3. 뽀글이 = 봉지와 비슷하지만 끓이지 않는다

4. 꼬들면 = 덜 익힌(덜 풀어진) 라면

5. 퍼진 면 = 푹 익힌(과하게 풀어진) 라면


첫 물이 차가우냐 뜨거우냐는 라면을 먹는 방법과 큰 차이가 없다. 맛에도 크게 차이가 없다. 조금 깊이 들어가 라면의 맛의 차이를 일으킬 수 있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강한 화력으로 인해 뜨거운 물에 수프를 풀 때 수프가 냄비에 눌어붙어 생기는 향미 차이가 생긴다거나 물이 뜨겁기 때문에 기체 활성화로 인한 향미 손실분이 있을 수 있는 것 수프와 라면이 만나는 시간 차이에 따른 밀가루 면에 간의 배기 차이는 물론 가능하고 세세한 변화를 느낄 수 있지만 그것은 의도해서 끓이는 것이 아니라면 큰 의미가 없다.


"나는 라면을 끓일 때 반드시 수프를 냄비에 눌리고 향미를 10% 정도 날리는 시간을 갖지 물은 당연히 카본 필터링된 정수!" 이렇게 조리가 정형화되어 있다면 모를까. 


그냥 계량 없이 물 넣고 수프 넣고 라면 넣고 대충 되었다 싶을 즈음에 먹는 라면이라면 큰 차이는 없다고 해도 무리가 없다. 끓는 것은 물이기 때문에...


그럼 글쓴이는 왜 쓸데없이 말로 라면 끓이는 이야기를 하고 있을까?


라면의 경우를 보자.


라면은 공장에서 출시되는 그즈음부터 단단한 고체식으로 존재하는데 우리가 흔히 만나는 라면의 완성 형태로 가는 과정 때문에 끓인다는 표현에 생각이 갇히게 되고 라면과는 조금 무관한 물의 상태에 대한 고정관념이 생겨 버렸다. 


그러니 라면을 찬물부터 끓이는 것이 놀랄 사실이 되어버리는 것 아닐까? 라면은 그저 풀어지는 과정을 거치는 것뿐이고 우리가 허기를 극복하기 위해 속도를 내야 하는 사정이 더해 열 에너지를 사용하는 것뿐인데 말이다.


라면만 봐도 알 수 있듯 우리는 눈으로 본 것이나 행동을 설명하기 위해 말과 글을 이용하고 그 과정에서 사용하는 표현 때문에 본질을 간과하는 일이 아주 흔하다. 


라면을 찬물에 몇 시간이고 불렸다가 수프를 넣고 휘휘 저어 먹으면 라면이 아니게 될까? 맛이 아주 많이 다를까? 그냥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아주 조금은 벗어날 필요가 있다는 것 말이다.


다음에는 면 익힘 정도를 눈치채는 법에 대한 이야기를 음식코너에서 해야겠다.




끝.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75259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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