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책의 주변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훈보 Jul 05. 2021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다

<책의 주변> 47화

은 행

생전 그런 생각을 안 하고 살았는데, 


쌀을 씻다가 문득 나의 묘비에는 무슨 말이 쓰여있으면 좋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예전에는 여러 가지 농담집이나 신문의 한 코너에서 재미 삼아 유명인사의 묘비명 같은 것을 소개하기도 했는데 그때 내가 제일 좋아했던 건 극작가 버나드 쇼의 묘비명이었다.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다.'


첫눈에 우습고 재미있어서 두고두고 기억나는 표현이 너무 마음에 들어 몇 번을 곱씹으며 웃었는지 모른다. 그런데 오늘 글을 쓰려고 검색을 하다 보니 그것은 오역이었단다. 


원어는 'I knew if I stayed around long enough, something like this would happen.'이고 번역을 하자면 '오래 살다 보면 이런 일이 있을 줄 알았지' 정도라는데 개인적으로는 조금 더 웃긴 오역을 좋아한다. 하긴 오역을 의도한 이도 그게 더 재미있을 것 같아서 그랬겠지...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018991


아무튼 다시 쌀을 씻다가 문득 나의 묘비에는 무슨 말이 쓰여있으면 좋을까? 하는 생각을 잠시 해보았다. 찾아오는 이가 없어 잔뜩 자란 풀 숲에 쓸쓸히 삭아가는 나의 묘비. 그것을 발견할 이가 누구인지 모르겠지만 그곳에는 이렇게 적혀있으면 좋겠다.


"결국 앞으로 가던 사람"


끝.

매거진의 이전글 오늘의 즐거운 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